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자금경색 우려
장기 CP 발행도 어려워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 논란으로 기업의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 논란으로 기업의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이 흥국생명까지 덮쳤다.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9일 자본 확충을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만기 30년)을 발행했다.

흥국생명은 발행 5년째인 지난 9일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앞두고 있었다. 빌린 돈을 콜옵션 행사로 미리 갚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난 1일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콜옵션 미행사를 두고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론 흥국생명이 ‘신종자존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논란의 여진은 남아 있는 상태다. 자금 경색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넘어 여신금융사(카드ㆍ캐피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일례로, 여신금융사는 최근 중고차 할부금융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여신금융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의 금리가 출렁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3년물(AA-) 금리는 올해 초 2.634%에서 지난 4일 6.285%로 치솟았다. 그 결과, 고신용자의 중고차 할부금융의 평균 금리도 평균 10%대를 넘어섰다. 

기업들은 금리가 치솟은 회사채 대신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SK㈜는 지난 8일 3년물과 5년물 CP를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한다고 밝혔다. CP 만기가 통상 1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SK㈜가 만기 1년 이상 장기 CP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마저도 돈을 갚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SK㈜는 이 자금을 전액 채무상환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다.

더 심각한 건 CP를 통한 자금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CP 금리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 1.39%였던 CP 금리는 지난 7일 4.94%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월 15일(5%)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중소기업이다. 자금 경색으로 대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으로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 시장이 경색하면서 돈줄이 막힐 걸 우려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로 흑자 도산을 걱정해야 기업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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