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시총 1위 뺏긴 KB금융

#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9월 들어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314만1600주의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이슈가 터진 탓이다.

# 그 결과, 9월 1일 42조1889억원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0일 32조7344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의 하락세는 은행주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기며 KB금융에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10일 KB금융의 시총은 21조4141억원에 머물렀다. 카카오뱅크보다 여전히 10조원 이상 적다. 카카오뱅크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9월(1~10일) 기관투자자는 카카오뱅크의 848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의 보호예수 해제 효과가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5594억)와 외국인 투자자(1725억원)는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카카오뱅크를 향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얘기다. 

# 그렇다고 KB금융의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은행주의 고질적인 저평가 논란 탓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이 67.0%에 달해 배당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 과연 KB금융엔 은행주 시총 1위를 되찾을 기회가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카카오뱅크에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긴 KB금융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KB금융이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은행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겼다.[사진=뉴시스]
KB금융이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은행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겼다.[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가 불러일으킨 회오리가 KB금융그룹을 덮쳤다. 카카오뱅크가 상장과 동시에 국내 은행주 시총 1위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뭘 하느냐”는 KB금융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시총 1위를 탈환하기 위해 KB금융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KB금융은 과연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KB금융그룹이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오던 국내 은행주의 지각이 흔들리고 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던 카카오뱅크가 지난 8월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면서다. 공모가 3만9000원으로 결정된 카카오뱅크는 이날 4억7510만주를 상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상장일 주가가 6만9800원(종가 기준)으로 치솟으며 29.9%의 상한가를 달성했다. 상장 첫날 공모주의 공식인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2.6배 상승)’엔 실패했지만 시장을 흔들기엔 충분했다.

시가총액이 33조1619억원을 기록하면서 상장과 동시에 은행주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은행주 시총 순위 1위를 유지했던 KB금융그룹의 시총 21조7051억원(8월 6일 종가 기준)보다 11조4056억원 많은 수치였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상장 3일 만인 8월 10일 7만1400원으로 전 거래일(7만8500원) 대비 9.04% 하락하면서 잠시 흔들렸지만 19일 9만2000원으로 다시 상승하며 최고가를 달성했다.

이날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43조70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KB금융의 시총 21조3309억원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메기’ 수준인 줄 알았던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뒤집는 ‘상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에 시총 1위 자리를 뺏긴 KB금융의 현주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상장 한달 만에 거래량 3억1577만주, 거래금액 24조782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각각 3227만주, 1조7023억원이다. 카카오뱅크가 거래량은 10배, 거래금액은 15배 가까이 많았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상장 효과를 맛봤다’는 반론이 제기될 만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9월 이후에도 격차는 유지됐다. 9월(1~7일) KB금융의 거래량은 626만6002주, 거래금액은 3288억원으로 카카오뱅크(거래량 4447만7422주·거래금액 3조5814억원)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불만 터트리는 KB금융 주주들


카카오뱅크와 KB금융의 온도차는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도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후(8월 6~9월 7일) 87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KB금융의 순매수 금액 580억원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사이 외국인 투자자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1.32%(628만5457주)에서 6.68%(3174만6328주)로 5.36%포인트 상승했다. 주가 고평가 논란에도 카카오뱅크에 베팅한 외국인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자 KB금융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종목 토론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익만 많이 내면 뭐하나 주가는 낮은데…” “카카오뱅크 보고 있으니 장기투자한 게 후회된다” “금융 대장주의 굴욕이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고 자사주 매입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KRX 은행업 지수 편입이 다른 은행주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의 KRX 은행업 지수 편입이 다른 은행주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KB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점은 카카오뱅크의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카카오뱅크의 KRX 은행업 지수 편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지수에 편입돼 있는 종목은 국내 7개 금융지주사(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JB금융지주·DGB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등 8개 종목이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7일 기준 75조5658억원인데, 카카오뱅크 시총(34조6823억원)은 이들 종목을 모두 합친 시총의 45% 수준이다.

이는 KRX 은행업 지수의 방향성이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KB금융은 시총 1위 타이틀을 뺏긴 데 이어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을 따라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지수 편입으로 은행업의 수급 이슈가 어느 정도 완화할 전망”이라며 “7월 은행업 중간배당, 8월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수급 이탈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거다.

KB 앞에 놓인 문제는 또 있다. 시총 1위 자리를 빼앗긴 KB금융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4조2675억원이었던 KB금융의 영업이익은 2019년 4조4906억원, 2020년 4조6160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영업이익은 5조원을 웃돌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실적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KB금융의 주가는 2018년 5월 3일 6만300원을 기록한 이후 3년 넘게 5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을 조이고 있어서다. 금리인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거다.

시총 1위 탈환 가능할까

주가 부양을 위해 배당을 대폭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배당률을 끌어올리면 KB금융 지분의 67.43%(9월 8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금융주의 저평가 논란이 해소되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리딩뱅크 KB는 카카오뱅크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까. 아직까진 긍정적인 시그널이 없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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