인터뷰|이재은 서여주 대표
꿈이꿈틀은 교육 플랫폼이자 일자리 플랫폼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엄마의 시간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모임에선 누가 아이를 더 잘 키우나 경쟁이라도 하듯 온갖 노하우를 쏟아낸다. 이걸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이하 서여주)가 육아 노하우를 재능교육 콘텐츠로 만들고, 엄마들을 크리에이터로 데뷔시키는 플랫폼 론칭을 앞두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이재은(44) 서여주 대표를 만났다.

이재은 대표는 경단녀들이 서여주를 디딤돌 삼아 넥스트 커리어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재은 대표는 경단녀들이 서여주를 디딤돌 삼아 넥스트 커리어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재능교육 플랫폼 이름이 ‘꿈이꿈틀’입니다. 경단녀와 아이들의 꿈이 꿈틀거린다는 뜻인가요?
“두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1차적 의미는 ‘꿈을 꿈틀거리게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좇게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재능을 키워주는 훈련과 교육을 꿈이꿈틀을 통해 하는 거죠. 그럼 그런 아이들의 꿈과 바람을 가장 잘 자극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단연 주된 양육자인 엄마입니다. 꿈이꿈틀의 정체성을 엄마표 재능교육 플랫폼에 맞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그럼 두번째 의미는 무엇인가요?
“‘꿈틀’이 움직이는 모습도 될 수 있지만 ‘꿈의 틀’이기도 합니다. 재능교육에 실제 필요한 방법들, 팁들을 알려주는 공간이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꿈의 틀’을 만드는 역할을 실제로 양육하고, 그 과정에서 자녀의 재능교육 노하우를 얻은 엄마들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 엄마표 재능교육을 엄마에게 맡긴다? 이게 2차적 의미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재능교육 플랫폼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엄마가 만들도록 하는 거죠. 쉽게 말해 우리가 엄마를 채용해서 ‘콘텐츠 전문가(크리에이터)’로 일할 수 있게끔 돕는 겁니다. 그래서 꿈이꿈틀은 교육 플랫폼이자 일자리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 크리에이터만 뽑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플랫폼을 만드는 모든 영역이 경단녀의 일자리입니다. 기획, 교수설계, 영상PD, 플랫폼 마케터, 크리에이터 다 해당하죠. 절차상 기획·설계 일자리가 먼저 만들어졌고, 그들을 통해 크리에이터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모두 경단녀라는 건가요?
“네. 모두 경력유보여성입니다.”

서여주에선 경단녀라는 말 대신 ‘경력유보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단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한쪽에선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재은 대표는 이 역시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 중엔 무無경력 여성들도 있는데 ‘보유’라고 지칭하면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마저 프로페셔널하게 포장해버리는 역효과가 있다는 거다.

서여주에선 경력을 잠시 유보한다는 의미로 ‘경력유보여성’이란 말을 차용한 이유다. 설득력이 있는 논리다. 다만, 사회적으론 경력유보여성보다 경단녀가 많이 쓰이고 있는 만큼 독자 편의를 위해 이 인터뷰에선 경단녀란 단어로 통일했다.

✚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을 오래 쉬면 금방 적응하기 어렵잖아요. 서여주 입장에선 경단녀와 함께 일하는 게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저도 아이를 낳고 1년간 일을 쉬었는데, 복직 후에 적응이 쉽지 않았거든요.
“아, 그런가요? 음,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긴 하죠.”

✚ 근육이 다르다 하면….
“조직화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데 쓰던 근육을 육아에 썼기 때문에 일 근육은 사실상 좀 퇴화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그걸 ‘도태됐다’라고 표현할 순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우리에겐 확실한 강점이 될 수 있어요.”

✚ 퇴화한 일 근육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요? 
“아이를 키울 땐 주로 구어체를 사용하잖아요. 감정을 나누는 단어도 많이 쓰고요. 교육 크리에이터 직군에서는 그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용적인 정보를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고요. 공감력 있는 화법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명료하고 논리적인 언어전달이 필요한 조직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한계가 아닌 ‘다른 경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듣다 보니 꿈이꿈틀에선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 궁금해지는 걸요?
“우리는 꿈이꿈틀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과거에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경단녀가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 여성이 아이들에게 발표력과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아이가 잘못된 언어습관을 가졌을 때는 이런 피드백을 해주면 좋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팁을 주는 겁니다.”

✚ 개개인의 역량이 필요하겠군요.
“꼭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형성된 ‘1차 콘텐츠’가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육아 과정에서 1차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육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엄마만의 노하우를 1차 콘텐츠라고 봅니다.”

✚ 그 1차 콘텐츠를 엄마들이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다시 예를 들어볼까요? 육아를 하면서 아이와 함께 그림수업을 수강했다고 해보죠. 여기서 멈추면 그냥 1차 콘텐츠만 쌓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흥미를 느껴 일러스트를 공부하거나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면 어떨까요? 더 나아가 공모전에 응모했다면요? 돈벌이가 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런 과정은 1차 콘텐츠를 발전시킨 여정입니다. 우리가 유심히 보겠다는 건 이 여정입니다.” 

✚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어야겠군요.
“맞아요.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그걸 발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그것만으로 우리가 찾는 인재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 좀 더 쉬운 예는 없을까요?
“이런 예도 있겠네요. 동네에서 공동육아를 하던 한 엄마가 불편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죠. 불편에 불평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본 셈입니다. 우리는 엄마들의 그런 숨은 노력과 노하우를 적극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 사실 크리에이터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에듀테크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꿈이꿈틀은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우리가 꿈이꿈틀을 통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경단녀의 ‘넥스트 커리어(next career)’를 위해 이 플랫폼을 만든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 정말 잘 만들어야겠네요(웃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설계 작업을 꼼꼼하게 했습니다. ‘숨은 고수’들을 세상에 소개할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아니어서 참신할 겁니다. 엄마들의 진정성도 느낄 수 있을 거고요. 이런 여성들의 사례가 큰 메시지를 전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서여주가 진행하는 아트테리어 사업설명회 장면.[사진=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 제공]
서여주가 진행하는 아트테리어 사업설명회 장면.[사진=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 제공]

✚ 그동안 봐왔던 경단녀 일자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지금까지 경단녀들이 만드는 조직이나 일자리는 대개 빵을 굽거나 음식을 만드는 그런 쪽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조직이나 일자리를 폄훼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 분야도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는 기존과 달리 ‘에듀테크’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의 수요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 여성들이 만들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닙니다. ‘그곳만의 색깔이 있다’ ‘경단녀들이 만든 플랫폼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고요.”

서여주와 꿈이꿈틀의 로드맵엔 이재은 대표의 커리어가 녹아들어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탐색하는 방법론을 오랜 시간 고민했던 그는 직접 교육사업(여자라이프스쿨)에 뛰어들었다. 커리어 탐색법을 알려주는 키트(kit)를 만들고, 교육도 했다. 콘텐츠를 VOD로 만들어 기업에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역시 한계를 느꼈다. 교육 분야에선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엄마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현실화하고, 경단녀의 경험을 일자리로 이어보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 대표에게 ‘꿈이꿈틀 프로젝트’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개인적인 커리어에서 본다면 이제야 실행의 단계로 온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교육했던 것들을 이곳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실행하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그동안의 경험을 이곳에서 발현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 경단녀에게 또 다른 일자리를 제공하는 꿈이꿈틀은 흥미롭게도 경단녀가 기획·설계 중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계약기간은 12월에 끝난다고 하더라고요. 제 관점에선 조금 아쉬울 듯한데, 실제로 심경을 들어보니 그렇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꿈이꿈틀 기획·설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자신감을 찾게 된 좋은 기회’라고 말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디딤돌 삼아 넥스트 커리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서여주의 역할입니다. 실제로 당사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죠.”

✚ 그래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하지 않을까요?
“꿈이꿈틀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령, 크리에이터들이 강사로만 머물지 않고 VOD를 직접 찍어 스스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교육을 고민 중입니다. 이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또 하나의 창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어서 그걸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고요. 경단녀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여 간헐적 노동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연결통로를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내년도 지원사업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꿈이꿈틀 론칭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경단녀들에게 어떤 플랫폼이길 바라시는지요.
“여기에 참여한 여성들이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공백이 있는 상태로 서여주에 왔다가 자신감을 회복한 다음 좋은 일자리로 옮기는 사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어서 기다려주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잠재력 있는 여성들이 다시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 다시 일하기를 주저하는 경단녀들에게 한마디 전하신다면?
“과거에는 취업에 필요한 역량이 자격증·시험·수료 등으로 정형화돼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정형화된 경험과 경력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A부터 Z까지 도전해보고, 그 경험을 통해 ‘나만의 노하우’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 자체가 경력이거든요. 뭐든 경험해보세요. 수많은 기회가 열릴 겁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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