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카카오뱅크

지난해 8월 9만원대를 웃돌았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1만7000원대로 하락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9만원대를 웃돌았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1만7000원대로 하락했다.[사진=뉴시스] 

은행은 물론 주식시장까지 흔들었던 카카오뱅크의 모습이 1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미래 전망마저 밝지 않다. 성장 가도를 달려온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지난 15일 터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고객의 신뢰에도 금이 가고 있다. 불난 집에 더 큰 불이 난 카카오뱅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은행권 메기가 주식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를 두고 하는 말이다. 5만3700원으로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날 상한가(6만9800원)를 기록했다. 공모주가 3만9000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상장 첫날에만 78.9%가 상승한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금융주 시가총액 순위도 흔들었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19억원으로 금융주 시총 1위 KB금융(21조7051억원)을 12조원가량 웃돌았다.

그만큼 카카오뱅크의 IPO 소식은 뜨거운 이슈였다. 이는 일반 청약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총 186만44건의 청약이 이뤄져 경쟁률은 182.7대 1을 기록했다. 청약에 모인 증거금만 58조302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국내 IPO 사상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카카오뱅크가 2017년 출범 이후 가파른 성장 가도를 내달린 결과였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137억원에서 2021년 1136억원, 지난해엔 204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상승세는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풀 꺾였다.[※참고: 당시 한은은 물가상승 압력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 불균형을 금리 인상의 이유로 꼽았다.] 그해 9월 7만원대로 떨어진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후 5만원대에서 6만원대를 오르락내리락했다.

해가 바뀐 이후에도 주가 하락세는 계속됐다. 올 1월 4만원대로 떨어진 주가는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했고, 5월 3만원대, 9월 2만원대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0월 13일 1만 6550원을 기록하며 최저가를 경신했다. 이는 최고가 대비 82.0%, 공모가와 비교해도 57.5% 떨어진 가격이다.

그사이 40조원을 웃돌던 시총은 14조86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참고: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 19일 1만7400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자 카카오뱅크는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7일 ‘주주분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주주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2022년 회계결산을 승인하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의 실행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도 발 벗고 나섰다. 윤 대표의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 카카오뱅크 임원 12명이 자사주 5만685주를 사들였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첫째 이유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다. 강승건 KB증 권 애널리스트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성 장률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플랫폼 수익을 포함한 비이자 수익의 성장세도 정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의 전망도 비슷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신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이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서의 경쟁력을 갖춘 건 사실이지만, 실적은 당분간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다.” 그러자 주요 증권사는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DB금융투자는 지난 7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 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34.1% 하향 조정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실적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둘째 이유는 ‘뒷배’ 카카오의 부진이다. 증시 침체의 영향으로 성장주인 카카오의 주가가 부진하자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먹통이 되자 연계된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이는 큰 문제다. 비대면 거래를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이 한 순간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고객들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뱅크가 지난 19일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상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의견은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마진을 지적한 직후인 지난 8월(최대 0.8%포인트 인상)을 제외하곤 예·적금 금리를 0.2~0.4%포인트씩 인상한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행보인 셈인데, 카카오뱅크가 고객 이탈을 의식해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차질을 빚었던 카카오 연계 서비스는 모두 정상화됐다”며 “별도의 데이터센터를 전국 3곳에 운영하고 있고, 금융 시스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만간 개인사업자를 위한 뱅킹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주가 부진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참고: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카카오뱅크는 전산센터를 별도로 두고 있어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전산상의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항변에도 시장의 냉랭한 시각은 여전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안정성은 최우선 가치”라면서 “작은 이슈에도 고객이 이탈하고 평판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 이슈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신뢰에 금이 간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주가 부진, 실적 정체, 데이터센터 화재 이슈 등 사면초가에 놓인 카카오뱅크는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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