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➌ 박성우 ㈜레포레스트 대표
생활에 편리함 더하는 아이디어 상품
성공 방정식은 ‘원 플러스 원’

세상에 새로운 건 없다. 히트상품을 만드는 건 한끗 차이다.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만드는 박성우(36) ㈜레포레스트 대표는 기존 제품에 생각 하나를 더하는 게 습관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차이로 조금 더 편리하고, 조금 더 감각적인 제품이 탄생해서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마다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박성우 대표는 기존 제품에 아이디어를 더해 생활에 편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박성우 대표는 기존 제품에 아이디어를 더해 생활에 편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블루투스 마이크, 비닐접착기, 진공압축기 등 ㈜레포레스트의 제품 카테고리가 다양합니다. 그중 창업으로 이끈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그중에 없습니다. 2017년 창업했을 때 처음 연구했던 건 생분해성 비닐봉투였어요. 그때 환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환경을 덜 해치면서도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 뭐 없을까 하다가 옥수수 전분으로 비닐봉투를 만들어본 거죠.”

✚ 출시까지 이어졌나요?
“아뇨. 시제품까지만 만들고 판매는 하지 못했습니다.”

✚ 이유가 뭐죠?
“옥수수 전분 비율에 따라서 비닐이 생분해되는 시간이 다르더라고요. 적정 비율을 찾는 데 꼬박 1년이 걸려 창업 직후인 2017년에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전시회에도 나가고 그랬어요. 회사명이 ‘다시 깨끗한 숲과 자연환경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은 레포레스트(REFOREST)인 것도 거기서 출발한 겁니다.”

✚ 시제품까지 만들었는데, 왜 출시하지 못했나요?
“가격이 발목을 잡았어요.” 

✚ 결국 가격이었군요. 
“네, 일반 비닐보다 2배 정도 비쌌거든요. 현실적으로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소비자 입장으로 생각해봐도 일반 비닐봉투는 20원이면 사는데, 생분해성 비닐봉투라고 굳이 40~50원씩 주고 살 것 같진 않더라고요. 멈출 수밖에 없었죠. 다만, 공 들인 만큼 애착이 많은 제품이어서 언젠간 출시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첫 개발 제품이었는데, 아쉬움이 크셨겠네요. 
“말도 못합니다. 생분해성 비닐봉투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이를 대신해 뭐라도 해야겠단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다음 제품이 블루투스 마이크였나요? 
“그렇습니다. 어느날 중국 전자제품 시장에서 ‘마이크’를 발견하곤 ‘이거라면 승산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대체 무슨 마이크였기에 그런 생각을 하신 건가요?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마이크였어요. 중국 시장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제품이었죠. 국내엔 없었고요. 그걸 보완해 국내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여왔습니다.”

✚ 지금은 대중화한 상품인데, 그땐 특이했나 보군요. 
“네, 맞아요. 그때만 해도 흔치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 어떤 점을 보완했나요?
“중국 제품은 저가형 제품이 많아 성능 면에서 부족한 게 많았어요. 그래서 스피커의 기능을 고출력으로 끌어올리고, 잡음 문제를 보완했죠. 카오디오, USB, AUX 등과도 연결이 가능하도록 다기능으로 만들었고요. ABS플라스틱으로 제작해 가볍고, 크롬 소재를 써서 반짝임을 더하는 등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뜨거웠습니다. 잘 팔렸어요. 하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 이유가 뭐죠?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더라고요. 그러면서 2019년부터 우리 블루투스 마이크 매출이 시들해졌습니다.”

✚ 위기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마침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할 기회가 있어서 다시 매출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 콜라보요?
“하이트진로와 중소기업 브랜드 ‘호브로(hobro)’가 협업해 만든 ‘꺼비 마이크’라는 제품이 있는데 그걸 저희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 위탁생산하고 있단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저희 기준으론 K5 제품인데, 호브로라는 옷을 입고 출시했습니다.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면 더 좋겠지만 다양한 기회로 좋은 제품을 소개할 수만 있다면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제품을 만들다보면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욕심이 들 법도 한데요.
“자체 브랜드가 있긴 한데, 고객에게 다가가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고객들이 저희 제품을 써보고 만족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 생산은 어디서 하나요? 
“중국 공장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 쪽에서 사업을 늘려 공장을 아예 인수하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그때 딱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군요.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정비용 줄이고, 준비하던 것을 하나둘 내려놓으면서 겨우 버텼습니다.”

✚ 이제 한숨 놔도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다시 하셨어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대표 자리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나 봅니다. 블루투스 마이크로 운 좋게 회사가 성장했지만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다보니 ‘정말 안정적인 건 없구나’라는 걸 수시로 느껴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등장하니까 앞으로도 안정감을 느끼긴 어렵지 않을까요?”


✚ 블루투스 마이크 말고 다른 제품도 소개해주신다면요?
“흔히 ‘실링기’라고 하는 비닐접착기(K1)가 있습니다. 2018년에 처음 나왔는데, 연 매출 2억원을 올리는 효자 제품입니다.”

✚ 기존 비닐접착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 비닐접착기는 투박하고 무겁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용으로 쓰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죠. 저희 비닐접착기는 ABS플라스틱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서 가볍고, 디자인도 예쁩니다. 컬러도 레드와 블랙이어서 주방은 물론 집안 어느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고요.”

✚ 평소 제품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일상생활하면서 많이 얻습니다. 이 회사, 저 회사 제품 써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요즘엔 다른 회사 제품들을 SNS나 유튜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런 거 보면 장단점이 보이거든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 거죠.”

✚ 일상 자체가 일의 연속이시군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 선택과 집중이 아닌 다품종 전략을 펼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흐름이 워낙 빠르다는 점이에요. 고객들 눈높이도 높아졌고요. 한가지 제품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리스크도 크고요. 블루투스 마이크만 봐도 그래요. 1년만 지나도 매출이 훅 떨어집니다. 그땐 그 제품을 대신할 또 다른 제품이 등장해야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품 수가 하나둘 늘어났고, 현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 제품을 개발할 때 중점을 두는 게 있으신가요?
“항상 생각하는 건 원 플러스 원(1+1)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 흥미로운 접근법인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묶음상품의 개념은 아니에요. ‘사람의 생각에 생각을 더해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면서도 돋보이는 제품을 만들자’는 게 제 모토입니다. 그래야 아이디어와 발상이 숲처럼 울창해져 고객들도 사고 싶은 제품이 나오니까요.” 

✚ 레포레스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업 시작할 때부터 꿈은 항상 수출이었습니다. 창업 전에 해외영업부에서 일한 영향 같기도 해요. 그때 해외시장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졌거든요. 미주, 유럽, 아시아, 싱가포르 등 무역국가들에 수출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 믿고 있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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