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열기 두려운 그들을 위한 대안
연료비 저렴하고 성능 개선된 LPG차
전기·수소차 전환 시 가교 될 수 있어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 가격이 조금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휘발유차나 경유차에 기름을 넣는 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기차가 아직은 고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몇몇 전문가는 LPG가 휘발유차ㆍ경유차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연료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성능도 몰라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제조업체가 LPG차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기름값 폭등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LPG차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기름값 폭등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LPG차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국제 사회의 질서를 단번에 무너뜨리며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자동차 시장도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유가였다. 러시아발 수급 불안 우려로 폭등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3월 배럴당 139.13달러(브렌트유 기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 기름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지난 6월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2120.6원을 기록하며 10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기름값이 요동치면서 휘발유ㆍ경유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의 부담도 대폭 늘어났다. 특히 기름값 아끼겠다며 경유차를 구입한 운전자는 땅을 칠 만하다.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찾는 주된 이유는 싼 경유 덕분에 휘발유차보다 연료비가 덜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지난 9월 들어 국제유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국내 기름값도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4.06달러(9월 26일 기준)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의 평균 경유 가격도 L당 1841.56원으로 6월(29일ㆍ2162.25원) 대비 14.8% 하락했다.

불안 감도는 디젤차 시장 

그런데도 디젤차 운전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가 찾아올 때마다 ‘기름값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위해 ▲유종(연료의 종류) ▲연식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의 등급을 나누고, 도심 진입이 가능한 차종과 그렇지 않은 차종을 구분하는 ‘배출가스등급제’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다섯개로 나누어진 등급 중 5등급에 해당하는 차량은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운행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현행 체계에서 5등급 차종에만 적용됐던 운행 제한이 향후 4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운행 제한을 받는 디젤차 대수가 늘어나는 한편, 조기폐차 명령을 받는 사례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건은 경유차를 대체할 차종이 있느냐는 건데, 전기차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배기가스 규제 기준 1등급에 해당하는 차종으로 운행에 제약이 없다. 아울러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점으로 꼽혔던 주행 성능도 1회 충전 시 400~500㎞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했다. 전비(전기차의 연비) 또한 경유차에 비해 높다.

다만, 디젤차 운전자가 당장 전기차로 넘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상당 부분 소진됐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제때 신차가 보급되지 못하면서 인기 모델은 기본적으로 1년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전기차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 바로 액화석유가스(LPG)차다. 사실 LPG 차량은 일반인이 승용차로 사용할 수 없었다. 택시, 렌터카, 장애인ㆍ국가유공자, 하이브리드ㆍ경차ㆍ7인승 RV 등 일부 계층과 차종에만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 규제가 2019년 완화하면서 일반인도 LPG 신차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이때부터 LPG차의 다양한 강점이 부각됐다.

경유차 대안 거듭난 LPG차   


그럼 LPG차의 장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연료비가 싸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값이 오르긴 했지만, LPG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9월 28일 기준 전국 LPG의 L당 평균 가격은 1049.79원으로 휘발유(1701.58원), 경유(1833.74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연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연료 가격이 저렴해 경유차 대비 경제성이 충분하다. 관련 기술이 쌓이면서 편의성이 개선된 점도 매력 포인트다.

대표적인 게 ‘가스 탱크’다. LPG차는 트렁크 부분에 커다란 LPG 탱크를 실어야 해 공간 활용이 나빴는데, 최근엔 이를 거의 해결해냈다. 가령, QM6(르노삼성)의 LPG 차량은 도넛 모양의 탱크를 적용해 경유차와 유사한 수준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전국 곳곳에 2000여개의 LPG 충전소가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2000여개의 LPG 충전소가 있다.[사진=연합뉴스]

엔진 성능도 일상적인 주행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한편에선 LPG차가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 힘이 부족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옛말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엔진소음이 작아 승차감도 좋고, 노킹 현상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노킹은 휘발유의 불완전 연소로 이상 폭발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에너지 효율을 저해하고, 엔진 출력 저하 및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된다.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LPG 충전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전국 곳곳에 2000여개의 LPG 충전소가 들어서면서다. 

이처럼 LPG차가 진화를 거듭하자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제조사의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저공해차에서 LPG차와 CNG차를 제외하고, 이들 차에 부여하던 각종 세제 혜택을 2024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LPG 외면하는 정부와 제조사

한국보다 앞서 친환경 정책을 강력히 펼친 유럽은 LPG를 친환경 대체 연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결정이다. LPG차의 혜택이 빠지면 완성차 기업들이 LPG 차량보단 정부가 친환경성을 인정해주는 전기ㆍ수소차 생산에 집중할 게 분명하고, 그러면 고객의 선택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혜택이 있는 지금도 LPG 신차 부족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LPG차를 향한 소비자의 관심은 커지고 있는데, 제조업체들이 좀처럼 신차를 내놓지 않아서다.

이는 내수시장의 베스트셀링 카로 꼽히는 기아차 4세대 ‘카니발’에 LPG 모델이 없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카니발을 LPG차로 끌려면 애프터마켓에서 튜닝을 통해 개조해야 한다.

LPG 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LPG 신차는 부족한 상황이다.[사진=기아 제공]
LPG 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LPG 신차는 부족한 상황이다.[사진=기아 제공]

최근 7월 출시된 기아차의 스포티지 LPG 모델이 큰 인기를 끌었던 걸 고려하면 LPG 신차는 더 늘어나야 한다. 스포티지의 경우, 엔진별 계약비중을 살펴보면 LPG 모델이 20% 안팎으로 적지 않았다. 

지금 정부와 제조업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저공해차에서 LPG차를 제외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고, 관련 신차를 많이 론칭하는 것이다.

LPG차는 에너지 불안이 장기간 이어지는 ‘고물가 국면’에서 국민들의 지갑 걱정을 덜게 해줄 좋은 대안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ㆍ수소 등 친환경차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LPG차가 능히 해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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