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도전
어린이 재능교육 플랫폼 꿈이꿈틀 9월 론칭
경단녀를 크리에이터로 데뷔시키는 역할
꿈이꿈틀 기획·설계자 3人 인터뷰

# 여기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을 위한 독특한 회사가 있다.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이하 서여주)다. 지난해 9월 서초구의 100% 출자로 출발한 이 회사는 결혼과 출산,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유연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 이곳 서여주에서는 ▲플랜테리어 브랜드 ‘늘풀’ ▲여성늘봄카페 ▲서리풀 아트테리어 ▲공공시설 클린사업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추가했다. 엄마표 어린이 재능교육 플랫폼 ‘꿈이꿈틀’이다. 

# ‘꿈이꿈틀’은 경단녀들이 직접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자신들의 재능교육 노하우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경단녀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교육 플랫폼이란 거다. 더 흥미로운 건 ‘꿈이꿈틀’의 기틀을 마련하는 이들 역시 이제 막 경단녀 꼬리표를 뗐다는 점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경단녀였던 이들이 또다른 경단녀들에게 다시 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다. 더스쿠프가 ‘꿈이꿈틀’ 론칭을 앞두고 연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김민자·이성휘·김지영씨.[사진=천막사진관]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의 김민자·이성휘·김지영씨.[사진=천막사진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다시 인정받고 싶지만 임신·출산·육아 탓에 오랫동안 손에서 일을 놓은 경단녀는 생각보다 많다. 기혼여성(54세 이하) 중 17.4%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어딘가에 이력서를 선뜻 제출하는 경단녀도, 그런 그들을 원하는 곳도 많지 않다.

이성휘(39)씨도 그랬다. 그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이 잉여인간처럼 여겨져 우울함을 느끼는 시간만 늘어갔다.

뭐든 배우길 좋아하는 김지영(45)씨는 회사를 그만두고도 늘 바빴다. 아이를 키울 때도 짬을 내 이것저것 배웠다. 그런 지영씨를 보며 남편은 “이제 결과물을 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아이들은 “엄마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김씨는 두 질문에 모두 속시원하게 답할 수 없었다. 

김민자(49)씨는 결혼 후 15년을 쉬었다. 동네에서 이런저런 마을공동체 활동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긴 어려웠다. 활동을 하긴 했는데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이 서여주에서 조만간 론칭할 예정인 엄마표 어린이 재능교육 플랫폼 ‘꿈이꿈틀’에서 다시 경력을 잇고 있다. 이제 막 경단녀에서 벗어난 그들의 역할은 흥미롭게도 경단녀 꼬리표를 떼주는 거다.

[※참고: 어린이 재능교육 플랫폼 꿈이꿈틀은 서울시와 서초구의 협력사업으로 9월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일상 속에서 어린이의 잠재된 재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런 노하우를 보유한 경단녀들의 크리에이터 데뷔를 돕는 사업이다. 서여주는 이를 통해 14개의 직접 일자리(총괄·교육설계·플랫폼 관리·콘텐츠 PD·콘텐츠 전문가)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단녀의 새로운 발판’ 꿈이꿈틀의 틀을 만들고 있는 세 사람의 업무는 각각 다르다. 자신을 ‘잉여인간’ 같다고 생각했던 성휘씨는 꿈이꿈틀의 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책임매니저를, 경력이 단절된 기간에 ‘갈증’을 느꼈던 지영씨와 민자씨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크리에이터 섭외·홍보 등을 책임지고 있다. ‘경단녀’란 꼬리표를 뗀 지금,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자 : “사진을 전공해서 관련 업무를 계속 해왔어요. 사진이나 영상을 디지털라이징하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김지영 : “원래 전공은 따로 있는데, 대학원에 가면서 스포츠마케팅으로 전공을 바꿨어요. 졸업 후엔 계속 그쪽 일을 해왔고요. 체육행정 업무도 하고, 마지막엔 사회공헌재단에서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창업도 했었고요.”

✚ 창업이요?
김지영 : “6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직장생활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창업이었어요. 한창 ‘4차산업’ ‘코딩’ 얘기가 많이 나올 때여서 코딩 공방을 차렸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접었어요.”

이성휘 :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보육교사도 잠깐 했습니다. 자격증을 따려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짬짬이 했고요.”

✚ 다시 일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이성휘 : “아이 낳고 허탈감을 많이 느꼈어요. 뭐라도 하고 싶은데,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그땐 제가 잉여인력 같았어요. 아이가 조금 더 컸을 때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김지영 : “우리 아이들도 때때로 ‘엄마의 일’은 뭐냐고 물어봤어요. 제가 육아로 직장생활은 쉬었지만 집에서 계속 공부를 했거든요. 집에서도 늘 바빴어요. 아이들이 보기에도 엄마는 늘 바쁜데, 정작 엄마의 직업은 없는 거예요.”

이성휘 : “어느 날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물어보더라고요. ‘나는 □□반인데, 아빠랑 엄마는 무슨 반이야?’ 남편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까 회사 이름을 붙여서 ‘아빠는 ○○반이야’라고 말했는데 저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얼떨결에 사는 아파트 이름을 붙여서 ‘엄마는 △△반이야’라고 말해버렸어요. 그때 뼈저리게 느꼈죠. ‘아, 나는 소속이 없구나’라는 걸요.”

김지영 :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아이들이랑 온종일 붙어 있는 게 힘들었어요. 잔소리만 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관계도 안 좋아지고요. 육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눈에 보이니까 친정어머니께서도 ‘차라리 나가서 일하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창업을 했던 것도 내 일을 하는 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겠구나 싶어서였어요.”

✚ 서여주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김지영 : “사회공헌재단이든 코딩 공방이든 그동안 해온 일이 교육쪽과 연결돼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일한다면 교육 분야에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대신 예전처럼 직접 강의하는 것 말고 기획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한테 그쪽 경력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정규직은 부담스럽더라고요.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에 서여주의 꿈이꿈틀 프로젝트 구인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김민자 : “좋은 강의를 마을에 유치하는 일을 오래 했어요. 알고 보니 그게 평생교육사가 하는 일이더라고요. 평생교육사가 돼야겠단 생각으로 지난 4월에 실습을 받았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일자리를 알아봤습니다.”

서여주는 올 3월부터 꿈이꿈틀 사업에 참여할 경단녀를 모집했고, 지난 4월 성휘씨를 책임매니저로 채용했다. 이어 지영씨와 민자씨가 5월, 6월에 합류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해당 사업이 끝나는 12월까지다.

✚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고려했던 조건이 있나요? 가령 업무시간이라든지….
김민자 : “계속 직장을 다닌 건 아니지만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왔던 걸 인정받고 싶었어요. 제가 해왔던 일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여주에서 제 활동들을 인정받은 거 같아 기뻤습니다.”

이성휘 :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서여주에선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가령 7시에 출근하면 4시에 퇴근하고, 8시에 출근하면 5시에 퇴근해도 된다. 주중 재택근무도 선택할 수 있다.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계약 조건도 다르다.

✚ 유연근무제가 영향을 많이 미쳤네요.
이성휘 : “신경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퇴근해서 30분이라도 더 아이와 놀아주려고 두 분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있어요.”

김민자 : “저는 주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 하루는 오롯이 저만의 시간인데,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웃음)”

 

✚ 이곳에서 각자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이성휘 : “저는 어린이 재능플랫폼 꿈이꿈틀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행정 전반 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김지영 : “재능플랫폼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론칭에 필요한 강의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김민자 : “9월에 플랫폼이 오픈하면 CS(Cus tomer Service) 전반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고요. 그전까지는 SNS 홍보, 설문조사 등을 맡아서 합니다.”

사실 키즈 플랫폼은 상당히 많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에듀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 시장 규모는 7조3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업계는 2025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해 2025년엔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인지 키즈플랫폼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1위인 교원뿐만 아니라 그 뒤를 쫓는 웅진씽크빅, 대교 등도 콘텐츠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존재감을 뽐내려면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서여주가 만들고 있는 꿈이꿈틀은 뭐가 다를까.

✚ 지금도 키즈 플랫폼은 많지 않나요? 꿈이꿈틀은 뭐가 다른 건가요? 
이성휘 : “‘엄마표’라는 점이 다른 플랫폼들과 차별점입니다.” 

✚ 엄마표요?
이성휘 : “꿈이꿈틀은 엄마들이 쌓아온 육아 경험 또는 본인의 전공을 살린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부모를 통해 아이의 재능을 강화해주는 게 주된 기능인데, 여기엔 학업 위주가 아닌 재능과 흥미를 살리는 콘텐츠가 중심이 될 것입니다.”

김민자 : “경단녀들의 노하우를 영상 강의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편할 겁니다. 전업주부라도 자기만의 육아 노하우가 있을 거잖아요. 그 역시도 강의로 만들어서 또 다른 엄마에게 도움을 주는 거죠.”

✚ 경단녀라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나요? 
김지영 : “차별화된 콘텐츠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 수익도 창출할 수 있나요?
이성휘 : “처음엔 활동비 명목의 계약금을 드립니다. 이후엔 콘텐츠 저작권료 등의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경단녀가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플랫폼이 될 수 있겠네요.
김민자 : “경단녀들이 ‘나는 이러이러한 노하우가 있다’고 말하면 그걸 어떻게 강의로 꾸릴지 계속 의견을 나누면서, 그들을 크리에이터로 데뷔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 어떤 플랫폼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이성휘 : “다시 일하고 싶은 엄마의 욕구를 해소하고, 아이의 재능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쉽진 않은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민자 :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분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가장 잘 살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 불과 얼마 전까지 경단녀였던 분들이 이젠 경단녀를 위해 일하는 셈이군요.
김지영 : “그런 셈이죠. 저는 과거에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거든요.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요.”

이성휘 : “오프라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들은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은 또 다른 영역이잖아요. 게다가 ‘데뷔’하는 거니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을 수 있어요. 꿈이꿈틀은 그런 분들이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김민자 : “실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면서도 ‘내가 아이를 키울 때 이런 게 필요했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 경험을 일로써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이성휘 : “우리 같은 경단녀들은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근무제가 있다면 더욱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모집하고 있는 PD는 주3일 근무제로 뽑고 있어요. 다양한 근무제가 있으니 용기내서 도전해보세요.”

✚ 다시 일해 보니 어떠신가요?
김민자 : “새로운 업무 시스템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차츰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보다 너무 오랜만에 일하는 거라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아요.”

김지영 : “소통해야 할 채널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대부분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길 때도 있고요. 바로바로 해결할 수 없어서 업무 속도가 더딘 것도 있는데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이성휘 :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김지영 : “아직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해보니 기획 쪽 일이 적성에 맞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디 소속되는 것보다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기획가로 참여하는 일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김민자 :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런 교육을 알리는 일이 저에겐 굉장히 보람된 일입니다.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언급했듯 세 사람은 올 12월로 계약이 끝난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어서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짧은 호흡이지만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엔 충분한 시간” “나의 업무 역량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꿈이꿈틀의 기틀을 다지는 동안 그들의 꿈과 열정도 꿈틀거린 셈이다.

이재은 서여주 대표는 “이번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내년도 사업을 준비 중이다”면서 “성사되면 계약 연장 등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단녀를 위한 플랫폼은 경단녀에게 어떤 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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