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허약한 근거와 통계 오류
임대차 2법만이 임대시장 흔들었을까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임대차 2법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이 임대차 2법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인데, 정말 이 법은 시장을 교란했을까. 더스쿠프가 임대차 2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냉정하게 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임대차 2법 폐지를 주장해왔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임대차 2법 폐지를 주장해왔다.[사진=뉴시스]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상한제가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7월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요구권, 임대료 상한제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TF팀을 만들고 2개 법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용역도 공동 발주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토부는 ‘시장정상화를 위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금의 임대차 시장은 비정상적이란 판단에서 나온 말이었다. 달리 말하면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가 시장의 ‘비정상화’를 이끈 주범이라는 게 현 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7월 20일 윤 대통령은 “전월세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임대차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하고 정부도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6월 29일 “일방적으로 졸속으로 만들어 놓은 2개 법안(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 상한제)을 폐지할 것”이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렇게 “임대차 2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법안 때문에 임대인-임차인간 분쟁이 늘고, ‘전세가격 상승’ ‘전세의 월세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비판한다. 

■ 체크❶ 분쟁 늘었나 = 그럼 임대차 2법은 정말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놓은 걸까. 비판이 나오는 분쟁 건수부터 확인해봤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의 주택임대차분쟁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2515건, 2019년 2192건이었던 분쟁 조정 신청은 2020년 1536건, 2021년 1635건으로 되레 줄었다.

물론 ‘임대차 2법’과 관련이 있는 ▲계약갱신ㆍ종료 ▲임대차기간과 관련한 분쟁은 같은 기간 늘었지만, 줄어든 분쟁도 있다. ▲주택ㆍ보증금반환 ▲유지ㆍ수선의무와 관련한 분쟁은 2019년보다 2020년, 2021년에 감소했다. 이는 임대차 2법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주장을 뒤집는 통계다. 

■ 체크❷ 전세가격 올랐나 = 또 다른 비판인 ‘전세가격 인상’의 사실관계는 어떨까. 임대차 2법이 전세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2년에 한번씩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었던 집주인들은 이제 4년간 5% 초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게 됐다. 그러니 한번 계약할 때 차후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받을 것을 대비해 4년치 전세가 상승분을 미리 받으려고 할 것이다. 전세 보증금의 상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럴까.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가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임대차 신고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전체 갱신계약은 2만3705건이었고, 그중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67.8%였다. 전세와 월세로 구분하면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 계약 비중은 전세 71.9%, 월세 53.8%를 각각 차지했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면 법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갱신 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도 5% 이하로 임대료를 인상한 갱신 계약도 있었다. 같은 집주인과 같은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다시 체결할 때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계약이 있었다는 거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원만히 합의한 셈인데, 이 계약까지 합치면 갱신 계약 중 임대료 인상률 5% 이내로 계약을 체결한 갱신 계약 비중은 77.7%까지 늘어난다. 전세와 월세로 다시 세분해서 보면 전세갱신 계약은 이 비중이 81.6%, 월세인 경우 64.4%다.

임대차 2법이 전월세 시장을 교란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계약 10건 중 3건은 ‘올릴 수 있는데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의 도입이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친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란 얘기다. 

이는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1월 104.05에서 6월 104.02로 떨어졌다.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의 전세가격지수도 같은 기간 하락하거나 유지됐다.

KB통계는 100.0(2022년 1월)→ 100.8(5월)→100.9(6ㆍ7월)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6ㆍ7월 유지됐지만 일부 지역(서대문구ㆍ성동구ㆍ성북구)의 지수는 5월 대비 0.2~0.3포인트 떨어지기도 했다.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7월 한달간 -0.05%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예상한 임대차 2법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 대란은 8월이다. 2020년 8월부터 적용됐던 계약갱신요구권이 힘을 잃는 시기가 2022년 8월이라서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1~2개월만 버티면 신규 계약이 가능해 높은 임대료를 부를 수 있는데도, 임대료를 낮춰 계약했다는 거다. 임대차법만으로 임대료 증감을 섣불리 논할 수 없는 이유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계약은 8월부터 만료가 시작된다. 세입자들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해왔다.[사진=뉴시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계약은 8월부터 만료가 시작된다. 세입자들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해왔다.[사진=뉴시스]

■ 체크❸ 전세의 월세화 부추겼나 = 그렇다면 전세의 월세화는 임대차 2법 때문일까. 이 법이 전세의 월세화를 부채질한다는 논리의 근거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회피한다는 거다. 임대차 2법에 막혀 전세 보증금을 많이 올릴 수 없으니,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숱할 것이란 얘기다. 결국 전세로 나올 주택이 월세, 반전세로 전환된다는 건데, 통계는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 

5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38.3%는 월세였다. 임대차법이 도입되기 전인 2020년 6월 월세 거래 비중이 25.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의 월세화’란 주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다만 이 현상이 임대차법 때문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월세 비중이 전체 임대차 계약의 40%에 육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2016년이다. 그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40.8%에 육박했다. 2016년 평균으로 보면 34.6%에 달했다.

당시 원인으로 지목된 건 ‘초저금리(기준금리 1.25%)’였다.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게 당시 업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2016년과 완전히 다르다. 2020~2021년의 기준금리는 1.25%보다 더 밑이었고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하고 있다는 지금(2022년 7월) 기준금리는 2.25%까지 인상됐다.

이는 갈수록 치솟는 이자 때문에 ‘전세’를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6년엔 집주인이 전세의 월세화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임차인이 월세를 원할 공산이 크다는 거다. 결국 전세의 월세화와 임대차법의 인과관계는 약하다는 얘기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임대료는 반드시 지가地價에 연동된다”며 “부동산 매매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전월세가가 함께 올랐던 것이고 지금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져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 소장은 “임대차 ‘법’을 임대 시장 불안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기에는 ‘돈’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임대차법으로 몰아가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꼬집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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