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프로젝트
제1편 스타벅스의 분기점
흥미 사라진 스벅 이벤트
스벅에 열광한 가치 찾아야

# 스타벅스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 커피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그곳에서 판매하는 커피 자체보다 그곳에서의 경험,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각종 굿즈에 더 열광하는 게 사실이다.

#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왜일까. 이혜연 한국외국어대(글로벌스포츠산업학) 학생이 “‘형 생각이 맞아?’ 정용진이란 스타벅스의 분기점(더스쿠프 통권 508호)”이라는 기사에 MZ세대의 시선을 보태 그 이유를 살펴봤다.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출판 플랫폼 ‘북팟(Bookpod)’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첫번째 편이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이 열광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되새겨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이 열광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되새겨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2010년대에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스타벅스의 시즌 MD(기획상품)가 나올 때마다 하나씩 사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나의 구매욕을 여지없이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이때 아니면 살 수 없다”는 희소성이 선사하는 짜릿함은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텀블러를 소비하고 사용하면서 환경 보호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있다는 뿌듯함마저 들게 하니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시즌 MD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아예 모든 제품을 사서 모으는 수집 현상도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서 스타벅스 MD는 계절이나 상황에 맞게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해 판매하는 굿즈를 통칭한다. 텀블러, 컵 등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즌 MD가 출시된다는 소식에도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싶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더스쿠프의 기사(통권 508호 “형 생각이 맞아?” 정용진이란 스타벅스의 분기점)를 읽으며 그 이유를 차근차근 되짚어보니, 고개가 이내 끄덕여졌다.

■별다방이던 스벅의 가치 = 우리가 ‘별다방’이라고 부르는 스타벅스는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확연히 달랐다.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는 언제 방문해도 늘 안락했고, 그곳에서 경험하는 가치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 원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모든 문화는 살아 있는 생명과도 같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퇴색한다. 스타벅스도 예외일 순 없다. 그때마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해왔고,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적어도 과거엔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대응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스타벅스가 오늘의 위치에 올라선 첫번째 요인은 ‘희소성’이다. 스타벅스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이미지와 브랜딩으로 지금의 위치를 꿰찼고, 그런 브랜딩을 고스란히 입힌 제품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도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져 있으면 돈을 더 지불해서라도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효과가 분명 있었던 거다. 나도 그랬다.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는 해마다 품절 대란이었지만, 점점 그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는 해마다 품절 대란이었지만, 점점 그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에서 때마다 출시하는 시즌 MD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게 유행이던 적이 있었다. 봄이면 선보이는 벚꽃MD는 예쁜 디자인에 스타벅스의 감성까지 더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스타벅스가 지역별 한정으로 출시한 음료나 굿즈도 반응이 좋았다.

스타벅스 브랜딩의 정점엔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frequency) 이벤트도 있다. 프리퀀시는 특정 요건을 만족시키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스타벅스는 여름과 겨울에 e-프리퀀시를 진행하는데 그중 겨울엔 10월부터 12월까지 시즌 한정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마시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특정 요건을 만족해야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제품이어서 희소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2020년 여름 프리퀀시 제품이었던 서머 레디백은 제품성, 디자인, 희소성을 잘 조합해 엄청난 대란을 일으켰다. 프리퀀시를 받기 위해 시즌 한정 음료를 마시는 것 역시 스타벅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였다. 

■희소성 잃은 스벅 = 하지만 이제 스타벅스엔 그만한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와 비슷한 퀄리티, 그보다 뛰어난 디자인,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진다. 굳이 스타벅스의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가 자고 나면 하나씩 줄어드는 셈이다.

스타벅스의 프리퀀시나 MD 제품은 사실 ‘필요 기반’이 아닌 ‘욕구 기반’인 것들이 많다.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는 제품이라는 거다. 그중 MD는 우수한 디자인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충분히 대체 가능해졌다.

프리퀀시 역시 마찬가지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프리퀀시 제품을 소비하는 건 대개 스타벅스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즌별로 텀블러를 수집하는 유행이 지나버린 지금, 스타벅스에 필요한 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붙잡아 두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충성 고객들에게 지금의 전략은 달가울까. 그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앞서 말했듯 충성 고객들은 매장에 들러 시즌 음료를 마시고, 스탬프를 모아 요건을 충족하는 일련의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프리퀀시로 얻은 다이어리는 그 가치에 따른 선물인 셈이다. 

그런데 스타벅스 매장이 아닌 SSG닷컴에서도 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면? 충성 고객들이 추구하던 가치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의 변화(SSG에서의 프리퀀시 판매)가 스타벅스를 소비하는 충성 고객들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스타벅스를 둘러싼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라면 충성 고객들은 자신들의 충성도를 한번쯤 되돌아보려 할 것이다.

■스벅이 내세운 가치의 변질 = 유행은 수그러들기 마련이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화한다. 스타벅스 MD를 모으던 사람들은 이제 다른 수집거리로 관심을 돌린다. 스타벅스의 텀블러를 취미로 모으며 환경보호에 일조한다고 뿌듯해하던 나도 어느 순간 ‘디자인만 보고 같은 제품을 계속 사들이는 것이 환경보호 차원에서 정말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스타벅스의 시즌 MD를 구매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것이 기업이 전개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확신한 후부터는 사는 행위 자체를 중단했다.

해마다 디자인만 조금씩 바꾼 다량의 제품을 출시하는 건 기업 입장에선 돈이 되는 일이다. 돈이 되는 것을 많이 생산해야 그만큼 돈이 남기 때문에 찍어내고 또 찍어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려던 본래의 가치를 더 이상 찾지 못하면 지갑을 닫아버린다. “잦은 프로모션이나 굿즈를 출시하는 건 되레 소비자의 관심이나 주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벅의 불편한 노동문제 = 스타벅스를 둘러싼 이슈 중 노동문제도 소비자 입장에선 껄끄럽다. 2018년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하이파이브 데이’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사회적으로 갑질 문제가 논란이 되자 매장에 이런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붙였다. ‘스타벅스 파트너는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스타벅스 파트너는 고객 앞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스타벅스 파트너의 정당한 응대는 회사와 법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갑질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스타벅스가 보인 대응은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보호하고 나서는 정의로운 기업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후 들려오는 스타벅스의 소식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28일 스타벅스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리유저블컵(다회용컵) 데이’ 행사를 열었다. 단 하루뿐인 행사라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매장에선 대기 음료가 650잔에 달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행사를 마친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엔 “잦은 굿즈 행사로 격무에 시달리지만, 마땅한 처우 개선은 없었다”며 스타벅스를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매장 직원들은 트럭에 항의 문구를 띄우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경에 앞장선다는 마케팅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을 배려하지 못한 스타벅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였다.

많은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덴 좋은 경험과 가치, 그리고 탄탄하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한몫했다. 때때로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도 있었지만 그것이 오롯이 스타벅스만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 나타난 결과도 분명 있었을 거다. 
 

품질과 처우 논란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문제다.[사진=연합뉴스]
품질과 처우 논란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문제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제품 품질 문제(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 검출)가 불거지고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가 입에 오르내리는 건 얘기가 다르다. 그 두 가지는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브랜드의 방향성이나 가치는 안정적인 품질과 올바른 환경 위에 세워져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스타벅스가 여기서 더 추락하지 않으려면 소비자를 실망시키는 일을 더는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도 잘 새겨들어 소비자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스타벅스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되새겨야 한다. 또한 각종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 헤매더라도 다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서 ‘전략의 실패’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글 = 이혜연 한국외국어대(글로벌스포츠산업학) 학생 

도움 =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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