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물꼬 텄지만 본업 문제
본업 회복까진 시간 필요해

코로나19로 공실이 넘쳐났던 호텔업계가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다각화 전략도 회복세를 한몫 거들고 있다. 가정간편식(Food)을 전면에 내세우고, 시니어(Senior) 사업을 과감하게 펼친 게 ‘반전의 물꼬’로 작용했다는 거다. 하지만 본업이 회복되지 않는 한 다각화 전략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호텔업계가 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호텔업계가 사업 다각화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많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많아야 살아나는 항공ㆍ여행ㆍ면세산업이 더 큰 고통을 받았다. 회복하나 싶으면 다시 고개를 드는 바이러스 탓에 시름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 호텔업도 그중 하나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국내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해 3월까지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액만 580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쏟아졌다. 주가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호텔신라 주가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8일 10만8500원이었지만, 같은 해 6월 29일엔 장중 최저가인 6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관광객 수요가 뚝 끊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내 투숙객 유치마저 쉽지 않은 탓이었다.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0년 1분기 호텔신라 호텔ㆍ레저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9.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8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31억원, 7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분기 만에 실적이 곤두박질친 셈이다.

80%대를 유지하던 서울호텔 투숙률 또한 절반도 차지 않는 40%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20년 1분기에 63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도 전년 동기(-275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커졌다.

그렇게 고난의 시절을 보낸 호텔업계가 최근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2분기 호텔신라 호텔ㆍ레저부문(신라호텔)은 흑자전환(284억원)에 성공했다. 매출은 15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했다.

호텔롯데 호텔사업부(롯데호텔)도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진 못했지만, 2020년 1544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올 2분기 4059억원까지 늘었다. 투숙률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신라호텔의 서울호텔과 제주호텔의 투숙률은 각각 43.0%, 77.0%였는데 올 2분기 57.0%, 81.0%까지 상승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국면에서 호텔업계는 어떻게 전환점을 마련했을까.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엔데믹(en demicㆍ풍토병화)시대가 도래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호텔들이 선택한 ‘다각화 전략’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 2년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롯데호텔 1979’를 론칭해 1호 상품으로 허브 양갈비를 출시했다. 현재는 2호 상품을 구상 중이다. 

가정간편식은 최근 호텔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신라 다이닝 앳 홈’을 출시했고, 조선호텔은 그보다 앞서 2020년 가정간편식 사업을 시작했다. ‘조선호텔’ 브랜드를 내세워 유니짜장, 삼선볶음밥 등 중식당 홍연의 메뉴들을 밀키트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최근에 한식당의 삼계탕을 제품으로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한식을 비롯해 카테고리별로 밀키트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통해 가정간편식 사업을 확대했다. 대한민국 제13대 조리명인인 박태운 셰프를 비롯해 경력 10년 이상의 63레스토랑 셰프들이 자체 개발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셰프레이블(Chef Labels)’을 론칭한 거다. 셰프레이블에선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간편 요리를 선보인다. 

가정간편식 말고도 호텔업계의 다각화 전략은 더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호텔의 또 다른 전략인 시니어 사업은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호텔은 지난 4월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브이엘)’을 론칭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뉴(New)시니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노년층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일종의 레지던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전문의료진이 개인맞춤형 헬스케어와 건강 식단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호텔은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선호텔은 중식당 메뉴에 이어 한식 메뉴도 밀키트로 출시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조선호텔은 중식당 메뉴에 이어 한식 메뉴도 밀키트로 출시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호텔업계가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본업이 잘돼야 한다. 이는 호텔업계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호텔을 많이 이용하면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야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고 밝혔다.

한진수 경희대(호텔경영학) 교수는 “호텔산업이 정상화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그때까진 체질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호텔산업은 다른 산업과 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회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만큼 회복이 더디다. 무엇보다 하늘길이 열리고 관광산업이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데, 보수적으로 봤을 땐 내년 하반기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가정간편식을 만들고, 배달서비스를 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호텔은 객실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개별여행객(FIT)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다면 회복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업계는 언제쯤 ‘찐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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