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사태와 안전 불감증

이태원 참사의 책임 공방이 뜨겁습니다. 경찰이 112 신고 전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참사를 사실상 방치한 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1월 3일 공개한 ‘2보: 이태원 참사와 책임 공방, 불편한 쳇바퀴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평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평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년 전인 2014년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고등학생 304명과 함께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침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두달 전엔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2014년 2월)’가 있었다. 10명의 사망자와 20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끔찍한 사고였다.

전년 여름엔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극기훈련을 한다는 이유로 5명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죽음이 몇번이나 되풀이됐는데도 세상은 더 큰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참사엔 공통적인 전조前兆 현상이 있었다는 거다. 세월호는 적재 가능 화물 최대치를 초과해 화물을 적재한 채 출항했다. 해병대캠프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묵은 숙소엔 수용인원보다 훨씬 많은 수가 들어갔다. 더구나 그곳은 허가조차 받지 않은 곳이었다.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은 경주리조트 체육관은 구조도면과 구조계산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감리자는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감리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22년, 우리 세상에선 또 세월호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참사가 벌어졌다.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던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였다. 소방당국이 밝힌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외국인 35명을 포함해 총 303명이다. 154명이 숨지고 149명이 부상당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8년 전처럼 ‘전조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채 맞은 핼러윈이었다. ‘노 마스크’에 들뜬 젊은층이 이태원동에 대거 운집할 게 뻔했다. 이미 금요일인 10월 28일부터 이태원 골목에 수만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튿날엔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나 용산구청은 사전대책을 세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당일 현장 관리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용산구는 지난 10월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때문인지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시켰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골목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곧바로 마주하는 통로라는 이유에서다. 지하철을 쏟아져 나온 승객들이 가로폭이 3.2m에 불과한 사고 골목으로 몰리면서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지하철역의 무정차를 결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난 10월 8일 3년 만에 열린 '여의도 불꽃축제’ 때 지하철은 여의나루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이 역의 승강장과 주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여부는 해당 역장이 판단해 결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핼러윈 데이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로 행사를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 공공시설물의 관리 주체인 ‘공공’이 안전대책을 더욱 철저히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참사의 피해자가 보상이나 배상을 물을 수 있느냐다. 법조계에선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변호사는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나 경찰력을 배치하는 경찰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 말을 이었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인파가 몰렸고 경찰력도 비슷한 수준으로 배치했다면 ‘예측할 수 없는 사고’란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인다. 법원이 고속도로에서 낙하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도로 관리 책임 주체인 도로교통공사의 과실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참고: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지자체 공무원 등이 고의‧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도로‧하천 외 공공 영조물의 관리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303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 또한 비극의 일단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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