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전원근ㆍ박수정ㆍ앤디 하우드 3인展

Won Kun Jun, Untitled Dot 1, 2008, Acrylic on canvas, 100×80㎝.[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Won Kun Jun, Untitled Dot 1, 2008, Acrylic on canvas, 100×80㎝.[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회화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색에 중점을 뒀다. 반복적 수행을 축적해 놓은 화면에 회화적 언어를 담아냈다.” 비비안초이갤러리가 9월 1~30일 개최하는 전원근ㆍ박수정ㆍ앤디 하우드 3인전 ‘색면 추상; 빛 너머의 색 The Abstract Field of Color; Color Beyond the Radiance’의 중심 콘셉트다.

작가 세명은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전원근 작가는 독일, 박수정 작가는 미국 캘리포니아(LA), 앤디 하우드 작가는 호주 브리즈번이 주요 무대다. 

1990년대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전원근 작가는 ‘색’이란 회화의 근본적인 물성을 이용해 단색의 추상적인 영역과 색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절제된 단색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A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박수정 작가의 작품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예술 운동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Movement’과 궤를 함께한다. 

호주 태생의 앤디 하우드는 브리즈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15년 이상 시드니ㆍ마드리드ㆍ런던ㆍ오스트리아의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2020년 ‘9 to the Power of 9(2)’이란 작품이 브리즈번 미술관의 전시인 ‘Bauhaus NOW’에 포함되며 미술관 큐레이터와 세계 컬렉터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Andy Harwood, Portal(Aqua Green Dioxazine Purple Magenta), 2022, synthetic polymer on canvas, 102㎝×102㎝.[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Andy Harwood, Portal(Aqua Green Dioxazine Purple Magenta), 2022, synthetic polymer on canvas, 102㎝×102㎝.[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이처럼 세명의 활동 공간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회화의 근원 요소인 점ㆍ선ㆍ면ㆍ색을 기초로 삼고 있다. 이들의 회화는 기하학적이거나 또는 색면(color field)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뭇 절제된 표현으로 형태는 단순하지만 추상회화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색은 남다른 면이 있다. 무엇보다 기본색상의 물감을 섞어서 자신만의 색상을 만들어낸다. 색을 칼로 흠집을 내서 만든 공간과 결합해 빛의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색과 색의 미묘한 음영 차이에서 형성되는 색의 스펙트럼을 통해 색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들은 색과 빛이 관람자의 의식과 반응하면서 생기는 공감각적 경험을 탐구한다. 

이처럼 색을 수없이 바르고 긁어내고 다시 색을 채우는 과정의 반복은 재료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예술가의 경지를 가늠케 한다. 그 수행의 과정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서인지, 작품을 보면 숙연한 정신적 울림을 느낄 수 있다. 

Soo Jung Park, Prim-Rosas 2022, Ink, pigments on plexiglas, 40.64×43.18㎝.[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Soo Jung Park, Prim-Rosas 2022, Ink, pigments on plexiglas, 40.64×43.18㎝.[사진=비비안초이갤러리 제공]

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색을 통해 볼 수 있는 미학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전시를 많이 접하지 않은 관람객이라도 작품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색을 통해 드러나는 작품의 품격이 쉽게 전달된다. 아마도 이번 전시를 디렉팅할 때 ‘비구상 작품도 회화작품만큼 친근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채로운 능력을 원하는 시대다. 그래서 때론 힘겹고 버티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핵심가치나 핵심요소 하나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를 추천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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