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인상 가능성 높아
생애 첫 주택 마련 LTV 완화했지만
저소득 청년에겐 무용지물…
공공임대 주택 공급 ‘뒷걸음질’
차별점 없는 일자리 정책 괜찮나

“청년의 꿈, 응원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약속이다. 실제로 20대 청년들에겐 희망의 사다리가 절실하다. 유례없는 팬데믹 속에 20대를 시작한 이들은 미래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정책 속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봤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대학 등록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대학 등록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개인 파산을 신청한 20대는 330명,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7594명에 달했다. 모두 역대 최대치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낙오자’란 낙인이 찍히는 20대가 가파르게 늘어났다는 건데, 이 때문인지 정부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4일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투자 실패로 위기에 처한 청년을 지원할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도 담겼다.

이 제도는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을 대상으로 한다. ▲채무과중도(소득·재산 감안)에 따라 이자 30~50% 감면 ▲임금 상환 유예기간(0~3년) 중 이자율 3.25% 적용 등이 골자다.

관건은 이 제도를 두고 반발 여론이 거세다는 점이다. 빚내서 투자한 청년을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착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또 “모두가 어려운데 왜 청년층만 지원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20대를 투자 시장으로 끌어들인 덴 국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면서 “빚 탕감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은 지양하되 ‘대환대출’이나 ‘서민금융지원’ 등 간접적 지원을 통해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파산 위기에 처한 일부 청년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대를 빚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등록금’부터 ‘주거’ ‘일자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높아진 등록금 인상 가능성 =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등록금이다. 2012년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값 등록금’ 제도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사립대 등록금(이하 연평균 8582달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8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국공립대 등록금(4792달러) 역시 27개국 중 8번째로 비쌌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학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는 2023년 상반기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고: 정부는 2010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등록금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를 무시하고 등록금을 지속 인상했다. 결국 정부는 2012년 ‘국가장학금 사업’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통제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예산 지급액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손보려는 국가장학금 2유형의 경우 평균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반발 여론이 커지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 “(등록금 인상을) 당장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은 시기의 문제”라며 우려하고 있다.

결국 정부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건 ‘국회’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금배지는 드물다. 일례로 21대 국회에선 ▲등록금 산정 기준을 현행 직전 3개 연도 물가상승률의 1.5배에서 1.2배로 조정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학점제 등록금제’ 확대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77건의 고등교육법 개정안 중 가결된 건 단 4건(대안반영폐기 18건·철회 1건)에 불과한데, 여기에 등록금 관련 내용(코로나19 원격 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 내용 제외)은 한건도 담기지 않았다.

■ LTV 완화 둘러싼 우려 = 주거 지원 정책도 부실하다. 일례로 정부는 청년의 생애 첫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8월 1일부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현행 50 ~70%에서 최대 80%까지 높여주는 게 골자다. 또 대출 한도도 현행 최대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여줬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앞서 7월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1억원(기존 2억원) 이상인 차주借主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는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LTV 규제가 풀리더라도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은 DSR 규제에 발목이 잡혀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셈이다.[※참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청년층의 DSR 산정 시 미래소득 반영을 확대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는 올해 3분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 제도를 두고 또 다른 비판도 나온다. LTV 규제 완화가 되레 “금리 인상기에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선 대출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윤 정부의 공공임대 주택 공급 계획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는 연평균 10만호, 임기 내 총 50만호의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앞선 문재인 정부의 목표치인 연평균 14만호 공급에 못 미치는 수치다.

청년층을 위한 법안을 고심해야 할 국회도 두손 놓고 있다.[사진=뉴시스]
청년층을 위한 법안을 고심해야 할 국회도 두손 놓고 있다.[사진=뉴시스]

■ 일자리 정책은 어디에 = 일자리 문제는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정부가 6개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그중 하나로 ‘청년 일자리 맞춤형 지원 대책’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특별한 게 없다. ▲청년 특화 취·창업 지원 확대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 및 교육 기회 확대 ▲공정한 기회 보장 위한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이 전부다. 

되레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은 축소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9월 시작한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무총리실 주도로 이뤄진 민관협력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다. 여기엔 삼성전자·현대차·SK· LG·포스코·KT 등 6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향후 3년간 17만9000여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카카오 등 2개 기업이 추가로 참여했다. 특히 카카오는 향후 5년간 2만개 이상의 일자리(1만개) 창출 및 인재 육성(1만개)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 7월 청년희망온 프로젝트가 폐지될 거란 보도가 나왔다. 김현정 민주당 비상대책위원도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민생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사업”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아 민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청년희망온 프로젝트를 중단한 건 아니다”면서 “기존 참여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은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추가 사업 확대는 정부의 다른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청년희망온 프로젝트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던 당초 계획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이처럼 청년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깊은 고민 없이 나온 정책이거나,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기 일쑤다. 비단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펼쳐야 할 국회도 두손 놓고 있다. ‘20대가 벼랑 끝에 놓였다’고 모두가 입을 모으지만,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