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호텔신라
중국 면세점 시장 진출

올해 호텔신라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2020년의 악몽’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비용 절감 덕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기세는 2분기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면서 호텔신라에 주식시장의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호텔신라는 또다시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 호텔신라가 중국 하이난海南성의 신생 면세점과 MOU를 체결한 이유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중국 하이난의 신생 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사진=호텔신라 제공]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중국 하이난의 신생 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사진=호텔신라 제공]

변수는 ‘백신’이었다. 국내에 코로나19 백신이 본격 보급화한 지난 5~6월 유통가엔 ‘보복소비(외부요인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현상이 나타났고, 해외여행 재개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백신’에 장단을 맞추긴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였는데,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 종목 중엔 면세업과 숙박업을 함께 전개하는 호텔신라도 있었다.[※참고: 호텔신라의 사업부는 면세(신라면세점), 호텔·레저(신라호텔·신라스테이·신라모노그램·VANTT 등)부문으로 나뉜다.]

2020년 11월 이후 반년 넘게 8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호텔신라의 주가는 5월부터 9만원대로 오르더니, 5월 31일엔 10만15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호텔신라가 깜짝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너무 들떴던 탓일까,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7월 이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일어나면서 강력한 집합금지 제재가 이뤄지자 잘나가던 호텔신라의 주가는 한풀 꺾였다. 휴가철인데도 여행은커녕 호캉스조차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어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호텔 예약률이 떨어졌다”며 “친구들끼리 모여 호캉스로 기분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집합금지 때문에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2020년 사상 첫 적자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호텔신라의 고민은 깊어졌다. 지난 1분기 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는데, 이는 면세사업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한 덕이 크다. 인천국제공항이 임대료를 감면한데다 올초 제1여객터미널(T1) 구역에서 신라면세점을 철수한 게 흑자의 발판이 됐던 거다.

면세점 업계에선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돌아오고 중소형 따이공을 중심으로 객단가가 오른 것도 호텔신라 실적 회복의 요인”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순 없다. 어쨌거나 올해 안에 해외여행 재개를 통한 면세산업의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려워서다.

이 때문인지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이후의 먹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신라면세점의 중국 하이난海南성 진출을 통해서다. 호텔신라는 지난 7월 21일 하이요우면세점과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하이요우면세점은 2020년 12월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시내 면세점으로, 규모가 9만5000㎡(약 2만7878평)에 달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향후 합작사를 설립해 상품 소싱, 시장개발, 상품 공동개발, 인적교류 등을 협력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청사진만은 기대를 모을 만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MOU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고객층을 다변화할 수 있다”며 “신라면세점의 운영 노하우와 하이요우면세점의 성장성을 합치면 의미 있는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호텔신라의 중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선 호텔신라의 중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텔신라의 중국 진출을 두고 증권가에선 일단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하이난 시장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특히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소싱 능력이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시내면세점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운영한 경험이 있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위험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하이난성에 지난 1월까지 신규 면세점 6개가 들어서는 등 중국 면세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건 다소 부담스럽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위 사업자인 신라면세점이 중국 신생업체를 통해 얼마나 효과를 볼지도 지켜볼 일이다.

최근 호텔신라가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은 나쁘지 않다. 매출은 1분기 대비 31.1%(7271억원→9534억원), 영업이익은 74.6% 증가(265억원→463억원)했다. 숱한 리스크에도 호텔신라가 코로나19 국면을 잘 돌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호텔신라는 여세를 몰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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