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교부세액의 함의

종부세를 줄이면 부동산교부세도 함께 줄어든다.[사진=뉴시스]
종부세를 줄이면 부동산교부세도 함께 줄어든다.[사진=뉴시스]

종합부동산(종부세)는 전액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된다. 법적 용어로 ‘부동산교부세’다. 종부세가 줄면 지자체의 세수도 감소한다는 거다. 문제는 부동산교부세를 많이 내려받는 지자체일수록 재정자립도가 약하다는 점이다. 종부세를 논의 중인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정부와 여당의 시도가 최근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한 채 좌초했다. 이 개정안은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를 도입해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11억원(공시가격 기준)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쉽게 말해 정부와 여당이 공시가 14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이들까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거다.[※참고: 국세청이 올해 종부세 고지서에 특별공제 혜택을 반영하려면 10월 20일까지는 국회에서 개정안에 합의를 했어야 했다.] 

그러자 ‘거대 야당의 몽니’ ‘11억~14억원의 주택을 가진 9만여명의 서민들이 올해에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내년에 진행할 정부의 세제개편안도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이 세제개편안엔 ‘종부세율 인하’ ‘기본공제 상향조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사실 종부세 제도 개편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다. 이 때문에 ‘부자감세’ 논란과는 별개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새 정책(법안)을 내거나 변경하는 건 정당하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개편을 밀어붙이면서 세수 감소를 둘러싼 논의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다. 정부의 의지대로 공제 혜택을 늘리고, 종부세율을 끌어내리면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부세 대상 납세자들이 얻을 이익과 세수 감소에 따른 손해를 비교해보고, 세수 감소에 따른 대비책을 함께 만드는 게 순리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그런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듯하다. 종부세 세수 전액이 지방자치단체에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교부되는데도(종부세 세수=부동산교부세 교부액), 그 감소분을 따져보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 계획대로 종부세율을 인하(2023년 예산안에 근거)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자체별로 부동산교부세 액수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분석해봤다. 

분석에 앞서 정부와 국회가 내년에 종부세율을 얼마나 조정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몇가지 전제를 뒀다. 첫째, 2022년 예산에서 부동산교부세를 각 지자체에 내려보낸 비율이 2023년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부동산교부세 교부 비율은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50.0%)’ ‘사회복지 지수(35.0%)’ ‘지역교육(10.0%)’ ‘보유세규모(5.0%)’에 따라 달라진다.[※참고: 특별자치도는 이 기준을 따르지 않고 부동산교부세 총액의 1.8%를 받는다.]

둘째, ‘2022년 본예산의 부동산교부세 교부액(7조3828억원)’에서 ‘2023년 예산안의 종부세 세수(5조7133억원)’를 뺀 금액(1조6695억원)의 감소 비율인 22.6%를 적용했다. 결산액이 예산액보다 늘 많았다는 사실을 고려해서다.[※참고: 분석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광역ㆍ기초지자체 간 재원 배분 방식이 각각 다른 광역시에 속한 기초지자체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럼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체 세수에서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종부세 인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낮은 지자체는 그 반대였다.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높을수록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부세 인하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세제개편의 영향 꼼꼼히 살펴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부 예산안대로 종부세가 감소할 때, 전체 세수 대비 부동산교부세 감액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충북 증평군(2.30%)이었다. 뒤로는 경북 영양군(2.1%), 경북 군위군(1.86%), 경북 울릉군(1.85%), 강원 양양군(1.77%) 순이었다. 

이중 충북 증평군의 부동산교부세는 최소 58억6800만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증평군 지방세 수입의 20.70%에 해당했다. 부동산교부세 감액으로 영양군은 지방세 수입의 60.52%, 군위군은 39. 20%, 울릉군은 48.71%, 양양군은 33.48%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종부세 감세의 피해를 크게 입은 셈이다. 

부동산교부세 감액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전북 익산시로 81억1300만원(0.51%ㆍ이하 총 세수 대비)이 줄었다. 이어 경기 고양시가 80억6200만원(0.26%), 전북 정읍시가 78억7700만원(0.75%) 줄었다. 

지방세 수입 대비 부동산교부세 감액 비율은 익산시가 4.65%, 고양시가 1.21%, 정읍시가 11.99%, 남원시가 14.57%, 고흥군이 24.71%였다. 역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주로 피해를 입은 거다.

종부세를 인하하면 자체 수입이 적은 지자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종부세를 인하하면 자체 수입이 적은 지자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사실 세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일부 국민에겐 도움을 주는 정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세제를 개편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세제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없다. 

특히 종부세는 지자체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동산교부세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그게 지속가능한 것인지, 각 지자체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세수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종부세 인하 논쟁은 조세제도의 근본을 망각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부족한 점을 정비할 시간은 아직 있다. 지금은 기존 세제의 장점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함께 구상할 때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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