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➍ 김양희 ㈜PSF 대표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국내 펫푸드 시장
화학 첨가물 없는 안전한 펫푸드로 도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별다른 게 아니다. 다름 아닌 먹거리다. 그 때문인지 반려인들은 신뢰감을 주는 해외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브랜드가 국내 펫푸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다. 김양희(53) PSF 대표는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포부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바다에서 찾은 고기맛 펫푸드가 그의 비기秘器다. 

김양희 대표는 해조류에서 고기맛 인자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것으로 안전한 펫푸드를 만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김양희 대표는 해조류에서 고기맛 인자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것으로 안전한 펫푸드를 만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PSF 회사명만 보고는 언뜻 어떤 회사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뭘 하는 회사인가요?
“P는 Pet, S는 Society, F는 Food를 의미합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반려동물의, 반려동물에 의한, 반려동물을 위한 식품을 만드는 기술집약적 회사입니다.”

✚ 펫푸드를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네요. 
“현재 시중에 있는 펫푸드는 육류 부산물 또는 다량의 전분을 사용해 열량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들은 비만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리고요. 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순 없을까 고민하다가 대체육肉으로 개발했습니다.”

✚ 대체육이요? 진짜 고기가 아닌 대체육으로 펫푸드를 만든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식품업계에서 25년 정도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2015년 해외에서 대체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외신을 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콩고기’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죠. 뉴스를 보면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체육 시장이 형성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뜻이 맞는 몇몇 분들과 나와서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대체육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PSF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됐네요.
“그게 PSF의 시작은 아니고요. 그때 만든 회사는 고기맛을 내는 소재를 개발하는 회사 ‘HN노바텍’입니다.”

✚ 콩고기가 콩으로 고기맛을 내는 것처럼, 다른 소재에서 고기맛을 찾는다는 건가요?
“콩에서 추출할 수 있는 고기맛의 인자因子는 굉장히 적어요. 종류도 많지 않고요. 함유량을 늘리기 위해 맥주 효모에서 배양하기도 하는데, 그게 사실 유전자 조작이잖아요. 그걸로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비판을 피하려면 첨가제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는데,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였어요.”

✚ 그렇다면 어디서 고기맛을 찾으신 거죠?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요.”

✚ 해조류에서 고기맛이 난다니 신기하네요.
“2015년에 우연히 미역에서 고기맛 인자를 발견하고 4년 동안 연구해서 2019년에 소재(해조류 추출 아미노산복합체·ACOM-P)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에는 고기맛을 내는 인자가 콩보다 훨씬 다양하고, 함유하고 있는 양도 몇배 많습니다. 굳이 첨가제를 안 넣어도 된다는 얘기죠. 그걸 활용하면 더 안전한 식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 소재 추출에 성공한 후 바로 펫푸드를 개발하셨나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사람용 대체육 식품을 만들었어요.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시식회를 열었는데, 반려동물 플랫폼 업체에서 펫푸드로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해 주셔서 샘플을 만들어 본 겁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출시로 이어진 셈이죠.”

✚ 어떤 점이 특히 반응이 좋았나요?
“안전하다는 점이에요. ACOM-P로 만들기 때문에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육분肉粉을 쓰지 않아 단백질 알레르기를 일으킬 일도 없고요. 그러면서 기호성嗜好性까지 잡았다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안전한 펫푸드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사업만 전담으로 진행할 회사가 필요해 지난해 자회사 PSF를 설립했어요.” 

✚ 그럼 본사인 HN노바텍에서 소재를 만들고, 자회사인 PSF에선 그걸 활용해 제품으로 만드는 구조인가요?
“그렇습니다. 소재 개발하는 데 4년, 그걸로 펫푸드 만드는 데 1년 반 정도 걸렸네요.”

✚ 제품 만들 때 무엇이 가장 어렵던가요?
“신소재를 개발한 거잖아요. 물성 잡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소재를 많이 넣어 만들면 반려동물들이 구토를 해요. 쓰다는 뜻이거든요. 그 비율을 맞추느라 테스트를 하고, 또 했습니다. 레시피 설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반려묘는 매우 까다로워서 반려묘 맞춤 기호성을 잡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죠.”

✚ 그렇게 고생해서 나온 제품들이 궁금합니다.
“현재 두가지 브랜드로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요. 반려견용은 ‘멍한시간’, 반려묘용은 ‘묘한시간’입니다. 반려동물이 유아기부터 노령기까지의 시간을 저희 제품과 건강하게 보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담아 지었습니다. 모든 간식에는 향미 소재인 ACOM-P가 들어가고요. 멍한간식 습식간식은 기본 재료인 연어에 브로콜리, 당근, 고구마, 유산균을 넣어 전 연령이 먹을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트릿(동결건조간식·treats)은 황태, 크릴새우, 초록입홍합을 넣어 면역력 개선에 신경 썼고요. 묘한시간 츄스틱은 참치와 유산균, 타우린을 넣어 영양에 집중했습니다.”

✚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올 6월에 제품이 출시돼 아직 입소문을 타긴 이르지만 오픈마켓에서 입점하라는 제의도 오고, 고양이카페에서도 제품이 궁금하다며 연락해왔습니다.”

✚ 반려동물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펫푸드를 만드는 업체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PSF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필요할 텐데요.
“반려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펫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요. 이런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기보단 안전과 기호성을 더 따지게 마련입니다. 이게 바로 PSF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용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 펫푸드 시장엔 해외 브랜드도 많습니다.
“펫푸드 시장은 사실상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국산 제품에 신뢰가 크지 않더라고요.”


✚ 이유를 분석해보셨나요?
“국내 펫푸드 제조 관련 규제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품도 까다롭게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듯해요. 그런 이유로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한번 먹인 다음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유지하는 거죠.”

✚ 그 견고한 시장을 뚫어야 하는 거군요.
“국산 제품도 이렇게 좋은 게 있다는 걸 알리는 게 PSF의 첫번째 목표입니다. 펫푸드는 기호성도 꽤나 중요해서 그 부분도 매우 신경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습식간식, 트릿, 츄스틱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조만간 젤리형태, 덴탈껌, 펫밀크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속적으로 안전한 펫푸드를 만들어 국산제품 인식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려 합니다.”

✚ 가격대도 중요할 텐데요.
“시장 평균 가격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엔 아예 프리미엄 간식으로 만들어볼까 했지만 그러면 소비자들이 더 선택하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큰 부담 없이 구매하실 수 있는 가격대로 만들었습니다.”

✚ 앞으로도 반려동물 간식류만 만들 계획이신가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간식 시장을 목표로 했지만 사료 시장까지 제품군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육지 식물에서 고기맛 인자를 찾는 연구도 이어갈 거고요.”

✚ PSF의 목표는 무엇인지요.
“반려동물 식품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입니다. 대체육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세계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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