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장외주식 가격 논란

39조7467억원.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다(5월 25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보다 적게는 15조원 많게는 32조원이나 많다. 카카오뱅크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투자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플랫폼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이 있지만 상장 이후에도 지금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이 9만원대를 웃돌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파른 성장세가 반영된 적정 가격일까, 상장 기대감이 덧붙여진 거품일까.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이 아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15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장외주식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5일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은 9만7500원(장외주식 거래앱 증권플러스 기준)을 기록했다.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섰던 4월(4월 25일 10만6000원)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2월(2월 25일 7만5000원)과 비교하면 30%(2만2500원) 상승했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주가 상승세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2018년 2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은 2019년 13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2020년엔 12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영업이익이 828%나 증가했다. 2017년 출범 당시 24만명이었던 고객 수는 지난해 말 1490만명으로 62배 이상 늘어났다.

카카오뱅크라는 낯설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5년 만에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3명이 사용하는 대표 은행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여기에 상장 기대감까지 더해졌으니, 장외주식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일 법도 하다. 카카오뱅크가 올 하반기 IPO에 성공하면 1994년 상장한 IBK기업은행 이후 27년 만에 은행업이 증시에 상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 장외주식 거품 논란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은행업계의 주가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5월 25일 주가는 각각 5만8100원, 4만1900원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4만5750원,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1만1050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보다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이 적게는 1.7배에서 많게는 9배가량 높다.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수는 4억765만3037주. 여기에 5월 25일 주가인 9만7500원을 곱한 값인 39조7461억원이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다. 이는 KB금융지주(24조1584억원)와 하나금융지주(13조7361억원)의 시총을 합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시총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총 39조원 넘어선 카뱅

KB국민은행의 지난해 기준 자산은 438조4441억원, 당기순이익은 2조319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2조24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하나은행의 자산은 396조1875억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자산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조6499억원, 1136억원이었다. 시중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자산은 15배, 당기순이익은 20배나 적은 카카오뱅크 시총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주가순이익비율(PER)을 봐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의 시총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계산한 PER은 349.8배에 이른다. 증시에 상장한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PER이 4.7~6.9배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높다.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에 거품이 낀 건 사실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증권업체들이 예측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도 천차만별이다. 낮게는 10조원 안팎에서 높게는 20조~30조원으로 추산한다. 이민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를 12조원으로 제시했다. 김도하 케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조원으로 추산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사람보다 높은 20조원을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로 봤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자. “IPO 과정에서 2조원의 자본을 충원한다고 가정하고, 사업 모델이 비슷한 일본 세븐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2.5~3배를 적용하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15조원 내외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이 아닌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면 예상 가치는 20조~27조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보면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금융산업은 손에 꼽히는 규제 산업 중 하나다.

카카오뱅크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은행 업무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카카오뱅크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업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장외 고공행진 이어질까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가격이 언제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가를 흔들 변수가 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뱅크 주식 장외 거래, 공모주 청약 등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는 기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IPO 종목의 주가가 상장 당시 주식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걸 감안하면 낙관론을 펼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로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며 “장외주식시장에서의 흥행이 IPO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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