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스타벅스 지분 인수 1년
늘어난 실적과 나쁜 경험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접한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정 부회장은 자칭 ‘스타벅스 1호팬’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이마트가 지난해 7월 스타벅스(SCK컴퍼니)의 최대주주(지분율 67.5%)에 오른 건 우연이 아니다.

# 정 부회장이 이마트-스타벅스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충성도가 높은 스타벅스를 통해 이마트 계열사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이마트는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프로모션을 확대해왔고, 이는 ‘정용진식 전략’으로 일컬어졌다. 

# 젊은층 사이에서 ‘형’으로 불리는 정 부회장의 전략은 일정 부분 통했다. 스타벅스가 이마트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마트의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등급을 강등당할 만큼 이마트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타벅스가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해낸 게 사실이다. 

#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검출’ ‘샌드위치 품질 저하 논란’ 등 스타벅스를 둘러싼 잡음은 더 커졌다. 소비자 관심도, 만족도, 평판 등 실적을 제외한 지표들도 최근 들어 급속히 나빠졌다. 모두 스타벅스가 이마트 계열에 편입된 지 1년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과연 우연일까, 소비자가 보내는 경고성 시그널일까. 위기설이 강해진 스타벅스와 1호팬 정용진식 전략을 들여다봤다.

스타벅스는 최근 진행된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관심도, 만족도, 평판 등이 모두 나빠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스타벅스는 최근 진행된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관심도, 만족도, 평판 등이 모두 나빠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바리스타가 불러주는 닉네임으로 ‘와이제이(YJ)’를 사용하고, 자몽허니블랙티·말차라떼·나이트로 콜드브루를 즐겨 마시는 스타벅스 1호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스타벅스가 1999년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국내에 진출한 것도, 이마트가 지난해 7월 스타벅스 한국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도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스타벅스는 정용진 부회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참고: 신세계그룹은 1997년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지분율 50대 50으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1999년 1호점 이대점을 개점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7월엔 이마트가 스타벅스 본사의 지분 17.5%를 추가 매입하면서 최대주주(지분율 67.5%)로 올라섰다. 나머지 지분 32.5%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인수했다.] 

이런 스타벅스는 소비자 충성도가 남다르고 실적도 ‘넘사벽’ 수준이다. 매장 수는 1714개(2022년 상반기)에 달하고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조38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7% 증가한 액수다. 코로나19에도 스타벅스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이유로 이마트는 ‘스타벅스 효과’를 기대했을 공산이 크다. 매년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스타벅스가 이마트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스타벅스를 발판으로 이마트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인지 스타벅스는 SSG닷컴, SSG랜더스(야구단) 등과 프로모션을 확대해왔다.

지난 5월부터 SSG닷컴 통합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 회원에게 ‘월 2회 음료 무료 사이즈업’ 혜택을 제공하고, 6월엔 SSG랜더스 구단과 함께 ‘스타벅스 데이’를 진행한 건 대표적 사례다. 전형적인 ‘정용진식 전략’이었다.[※참고: 스타벅스 데이는 2021년 처음 시작했다.] 

이마트와 정 부회장이 기대한 ‘스타벅스 효과’는 실적 면에선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실적은 지난해 4분기(2021년 10월) 스타벅스 실적이 편입되면서 크게 개선됐다. 올해 2분기 이마트 마트 사업부문이 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사이 스타벅스는 475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마트의 주요 자회사 SSG닷컴(이하 2분기 영업이익 –405억원), G마켓(-182억원), 이마트24(43억원) 등의 실적과 비교되는 성과다.  

유통트렌드 컨설팅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의 추가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마트로선 스타벅스를 통해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스타벅스가 점포뿐만 아니라 실적 면에서도 이마트의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둘러싼 최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공고하던 스타벅스란 ‘성城’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각종 소비자 조사에서 관심도, 만족도, 평판 등이 모두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거다.

일례로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커피전문점 브랜드(30개)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벅스의 올해 8월 브랜드 평판지수는 157만7062를 기록했다. 30개 브랜드 중 평판지수가 가장 높았지만, 6월 평판지수가 466만234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66.1%나 줄어든 수치다. 

온라인상 소비자 관심도도 떨어졌다. 리서치 전문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커피전문점 브랜드(8개)의 SNS·블로그·유튜브 등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스타벅스 정보량은 70만8867건(2022년 2분기)으로 전년 동기(77만3836건) 대비 8.4% 감소했다. 정보량 순위에선 1위를 유지했지만, 감소폭이 ‘할리스(5.2%)’ ‘이디야커피(4.0%)’ ‘투썸플레이스(0.8%)’보다 훨씬 컸다는 점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소비자 만족도 역시 경쟁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스타벅스의 소비자 만족도는 3.96점(이하 5점 만점)으로 ‘컴포즈커피(4.12점)’ ‘메가커피(4.02점)’ ‘투썸플레이스(3.98점)’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인기가 다소 식은 덴 지난 5월부터 불거진 ‘서머 캐리백’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가 ‘e프리퀀시’ 이벤트로 음료 17잔을 마신 고객 등에게 제공한 108만여개에 이르는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문제를 키운 건 스타벅스의 뒤늦은 대응이었다. “서머 캐리백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처음 접수된 건 지난 5월이었지만 스타벅스가 국가공인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고(7월 22일), 그 결과를 토대로 공식사과(7월 28일)한 후 자발적 회수조치에 나선 건 8월 11일에서였다. 

더구나 민원 접수 이후 악취 원인 조사에 나선 스타벅스가 제조사로부터 “폼알데하이드가 포함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에 따르면 폼알데하이드 기준치는 내의류 75㎎/㎏ 이하, 의류·침구류 300㎎/㎏ 이하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의 경우 외피(이하 개봉전 기준)에선 평균 459㎎/㎏, 내피에선 평균 244㎎/㎏의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 다만, 서머 캐리백은 ‘기타 제품류’로 구분돼 폼알데하이드 안전 기준 준수 대상은 아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벅스 1호팬을 자처한다.[사진=뉴시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벅스 1호팬을 자처한다.[사진=뉴시스]

스타벅스의 품질 논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6월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타벅스 샌드위치 품질 논란’이 불거졌다. “스타벅스 ‘치킨클럽샌드위치’가 가격(6700원) 대비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갔는데 샌드위치 내용물이 지나치게 부실했다”면서 “편의점 샌드위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샌드위치를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푸드’에서 제조·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반발을 키웠다. 스타벅스 측은 “제품 원재료나 중량 등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고객 의견을 반영해 제조 공정을 다시 점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이마트에 인수되더니 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서머 캐리백’ ‘샌드위치’ 논란이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을 추가 인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터졌기 때문이다. 왜일까. 스타벅스 효과를 꾀하겠다던 ‘정용진식 전략’은 왜 역효과를 내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역효과❶ 희소성 =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열광한 이유 중 하나는 ‘희소성’이었다. 다이어리·캠핑용품·가방·텀블러 등 스타벅스 굿즈를 갖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소비자가 숱했다. 일례로 스타벅스가 2004년 이후 매년 연말 진행하는 ‘e프리퀀시 다이어리’ 증정 행사의 경우, 10월부터 12월까지 시즌 한정 음료(3잔)를 포함한 17잔의 음료를 마셔야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가 ‘노력’해야 받을 수 있던 스타벅스 굿즈가 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계열사와 함께하는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잦아지면서 굿즈 출시가 빈번해졌고, 구하기도 쉬워졌다. 

스타벅스의 경쟁력인 희소성이 희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발암물질 논란’이 일었던 서머 캐리백의 경우, 스타벅스 음료 17잔을 마시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여름 e프리퀀시’ 행사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SSG닷컴 등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SSG닷컴에선 멤버십(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특별 색상(핑크·블랙)의 서머 캐리백을 제공하기도 했다. 소비자로선 스타벅스에 가지 않고도 더 다양한 혜택을 누리면서 굿즈를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스타벅스는 ‘팬덤’이 강한 브랜드 중 하나지만 잦은 프로모션이나 굿즈 출시는 되레 소비자의 관심이나 주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서머 캐리백과 같은 관리 소홀로 인한 안전 문제까지 발생한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대표는 “음료·식품을 판매해서 남길 수 있는 마진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스타벅스로선 ‘굿즈’가 효자상품이었을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스타벅스 굿즈의 희소성이 약화한 데다 안전 논란까지 불거진 만큼 스타벅스 굿즈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이는 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효과❷ 노동문제 = 더 큰 문제는 달라진 마케팅 기조 때문인지 스타벅스에선 유례없던 ‘노동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단적인 예다. 

당시 스타벅스는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10월 1일)’을 기념해 음료를 다회용컵(리유저블컵)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다회용컵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로 몰려들었고, 일부 매장에선 대기음료가 650잔에 달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매장 직원들은 ‘열악한 처우’ ‘휴게시설 부족’ ‘인력 부족’ ‘과도한 굿즈 마케팅’ 등을 지적하며 트럭 시위를 벌였다. 

시위 직후 스타벅스 측 “매장 직원 1600명을 즉시 채용하고, 휴게 공간 리뉴얼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의미 있는 개선책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벅스 직원 수(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만273명(7월 기준)으로 트럭 시위 직후인 지난해 11월(1만8688명) 대비 1618명 증가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말까지 1600명을 충원하겠다던 약속을 뒤늦게나마 이행한 결과다. 하지만 그 기간 스타벅스 점포가 75개 더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원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월 10일 스타벅스 국회대로점 앞에서 청년유니온·참여연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 의원은 “스타벅스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스타벅스를 단 한차례도 근로감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류호정 의원실 보좌진의 말을 더 들어보자. “문제 해결의 핵심은 채용 인력을 늘려 노동 강도를 낮추는 거다. 하지만 트럭 시위 이후 스타벅스는 ‘주 15시간(주 5일·일 3시간)’ ‘주 16시간(주 2일 ·일 8시간)’ 등 단시간 근로자 채용 공고를 냈다. 단시간 근로자 채용으로 현장에선 숙달된 인력이 부족하고, 높은 노동 강도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력을 즉시 충원하고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겠다던 스타벅스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실 이마트로선 잡음이 새어 나오는 스타벅스 때문에 애먼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마트가 스타벅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선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학) 교수는 “스타벅스는 대기업의 자회사이자, 독점적인 사업자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더욱 강하게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건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1년간 각종 문제에 시달렸다.[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는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1년간 각종 문제에 시달렸다.[사진=연합뉴스]

지금 불거지는 논란들을 빠르게 잠재우지 못하면 스타벅스 역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세정 상명대(경제금융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가치소비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 부실로 인한 ‘나쁜 경험’이 반복된다면 스타벅스 역시 브랜드 충성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안일함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미국에 온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는 그저 그런 ‘브랜드’가 됐다는 말을 듣고 있다. 몇몇 소비자는 ‘용진이형 생각이 틀렸다’면서 정용진식 전략을 비판의 도마에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런 비아냥 섞인 비판을 털어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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