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김종백 화백의 결

김종백, 결2022-6, 100.5×69.5㎝, 종이에 주사,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김종백, 결2022-6, 100.5×69.5㎝, 종이에 주사,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아트 세계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 글이 많다. 전세계 미술평론가들은 미학·심리학·역사학 등 지식 도구를 동원해 작가와 미술세계에 의미를 투영하고, 그런 글들은 갖가지 형태로 미술계에 퍼져나간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시회의 벽면을 장식하는 미술평론가나 미술전문기자의 소개글이다. 

다만, 그 글을 보면 너무나 진지하고 무거워서 한글로 썼는데도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글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미술계에서도 나온다. 난해한 소개글이 정작 일반인이 미술에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난해한 소개글은 전시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고 말이다. 특유의 난해함이 초보 미술관람객에겐 불편할지 모르지만, 작가의 생각을 해설하고 전달하는 데 ‘소개글’만 한 도구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소개글을 쓰는 행위를 ‘제의提議(의견을 내놓음)의 일환’이라고 분석하는 평론가도 있다. 

김종백, 겹2022-2, 214×150㎝, 종이에 먹,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김종백, 겹2022-2, 214×150㎝, 종이에 먹,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소개글을 일종의 ‘제의’로 보는 시각의 중심엔 작품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종교인들이 신의 계시를 받은 후 진행하는 종교행위와 유사하기 때문에 작품을 평하는 소개글은 진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 배척할 만한 주장은 아니다. 상당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진리·우주·근원이란 테마를 넣는다. 철학자나 종교인처럼 ‘성찰’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대하는 작가도 숱하다. 그래서 필자는 소개글이 일정 부분 난해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필자가 서문을 이렇게 길게 쓴 덴 나름으로 ‘김종백’이란 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갤러리 토포하우스는 9월 25일까지 김종원 화백의 서예개인전 ‘결’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는 결기 넘치는 작품을 상당수 내놨다. 김종백 화백의 작품 스타일은 독특하다. 

서예가 갖는 제의적인 역할과 추상회화적인 표현법을 함께 녹여낸 작품은 글씨 같기도 하고, 종교적 상징물 같기도 하다. 서예의 동양적 기법을 서양화와 연계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김종백 화백의 작품처럼 둘의 기법을 균형 있게 다룬 작품은 흔치 않다. 그만큼 김종백 화백의 작품에선 과거로부터 이어온 서예와 시각예술적인 요소의 결합이란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김종백, 올2022-8, 100.5×69.5㎝, 종이에 먹,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김종백, 올2022-8, 100.5×69.5㎝, 종이에 먹, 2022.[사진=토포하우스 제공]

김종백 화백은 이를 ‘주술적 주문’이라고 표현했다. 서예를 통해 만들어낸 글자는 읽을 수 있고, 그 안에 뜻을 담을 수 있다. 반면, 그림은 색과 형태를 통해 회화적인 언어로 작동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서예와 회화를 결합한 김종백 화백은 ‘글씨 위에 또 다른 글씨’를 주술적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을 땐 ‘행간’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글과 글 사이에 숨은 의미를 포착하라는 의미일 거다. 김종백 화백의 작품이 꼭 그렇다. 글씨 위에 글씨를 얹은 듯, 작품을 보면 그 행간이 궁금해진다. 새로운 의미와 기획으로 기존에 없는 가치를 만들고 있는 이들에게 이번 전시를 추천한다. 서예가 주는 시각적 감동에서 또 다른 영감을 얻을지 모를 테니….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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