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높은 지역 빌라 낙찰된다면
누군가는 집을 사들이지만
누군가는 보증금 잃는 위험 겪을 수도

금리가 오를 때 ‘현금부자’가 주목하는 곳은 경매 시장이다. 대출 이자를 이기지 못하고 나오는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아파트는 그래서 경매 시장이 시들해도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증금을 잃는 세입자들도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경매 시장의 두 얼굴을 취재했다. 

금리가 오르면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한 주택들이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사진=뉴시스]
금리가 오르면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한 주택들이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사진=뉴시스]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개월 내내 오르기만 했다. 2022년 새해가 돼서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변동률 ‘제로’를 기록했다. 1년 7개월 만에 멈춰선 거였다. 그때부터 매매가격지수는 차츰 내려갔다. 2022년 2월 0.08포인트를 시작으로 7월이 될 때까지 매매가격지수는 6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당분간 다시 반등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떨어지는 동안 금리가 인상됐다. 2022년 1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8월 2.50%로 두배가 됐다. 이 수준의 기준금리는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기준금리가 2배가 됐다는 건 대출이자도 그만큼 뛰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리 없다. 주택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솟구친데다, 감당해야 할 이자가 늘어서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사려는 결정을 내리려면 눈 뜨면 오르는 물가와 크게 늘지 않는 소득까지 고려해야 한다. ‘비싼 집’을 ‘비싸진 이자’를 주고 사는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 

이럴 땐 경매 시장도 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 경매 역시 돈이 있어야 낙찰받을 수 있는 건 마찬가지라서다. 다만, 기회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경쟁이 치열해 서로 높은 금액을 부르던 상황이 사라지면 가격이 꺾이게 마련이다. 평소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이 가정을 경매 매각가율로 확인해보자. 매각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중으로 100% 이하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뜻이다. 2021년 1~8월 서울 소재 아파트 매각가율은 110.7%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지만 2022년 1~8월엔 92.5%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의문❶ 경매와 이슈 = 그럼 경매 시장은 정말 ‘기회의 시장’이 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경매 매각가율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역이나 주택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다.

가령, 부동산 시장을 흔들 만한 이슈가 있는 곳은 매각가율이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이는 ‘집을 살 만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또다른 어떤 곳은 매각가율이 떨어졌지만, ‘살 만한 가치’가 없다. 이는 되레 ‘전세 세입자’에게 위기로 작용한다. 

아파트 매각가율을 다시 보자. 2021년 1~8월 평균 110.7%였던 아파트 매각가율이 1년 뒤인 2022년 1~8월 92.5%로 18.2%포인트 하락한 건 매각가율이 떨어진 지역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양천구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에선 아파트 매각가율이 하락했다. 그럼 양천구만 매각가율이 상승한 까닭은 뭘까.[※참고: 2021년 109.2%였던 양천구의 아파트 매각가율은 2022년 111.7%로 2.50%포인트 올랐다.] 

답은 재건축 이슈 때문이었다. 경매에서 낙찰된 양천구 소재 아파트의 예를 살펴보자.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던 목동 신시가지 11단지 아파트는 2020년 감정가 대비 31.5% 더 비싼 값에 낙찰됐다. 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지 못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지만 재건축 이슈가 실거래가를 끌어올린 결과다. 이는 경매 시장에서도 ‘돈 있는 사람’이 가치 있는 집을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사한다.

■의문❷ 경매에 숨은 위험 = 이번엔 연립다세대 주택 경매 시장의 통계를 살펴보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매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강서구다. 2022년 1~8월 강서구 연립 다세대 주택 경매 건수는 830건이었다. 

2021년 같은 기간 683건의 경매 건수와 비교하면 21.5% 늘어났다. 2022년 서울 연립다세대 경매 건수가 평균 101건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강서구의 연립다세대 주택 경매는 8배 이상이었다.

경매 건수는 증가했지만, 매각가율은 76. 2%에서 74.8%로 떨어졌다. 강서구에서 경매로 나온 주택의 가치가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이런 주택들은 더 떨어진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하는 이들’을 망설이게 만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전세 세입자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강서구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은 94.6%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는 거다.

전세가율이 높은 연립다세대 주택이 경매에서 매각된다는 건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사진=뉴시스]
전세가율이 높은 연립다세대 주택이 경매에서 매각된다는 건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사진=뉴시스]

이런 연립다세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74.8%’의 매각가율로 낙찰되고 이 집에 전세 세입자가 있다면 그 세입자는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다. ‘빚 있는 집주인’ 때문에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불안감도 크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 세입자들중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비중은 각각 25.9%, 26.2%로 다른 주택 유형과 비교했을 때 더 컸다.

정부 역시 전세 보증금(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ㆍ수도권 기준 최대 5000만원)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그조차 보증금의 일부일 뿐이다. 누군가 경매 시장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얻을 때 누군가는 보증금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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