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➎ 양슬기 ㈜코비프코리아 대표
부식억제기기 ‘체인지워터’ 개발·제조
조달사업, 공공사업 진출하는 게 목표

기술도 좋고, 테스트 반응도 좋았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면 이내 성공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 모든 건 물거품이 됐다. 부푼 꿈을 안고 부식억제기기 시장에 뛰어든 양슬기(37) ㈜코비프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날개를 펴기도 전에 접어야 했던 그의 우여곡절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슬기 대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1급수의 물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사진=천막사진관]
양슬기 대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1급수의 물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사진=천막사진관]

✚ ㈜코비프코리아는 ‘물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는 모토로 부식억제기기 ‘체인지워터’를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물, 그중에서도 수돗물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수돗물 관련 뉴스를 접합니다. 2019년에는 인천지역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온 ‘붉은 수돗물 사태’로 떠들썩했잖아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이런 의구심을 갖죠. ‘수돗물은 과연 안전할까?’ 사실 수질 자체로만 보면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적으로도 무척 양호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상수관이죠.”

✚ 물은 깨끗하지만 상수관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네. 상수관이 낡아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거거든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5000억원에 이릅니다. 누수율도 해마다 5% 증가해 싱크홀 등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 상수관을 교체하는 건 만만찮은 문제로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돗물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 뜻만 가지고 무작정 창업을 하진 않으셨을 거 같은데요.
“2019년 베트남에 갔다가 부식억제기기 프로토타입까지 개발해 사업을 구상 중이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걸 설치해 테스트할 곳을 찾고 있더군요. 처음엔 그 사업자에게 지인을 소개해 줬어요.”

✚ 베트남에 지인이 있었나 보군요. 
“네, 교환학생으로 베트남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어서 지인들이 제법 있었어요.” 

✚ 지인 반응은 어땠나요?
“꽤 좋았어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도 좋겠다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시험성적서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원하더라고요. 마침 제가 고민하던 문제와도 맞아떨어져서 그길로 한국에 와서 회사를 설립하고(2020년), 기술을 갖고 있던 그분께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분이 우리 회사 연구소장이십니다.” 

✚ 그 이후 제품을 본격적으로 개발하신 거군요.
“소장께서 갖고 있던 프로토타입의 제품에 연구를 더해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체인지워터’입니다.”

✚ 체인지워터는 무엇이며, 어떤 기능이 있나요?
“체인지워터는 부식억제기기 브랜드입니다. 주택의 계량기 앞에 설치해 옥내 배관의 부식을 방지하는 제품이죠. ‘스케일(Scale·금속면에 부착한 금속 산화물) 차단’ ‘수돗물 케어’ ‘선택 설치’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체인지워터는 일체형으로 세개의 충전재를 넣어 사용합니다. 첫번째 ‘필터 부(정화장치·Purifier)’에서는 스케일을 원천 차단합니다. 기존 제품들은 옥내 배관의 부식만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스케일을 해결하진 못하죠. 하지만 체인지워터는 필터 부에서 외부의 스케일을 차단합니다.”

✚ 나머지 기능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온화 부(이온화 장치·Ionizer)’에서는 내부 배관을 완벽하게 보호합니다. 옥내 배관의 스케일을 제거하고 연수화(센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 이온 성분을 없앰)하는 동시에, 배관 부식을 방지하며 수돗물을 케어합니다. 세번째 기능은 공용배관 또는 옥내 배관의 상태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필터 부 또는 이온화 부로 선택해 설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부식억제기기면 녹을 얼마나 억제하는지도 중요할 텐데요.
“경쟁사 제품들은 녹 억제율이 35~43%입니다. 체인지워터는 97.7%이고요.”

✚ 두배 이상의 녹 억제율이네요.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 기능 덕분입니다. 부식이 발생할 수 있는 내외부 환경을 차단하기 때문에 녹 억제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자체 시험 결과인가요? 
“아니에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성적서 기준입니다.” 

✚ 처음 사업은 베트남에서 시작하셨죠? 
“네, 특허를 출원하고, 생산공장까지 세웠어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져버렸습니다.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죠.”

✚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죠.
“베트남에선 기술 이전을 해주면 그쪽에서 만들어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순 없었어요.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죠. 하지만 이미 공장까지 세워놨으니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비타민 필터를 비롯해 이것저것 만들어봤는데 전부 실패했어요. 결국 공장 문 닫고 각자 돈벌이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 그 상태가 유지됐다면 지금의 코비프코리아는 없었겠네요. 이 자리에 계신 건 다시 뭉쳤다는 얘기일 텐데요. 
“그동안에도 저는 여기저기 돌파구를 찾아다녔죠. 그러다 지난해 10월 지금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고, 다시 모였습니다. 이후 베트남에서 소형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와서 올 6월에 출장을 다녀왔고, 7월엔 수출도 이뤄졌습니다.”

✚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소형 제품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습니다.”

✚ 소형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중 필터보다 크기가 작아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샤워필터와 전기 없이 사용 가능한 연수기軟水機(물을 연하게 만들어주는 제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 샤워필터와 연수기 시장은 경쟁이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요.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샤워필터에는 저희가 연구·개발한 세라믹볼에 천연 광물질(일라이트·토르마린)을 넣어요. 중금속의 흡착을 방지하고 발암물질·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줍니다. 연수기(체인지워터 임팩트)는 이종금속(히드록실 음이온·아연이온)의 전위차電位差를 이용해 수돗물을 우리 몸에 좋은 약칼리수(ph 농도 7.4~7.8)로 바꿔주죠. 시중 제품들이 전기분해 방식으로 알칼리수를 공급하는 방식이라면 우리 제품은 전기 없이 연수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입니다.”

✚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건 수월했는데, 아시겠지만 저희 같은 작업 기업들은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 마케팅은 곧 자금력이니까요
“제품 실험한 거 보면 사람들이 다 놀라요. 그만큼 제품은 어디 내놔도 자신 있어요. 그런데 그걸 알리는 게 만만치 않네요. 포털에 제품 검색하면 12번째 페이지에나 나오니까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기분입니다. 마케팅을 하려면 자금을 풀어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자금이 마른 상태예요.”

✚ 흔히 말하는 ‘데스밸리’에 진입하셨군요.
“네,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저희가 10월 5일부로 벤처기업이 됐거든요. 이걸 기반으로 기술보증기관에서 운영자금을 대출받아 한단계 도약할 계획이었는데, 금리가 너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목표를 향해 가고 계시잖아요. 코비프코리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소형 제품도 생산하고 있지만 대형 부식억제기기로 조달사업과 공공사업에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공공수도관, 산업시설, 공장, 생활공간, 농·수·축산시설 등에 체인지워터를 설치해 1급수의 물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죠. 자금·인력 부족 등 당면한 문제가 많지만, 이 목표를 꼭 이루고 싶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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