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맞는 한국경제 
1%p로 확대한 한미 금리차
깊어지는 한국은행의 고민

미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1.0%포인트로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미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1.0%포인트로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이번에도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했다. 그 결과, 한미 금리차는 1.0%포인트로 벌어졌다. 한은도 11월 금리를 인상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12월 연준은 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더이상의 기회가 없다.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보폭은 이번에도 넓었다. 미 연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6월, 7월, 9월에 이은 네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가 됐다. 금리인상 네번 만에 기준금리가 3%포인트나 치솟은 셈이다. 올 2월까지 제로금리(0.0~0.25%)였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고삐를 놓지 않는 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CPI는 8.6%를 기록했다. 6월 미 연준이 첫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밟았지만 인플레이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7월 CPI는 9.1%로 치솟으며 1981년 12월(8.9%)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슈➊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 이같은 CPI의 추세는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했던 시장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연준은 금리인상 고삐를 더 강하게 조였다. 그럼에도 미국의 CPI는 8월(8.3%), 9월(8.2%) 계속해서 8%대를 웃돌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6.5%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의 근원 CPI도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7월 5.9%로 떨어졌던 근원 CPI는 8월 6.3%, 9월 6.6%로 치솟았다. 이는 1982년 8월(7.1%) 이후 최고치다. 근원 CPI가 치솟은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가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을 제외하고도 인플레이션이 심화했다는 뜻이어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경기침체를 감내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11월 FOMC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최종 금리 수준은 앞선 예상(4.4%)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마지막 FOMC가 열리는 12월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한 자이언트스텝이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시기상조” 발언에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5%, 나스닥 종합지수는 3.36% 하락했다. 

■이슈➋ 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다.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0.25%포인트로 좁혀졌던 한미 금리차가  1.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한국 3.00%, 미국 4.00%·이하 상단 기준). 

한미 금리가 1.0%포인트 차이로 벌어진 건 2019년 7월(한국 1.50%ㆍ미국 2.50%)이 마지막이다. 물론 11월 24일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1%포인트의 금리차가 오래갈 가능성은 낮다. 한은 역시 11월에 빅스텝을 밟을 공산이 커서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이후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은의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럼에도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10월 말 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경색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1일 국내 중견 건설사의 회사채가 연 65.147%에 거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만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채권이 헐값에 거래된 셈이기 때문이다.[※참고: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은 내려가고,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정부도 금융시장의 경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섣불리 안정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주어진 요건 내에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를 끌어올려 시장의 돈줄을 죄면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슈➌ 12월의 공백 = 한은이 고심 끝에 빅스텝을 밟아도 문제는 남는다. 필연적으로 12월이 공백 상태로 남아서다. 한은의 금리인상은 11월이 마지막이다. 미 연준은 12월 다시 한번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이 11월 빅스텝을 밟아 금리차를 0.5%포인트로 좁히더라도 12월 연준이 빅스텝을 밟으면 다시 1.0%포인트로 벌어진다. 

자금경색을 우려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금리차는 1.25%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내년 1월 13일에야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한은으로선 그때까지 손쓸 방법이 없다. 한미 금리차가 최소 1.0%포인트 벌어진 상태로 해를 넘겨야 한다는 거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12월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시기다. 돌발변수가 터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이 유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자본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은 숱하다. 

지난 9월 22일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로 벌어졌던 2019년 7월 환율 1175.31원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당시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무역수지는 지난 10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급격하게 둔화하던 수출 증가율은 10월에 끝내 마이너스(5.7%)로 떨어졌다. 외환보유액도 7월 4386억536만 달러에서 10월 4140억569만 달러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국경제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이슈➍ 전문가들의 진단 =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한국경제가 처한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듯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미 금리차가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과거에도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었다”며 “1%포인트 격차로는 시장이 우려할 만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부도 위기와 같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에야 자본이 유출된다”면서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연말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규모를 우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며 말을 이었다. “한미 금리차가 좀 벌어지더라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해지면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총 상위 종목이 대부분 수출기업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

이처럼 ‘12월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연준의 ‘피벗(pivotㆍ금리정책 전환)’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의 기조를 완화하면 12월의 공백쯤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이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발언에 잠시 안도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미 금리역전 현상의 장기화가 시장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외환위기를 우려할 정도의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 유출이 확산하려면 원화가치만 큰폭의 약세를 보이거나 한국경제에 전반적인 위험징후가 나타나야 한다. 달러화 강세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대규모 도산 징후나 금융회사의 부실 징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하지만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2023년 상반기까지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부) 명예교수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금리역전 현상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와 가계부채·부동산 버블붕괴 문제 등으로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이 더 나빠졌다”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외국인 자본 유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면서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로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을 부추겨 외환위기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정부가 돈을 풀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이 감세정책을 펼쳤다가 영국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언급된 게 최근이다. 한미 금리차를 줄이지 않으면 환율을 자극해 수출이 악화할 수 있다. 물가도 잡기 어려워진다. 자본유출 위험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해외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주식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 교수는 낙관론자들이 주장하는 연준의 피벗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미국의 피벗 가능성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고용이 뒷받침되는 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12월 경제를 두곤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직은 어떤 주장이 맞아떨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거다. 그럼 12월 공백을 앞둔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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