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늘었고 줄었으며 재조정됐나
2022년 추경 대비 세수 증가율 감소
2022년 추경 대비 국가채무비율 0.1% 악화
24조원의 지출 재구조화 검증 안 돼

# 지난 8월 30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한해 예산의 방향성을 국민에게 공개한 셈이다. 이중 기재부는 세가지 부문을 집중해서 설명했다. 

# 첫째, 2023년 국세수입이 2022년보다 57조1000억원(16.6%) 증가한다. 둘째,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2022년보다 하락한다. 셋째. 각종 지출을 재조정해 24조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기재부로선 세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셈이다. 문제는 이게 사실이냐는 거다. 

# 더스쿠프가 2023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쉽게 풀어봤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획기적으로 지출 재구조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자의적 해석일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획기적으로 지출 재구조화를 했다고 밝혔지만 자의적 해석일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국세수입(400조5000억원)이 세입 기반 확충으로 전년보다 57조1000억원(16.6%)이 늘어날 것이다.” “24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의 지출 재구조화(지출 구조조정)를 통해 국가채무비율(GDP 대비)도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다.” 지난 8월 30일 기획재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이 주장, 과연 사실일까. 

우선 국세수입 증가분부터 따져 보자. 기재부의 국세수입 증가분 57조1000억원은 2022년 본예산과 비교해서 나온 수치다. 그런데 기재부가 두번에 걸친 추경을 통해 53조2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인식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잘못된 비교다.

2023년 국세수입을 과소추계된 2022년 본예산(343조4000억원)과 비교할 게 아니라 추경이 포함된 예산(396조6000억원)과 비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게 원칙이고, 관행이기도 하다. 

비교 대상 따라 달라지는 해석

이에 따르면 2023년 국세수입은 400조5000억원으로, 2022년 추경보다 3조9000억원(1.0%) 더 늘어날 뿐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경상성장률(2.1%)보다도 1.1%포인트 낮은 증가율이다. 결국 ‘세입기반 확충에 따른 국세수입 증대’가 아니라 오히려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른 국세수입 증가율 감소’라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국가채무비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도 오류가 있다. 2023년 국가채무비율은 49.8%다. 이는 분명 당초 과소추계된 2022년 본예산을 토대로 나온 국가채무비율(50.0%)보다는 낮다. 하지만 추경을 기준으로 한 2022년 국가채무비율은 49.7%다. 그러면 국가채무비율은 0.1%포인트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세수입도 국가채무비율도 애초에 과소추계된 2022년 본예산과 비교함으로써 잘못된 해석을 내놨다는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추경 포함 예산과 비교하면 해석은 크게 달라진다.

2023년 예산안에서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대폭 감액됐다.[사진=뉴시스]
2023년 예산안에서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대폭 감액됐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재구조화(24조원 규모)를 이뤄냈다’는 주장은 어떨까. 기재부가 말하는 지출 재구조화란 썩 필요하지 않거나 급하지 않은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의 지출을 막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24조원 규모의 지출 재구조화가 이뤄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어떤 부처의, 어떤 회계에 속하는, 어떤 프로그램명을 가진 세부사업에서 얼마만큼의 지출 재구조화가 이뤄졌는지 그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재구조화가 있었다’고만 할 뿐 그 리스트를 밝힌 바 없다. 기재부가 또다시 자의적 해석을 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나라살림연구소는 기재부의 지출 재구조화 리스트가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검증을 해봤다. 2023년 예산안 세부사업 가운데 2022년 본예산보다 예산이 감소한 3616개 세부사업(전체 8441개)을 부처별, 분야별, 회계별, 프로그램별로 나눠 살펴본 후 예산 감액의 의미를 살펴본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출 재구조화의 의미에 부합하는 조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분석 내용이 방대해 여기서는 단적인 사례 몇가지만 살펴보자. 분야별로 볼 때 예산이 가장 많이 삭감된 건 사회복지 분야다. 2022년 대비 총 13조2000억원이 줄었다. 이 가운데 고용과 주택 부문은 각각 2조3246억원, 2조3663억원이 순감(증액까지 포함한 차액)했다. 반면 공적연금ㆍ노인ㆍ기초생활보장ㆍ노동 부문은 각각 8조3140억원, 2조6552억원, 2조3717억원, 7140억원이 순증했다. 

적재적소에서 예산 줄였나

주목할 건 예산이 순증한 사업은 법적의무지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노동 부문 증액 예산 7436억원 중 6460억원이 산재보험급여 예산이다. 공적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법적의무지출이 없는 사업들에서 상당한 감액이 있었다는 뜻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예산이 많이 줄어든 고용 부문의 상황도 비슷하다. ‘고용창출’ 프로그램에 속한 46개 세부사업 가운데 청년추가고용장려금(7659억원), 고용창출장려금(5474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6724억원), 고용유지지원금(4007억원) 등 청년 고용 관련 예산이 2022년 5조원에서 2023년 3조1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고용안전망확충’ 프로그램에 속한 10개 사업 중에서도 일자리안정자금지원(4576억원), 구직급여(3499억원), 국민취업지원(2693억원) 등의 사업 예산도 줄었다. 

중요한 건 이들 사업의 예산 감액을 지출 재구조화로 볼 수 있느냐다. 다시 말해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사업에서 지출 감액이 진행됐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참고: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의 ‘소상공인ㆍ전통시장지원’ 프로그램 예산이나 국방 분야의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통계의 착시도 섞여 있었다. 예산이 순감한 주택 부문을 살펴보자. 주택 부문의 예산 감액 상위 사업은 다가구매입임대(융자), 전세임대(융자), 행복주택(융자) 사업 등 임대주택 융자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나라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업 예산을 대폭 줄였다는 거다.

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불필요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융자금 감액은 엄밀한 의미에서 지출 재구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융자금을 지출에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 D) 국가들은 융자금을 총지출에 포함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택 부문 융자금 규모는 감소했지만, 이차利差보전 지원은 5749억원 증액됐다. 실질적인 예산은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주택 부문 전체 예산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참고: 이차보전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한 부문에 조달된 자금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거다. 따라서 실제 예산이 투입된다.] 

기재부 지출 재구조화의 자의성

회계 변경에 따른 통계의 착시도 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4366억원), 지역아동센터지원(-1968억원) 등은 일반회계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회계 처리 기준이 바뀌면서 감액이 된 것처럼 인식된 착시다. 

일시적 사업의 종료에 따른 예산 삭감도 눈에 띈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화 사업 예산 2조2436억원 전액 삭감, 보건 분야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산 2조3331억원 삭감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에 따라 예산이 자연 감소한 경우도 있다. 일반ㆍ지방행정 분야의 부동산교부세(-1조6695억원)가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 감소에 따라 종부세를 재원으로 하는 부동산교부세가 줄어든 거다. 

자! 종합해보자. 감액된 프로그램별 세부사업들을 보면 지출 재구조화로 이해할 수 있는 예산 삭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사업 종료에 따른 감액 ▲정책적 목적에 따른 감액 ▲사업 전환이나 회계 변동에 따른 착시 ▲삭감의 필요성이 불분명한 감액 등이 더 많았다. 기재부가 강조하는 ‘24조원 지출 재구조화’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기재부는 ‘오해의 소산’이라며 반론을 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재부가 오해를 푸는 방법은 하나다. 24조원 지출 재구조화를 했다는 사업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거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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