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신진식 작가의 ‘환기된 차원’展

기정사실화된 어제 뉴스, 2007-2022 1.[사진=공간서울 제공]
기정사실화된 어제 뉴스, 2007-2022 1.[사진=공간서울 제공]

상업적 갤러리에서 파는 회화 작품의 크기는 대부분 20~30호다. 하지만 미술계에는 다양한 크기의 회화작품 혹은 조각작품이 존재한다. 가령, 아니시 카푸어의 거대한 작품을 보면 이게 건축인지 조각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비단 크기만이 아니다. 미술계엔 마치 사진과 같은 극사실주의 작품도 있지만, 몇개의 선만으로 마무리한 작품도 존재한다. 그만큼 표현 범위가 제약된 캔버스에서 수많은 작가는 수세기에 걸쳐 창조성을 뽐내왔고, 평론가들은 이를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작가의 다양한 사고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런 사고는 작가의 세계관이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형이상학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들은 종종 ‘초현실주의’에 입각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대중이 정상적인 사고나 언어론 다가갈 수 없는 세계를 자신의 회화적인 기법으로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예는 생각보다 많다.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 또한 그 기괴함이나 깊이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성의 또다른 예는 아마도 ‘대작大作’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구로 ‘대작’을 그리고 싶어 하지만 그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서다. 작품을 완성한 후에도 걱정이 남는다. 대작 회화작품은 크기가 커서 전시공간이 넓지 않으면 작품을 설치할 수조차 없다. ‘대작’이란 말을 들으면 필자의 머리에 거대함이라는 단어와 함께 숙연함이 떠오르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문질러 얼버무린 진실, 2006-2022.[사진=공간서울 제공]
문질러 얼버무린 진실, 2006-2022.[사진=공간서울 제공]

대작은 이처럼 작가에겐 무거운 일이지만, 대중에겐 ‘특별함’을 선물할 수 있다. 대작 특유의 ‘스펙터클함’은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와 느낌을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어쩌면 그건 대작이 만들어내는 대중과의 공유와 호흡일 것이다.

사설이 길었다. 이제 전시회 이야기를 해보자. ‘몰입형 회화’란 개념으로 12년 만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낸 신진식 작가의 전시회 ‘환기喚起된 차원次元’이 9월 30일까지 서울 충무로 ‘공간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 신진식 작가는 이례적으로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단 두점의 작품만 전시한다. 작품은 각각 가로ㆍ세로 6m, 가로 4mㆍ높이 7m의 크기다. 캔버스 1000호의 사이즈가 5.3×2.9m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신진식 작가의 이번 대작은 기존 작품이 보여주던 관습의 틀을 깨뜨린다. 알게 모르게 관람객의 마음에 들어차 있는 회화나 조형의 고정관념이나 한계도 무너뜨린다. 이런 창조적 도전 자체가 이번 전시회의 의의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일반적인 인식과 한계를 깨고 새로움이란 개념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신진식 작가의 전시회를 추천하는 이유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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