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난 해소하려면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거치면서 심야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지자 대책을 내놓은 거다. 다행히 이번 대책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잘만 하면 ‘심야 택시난’의 고질적인 원인을 잡을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국토부의 혁신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지하철이나 버스가 끊긴 후 택시를 잡으려다 실패해 거리에서 1~2시간을 허비한 적이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 심야시간대엔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물론 택시기사들의 ‘승객 골라 태우기’가 공급난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중요한 건 평소에도 심각한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우선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손님이 확 줄었다. 수요가 줄자 법인택시 기사들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만2000명이던 전국의 법인택시 기사는 2022년 2월 7만4000명으로 27.5%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는 3만1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32.3% 감소했다. 법인택시를 그만둔 기사들은 택배나 배달시장으로 유입됐다.[※참고: 개인택시 기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 4월 18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택시 기사는 줄었는데, 택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야시간대 택시를 잡는 게 어렵다는 불만이 속출하자, 국토부는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1973년부터 50년간 유지된 ‘택시부제(개인택시 의무휴업)’ 해제 ▲중형→대형승합 택시 전환요건 폐지(옛 타다 모델 활성화) ▲법인택시 기사의 차고지 외 주차ㆍ근무교대 허용 ▲법인택시 기사 운행요건 간소화(범죄경력 검증 후 즉시 운행 가능) 등 규제 완화로 심야 택시공급을 늘리겠다는 거다.

여기에 ▲법인택시의 파트타임 근로계약 허용 ▲법인택시 리스제 등 운영 형태 다양화 논의 ▲타다ㆍ우버 모델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활성화도 추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서울시 심야버스 증차ㆍ연장운행(연말) ▲수도권 전철 전 노선 운행 연장 등을 통해 심야 대중교통 수단을 늘릴 계획이다. 수요-공급 불균형에 대응할 심야 택시 서비스도 다각화한다.

▲승차거부 방지를 위한 중개콜 목적지 미표시(중개택시)와 강제 배차(가맹택시) ▲심야 한정 탄력 호출료 확대(현재 최대 3000원→최대 4000~5000원ㆍ수도권 시범운영) ▲‘사전확정 요금제’ ‘사전 예약제’ ‘구독 요금제’ 등 맞춤형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서다. 

국토부의 정책 방향은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법인택시 위주로 택시 공급을 늘리고, 대중교통과 새로운 모빌리티를 투입해 수요-공급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방향성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심야시간대에 호출료를 인상하겠다는 조치를 보자. 이에 따르면 기본요금과 호출료를 더해 심야택시의 기본요금은 1만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심야택시 요금이 너무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택시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출료 인상책은 타당해 보인다. 

‘승차거부 방지를 위한 중개콜 목적지 미표시(중개택시)와 강제 배차(가맹택시)’ 조치도 눈에 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알 수 없게 하거나 호출이 오면 강제 배차가 되도록 해서 심야 택시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승객을 골라서 태우는’ 문제까지 해소하겠다는 대책이어서다. 

눈여겨볼 조치는 또 있다. 국토부는 ‘타다ㆍ우버 모델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활성화’도 내걸었다. 택시요금 인상이 효과를 보이지 않으면 예전의 ‘타다’와 같은 추가적인 이동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거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난해 4월 개정ㆍ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일명 타다 금지법)에 따르면 택시사업은 ‘운송사업(타입1)’ ‘가맹사업(타입2)’ ‘중개사업(타입3)’으로 분류된다. 타입1에 속하는 플랫폼 택시는 택시 면허가 없어도 렌터카를 빌려 택시처럼 운행할 수 있다.

다만 국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매출의 5%를 택시업계에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사실상 ‘타다’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바뀐 정책은 이런 규제를 풀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향성을 잘 잡은 국토부의 대책이 박수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택시요금만 올려놓고 심야택시난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정부 정책으로 끌어올린 요금이 법인택시 업체나 플랫폼 업체로 흘러가지 않고 택시기사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잘 만들어야 한다. 택시기사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거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이번 기회에 택시의 정체성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묶어 규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택시는 대중교통수단들이 받는 인센티브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식한다면 서울시 버스처럼 택시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규제를 풀고, 민간 차원의 철저한 경쟁논리를 적용해야 옳다. 어쩌면 지금이 택시업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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