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수혜주 여행업
꿈틀거리는 여행상품 주문량
회복 늦추는 부담요소들

2년간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하늘길을 꽁꽁 막았던 특별여행주의보도 풀렸다. 억눌렸던 사람들은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행업 주가가 꿈틀거린다. 이 때문인지 미국 델타항공의 올 1분기 실적 회복세가 국내 여행업계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3일 특별여행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3일 특별여행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글로벌 항공사인 델타항공이 지난 13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93억5000만 달러(약 11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9년 매출의 89% 수준까지 회복했다. 오미크론 여파로 7억80 00만 달러의 적자를 보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표였다.

주목할 건 운항 재개다. 델타항공의 1분기 운항 캐파(capa)는 2019년 대비 83%까지 상승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3월 한달만 보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면서 “3월 역대 최대 수준의 항공편 예약을 기록했고, 3월 국내 출장과 해외 출장은 각각 70%, 5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대감에 델타항공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항공업은 대표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re-opening) 수혜주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ende mic)으로 전환하면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어서다. |

이 때문인지 국내 여행업도 기대감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는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해 3월 23일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되면서 하늘길이 사실상 막혔고, 그 결과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국내 대표 여행업체들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2019년 6146억원을 기록했던 하나투어의 매출은 2020년 1096억원으로 82.2% 쪼그라들었다. 7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149억원이란 적자로 돌변하면서 하나투어를 집어삼켰다.

이런 침체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402억원의 매출과 12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직원 수도 2020년 2226명에서 118 0명으로 47.0%나 줄었다. 뼈를 깎는 시간을 보낸 거다. 


모두투어도 마찬가지다. 2019년 2932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542억원, 2021년 138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20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도 2020년 206억원의 손실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엔 233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리오프닝 수혜주인 여행업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리오프닝 수혜주인 여행업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렇게 코로나19 국면에서 고전하던 여행업에 최근 봄바람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상품 주문이 부쩍 늘어난 건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모두투어는 지난 10일 GS홈쇼핑에서 ‘두바이 시티투어+터키 일주·스페인 일주’ 패키지를 판매했는데, 8800콜(3500건)에 12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장거리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별 여행상품만이 아니다. 전체 예약률도 증가세를 띠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4월 1~15일 예약률은 한달 전(3월 1~15일)과 비교해 250%나 증가했다”면서 “5월 중순 이후와 여름 성수기인 7~8월, 그리고 추석 시즌에 항공노선이 증편될 것에 맞춰 항공사들과 전세기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적극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측도 “아직 정확한 회복 시점은 예상할 수 없지만 이전에 비해 여행상품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사이판·괌·하와이 등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밝혔다.

여행업 주가도 상승세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17일 5만6400원에 거래됐지만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그해 3월 23일 2만8200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랬던 이 회사의 주가는 특별여행주의보가 해제된 지난 4월 13일 8만6100원으로 뛰어올랐다. 리오프닝 기대감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모두투어(2만4350원·이하 4월 13일 기준), 레드캡투어(2만3800원), 참좋은여행(1만5150원), 노랑풍선(1만4150원) 등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여행업 전반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안진아 이베스트 애널리스트는 “항공 운항편이 비정기적으로 편성돼 공급되고 있는 만큼 출입국 수요가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여행 수요로 이어지는 건 항공기 정기편 편성이 확정되는 6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항공기 정기편이 연말까지 2019년 대비 50%까지 회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건 2023년 무렵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참고: 지난 6일 국토부는 올해 안에 국제선 항공편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50% 수준까지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회복 시점을 3분기 이후로 전망했다. “개별 여행사가 항공사 공급 좌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일본 여행 재개 시점이 3분기 이후로 미뤄진다면 여행산업  회복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서비스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공급이 억눌린 여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항공료·호텔비가 크게 치솟은 데다 유류할증료도 부담스럽다. 오는 5월 대한항공 국제선의 유류할증료는 편도거리 기준 거리에 비례해 최대 25만6100원이 부과된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50만원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최대 19만7900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비싼 유류할증료는 한동안 부담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참고: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대 3만4800원이었다.]


그래도 여행업 전반에 기대감이 감도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훈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의 여행업은 이미 정상궤도에 올라섰다”면서 “그것보단 늦지만 우리 여행업도 내년엔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그동안 흩어졌던 인력과 시스템 등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회복 시그널이 분명한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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