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OPEC+의 결정
美 석유 생산 늘릴 수 있을까
러-우크라 전쟁 끝나면 …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인 건 올해 6월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던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월 23일 기준 각각 배럴당 86.60달러와 80.95달러로 내려앉았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3월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 내년 국제유가는 어떤 흐름을 띨까.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요인을 분석해 2023년 국제유가를 전망해봤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하락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사진=뉴시스]
국제유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하락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사진=뉴시스]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1월 104.7(2020년=100 기준)이던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 109.2로 4.3%나 올랐다. 전년 대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과 7월에 6%대를 기록했다. 8월과 9월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상승률은 5%대였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소득은 줄었다. 올해 3분기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도시에 거주하는 1인 이상 노동자 가구(가구주가 노동자)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55만6746원으로 1년 전보다 0.9% 증가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510만9182원)은 같은 기간 4.7% 줄었다. 고물가에 국민 고충이 더 커진 셈이다. 

내년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유가다. 물가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기름값이어서다. 문제는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한두개가 아니란 점이다. 주요 변수는 크게 3가지다. 

■변수❶ 세계 경기와 OPEC+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결정은 국제유가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산유국들이 기름 생산량을 늘리면(증산) 공급이 늘어나 국제유가는 떨어질 수 있다. 고물가로 애를 먹는 미국이 OPEC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속적인 증산을 요구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10월 OPEC+는 거꾸로 “석유 수요 감소 전망에 따른 200만 배럴(일일 기준) 감산”을 결정했다. OPEC+의 기조는 내년에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올해보다 내년 세계 경제가 더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2일 “2023년 세계 경제 성장세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9월보다 0.1%포인트 떨어진 4.6%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21일 ‘2023년 경제ㆍ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보다 3.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건 석유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OPEC+의 결정이 증산으로 바뀔 요인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OPEC+가 추가로 감산만 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안정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OPEC+가 지금처럼 석유를 생산하고, 예상대로 경기가 위축된다면 ‘석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국제 석유선물시장에선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 않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1월 이후 소폭 하락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석유수급은 올해 2분기 이후 공급 과잉으로 전환했지만 세계 각국의 낮은 석유재고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포 프리미엄’이 국제유가 상승세를 2분기까지 견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내년 상반기 유가는 세계 석유 수요가 계절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 산유국들의 꾸준한 생산 증가가 러시아의 생산 감소분을 상쇄해 2022년 하반기보다 다소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가 증산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사우디는 가능성을 부인했다.[사진=뉴시스]
OPEC+가 증산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사우디는 가능성을 부인했다.[사진=뉴시스]

 

■변수❷ 미국의 석유 생산량 = 또다른 변수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 변화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올해 미국은 국제유가 상승과 동시에 석유 생산을 대폭 늘렸다. 미국의 1월 하루 석유 생산량은 1137만 배럴이었는데, 8월에는 1198만 배럴로 5.4% 증가했다.

내년에는 1200만 배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월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미국은 석유 수요ㆍ공급을 맞추기 위해 일일 12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의 말대로라면 국제유가가 안정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전략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석유ㆍ가스ㆍ석탄 투자 규모가 줄고 있어서다. 경기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줄더라도 공급이 더 감소해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미국의 화석에너지 생산량은 늘었지만, 투자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면서 “미 대통령의 압박에도 생산이 늘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도 추가적인 석유 시추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쉽지 않은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변수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개전開戰 300일이 돼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핵심 변수다. 사실 이 전쟁은 국제유가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석유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강해지면서 시장에 석유 수급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이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정작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수준을 더 끌어올릴지는 의문이다. 

반면 전쟁이 종료된다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불러일으킨 핵심 요인이 사라지니 당연한 귀결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2023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더 올라갈 요인이 많지 않다. OPEC+가 증산으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세계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유가가 오르긴 쉽지 않다. 그만큼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게 분명해서다.

그렇다고 미국 내 기업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석유 투자를 늘려 생산량을 늘리지도 않을 듯하다. 관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어디까지 가느냐다. 전쟁이 계속되면 석유 수급에 문제가 생겨 국제유가는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럼 고물가 상황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강성우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전쟁 상황 변화는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물론 전쟁이 종료된다고 해서 곧바로 대러시아 제재가 완화하고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하락 국면에 들어갈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변수란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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