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
카카오T 풀지 못한 숙제
가맹 제도가 초래한 갈등

지난 10월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카카오는 또다른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지난 10월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카카오는 또다른 시험대 위에 올라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지난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벌써부터 후유증을 앓고 있다. 피해보상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의 앱 서비스를 쓰는 소비자의 대다수는 무료 이용자다. 무상으로 서비스를 사용해온 사람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는 물론 여론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 택시호출 서비스 앱 ‘카카오T’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카카오T 이용자 중엔 일반 승객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도 있다. 문제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가맹 제도다. 유료 가맹 상품 계약을 맺은 가맹기사와 그렇지 않은 비가맹기사의 피해보상을 두고 때아닌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거다. 

# 카카오T가 공정성이란 난관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존재하는 걸까. 김택균 세종대(경영학) 학생이 “배차부터 보상까지… 카카오T 뫼비우스의 띠(더스쿠프 통권 517호)”라는 기사를 읽고 카카오T 앞에 놓인 공정성의 딜레마를 살펴봤다.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출판 플랫폼 ‘북팟(Bookpod)’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의 두번째 편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공정’이다. 올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도 공정은 일자리, 교육, 보건ㆍ의료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공정은 누구나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는 가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선 공정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 입법부의 활동과 정당정치 일련의 과정만 살펴봐도 기득권의 불합리한 의사결정과 불공정한 관례가 만연하다. 


공정은 국민 모두가 공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 가치지만, 기본을 지킨다는 건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키지 못한’ 공정은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서비스 먹통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대기업 카카오가 처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 먹통과 카카오T = 지금으로부터 두달 전 카카오의 데이터센터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카카오가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을 점유하는 회사여서인지 그날의 화재는 우리 일상에 직접적인 불편을 끼쳤다.

이에 따라 카카오도 서비스 먹통 사태를 겪은 각계각층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했고, 그 보상 수준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택시운수업에 종사하는 기사들의 피해보상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더스쿠프의 기사(통권 517호ㆍ배차부터 보상까지… 카카오T 뫼비우스의 띠)에서 알 수 있듯, 택시기사 대부분은 카카오의 택시호출앱 ‘카카오T’를 활용해 승객을 태운다. 기사들의 하루 수익은 얼마나 효율적인 배차서비스를 제공받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엔 호출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했으니, 기사 개개인의 피해도 매우 컸을 것이다.

■ 보상 형평성 논란 = 문제는 택시기사를 위한 피해보상안을 짜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쟁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그 중심엔 유료 가맹 제도가 있다.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는 11월 2일 사용료(가맹수수료)를 내고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맹기사들을 위한 피해보상책을 발표했다. 서비스 오류가 발생한 시간동안 이뤄진 배회영업에 한해 가맹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무료로 카카오T를 쓰는 비가맹기사를 위한 보상책은 없었다. 명확한 보상 기준과 선례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비가맹기사들은 “우리도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용자이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가맹기사들은 “공짜 이용자인 비가맹기사에게 가맹기사와 똑같은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 차별 논쟁의 근원 = 양측의 서로 다른 견해를 잘 살펴보면 결국 가맹 제도가 기사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비가맹기사들은 가맹 제도가 업계의 불공정한 경쟁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가맹이 생기기 전엔 모든 택시기사가 무료 이용자였기 때문에 동등한 환경에서 승객을 유치했는데, 가맹 제도가 생긴 후에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경쟁하게 됐다는 거다.

[※참고: 혹자는 “기사들 모두 가맹에 가입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개개인의 형편에 따라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더욱이 카카오T 가맹 계약을 맺으려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맹을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가입할 순 없다는 뜻이다.] 

이유 있는 공정성 논란    

이 때문에 비가맹기사는 비가맹기사대로, 가맹기사는 가맹기사대로 불만이 쌓였다. 이를 테면, 비가맹기사는 돈을 내는 가맹택시에만 승객의 콜(호출)이 집중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카카오T의 유료 회원인 가맹기사는 비가맹택시가 기피하는 ‘똥콜(수익성이 좋지 않은 콜)’이 자신들에게 몰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가맹ㆍ비가맹기사 간 논쟁을 카카오가 제대로 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난 9월 모빌리티 투명성위원회를 통해 ‘배차 알고리즘’을 일부를 공개하면서 “콜 차별은 없다”고 소명했지만,  논쟁을 종식하기엔 부족했다. 그 사이 택시업계의 골은 더 깊어졌다. 


■ 갈등의 나비효과 = 해결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이어져온 가맹ㆍ비가맹기사 간 갈등은 결국 이번 피해보상 문제까지 이어지게 됐다. 배차부터 피해보상까지 뒤덮은 카카오T의 공정성 논란을 정리하면 다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카카오가 가맹 제도에서 기인하는 ‘차별 논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피해보상을 두고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둘째, 택시업계가 소모적인 신경전을 이어온 건 결국 카카오가 배차 알고리즘의 정보를 완전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사실이다.[※참고: 배차 정보를 모르니 비가맹기사는 ‘가맹기사에게 콜을 몰아준다’고 주장하고, 가맹기사는 ‘우리가 똥콜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의 피해보상을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의 피해보상을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공정성 논란 해결책 = 그렇다면 카카오가 배차부터 피해보상까지 얽히고설킨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없을까. 현재로선 ‘정공법’이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맹 여부에 따라 배차 시스템이 달라지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카카오가 배차 알고리즘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거다.

이를 통해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 중 누가 더 콜을 많이 받는지, 누가 더 ‘똥콜’을 많이 수행하는지 입증하고 차별적 요소를 확실히 제거한다면, 택시시장은 공정이란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카카오의 입장에선 배차 정보를 100% 공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배차 알고리즘은 택시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영업비밀이어서다. 그래서인지 몇몇은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택시시장을 값비싼 ‘프리미엄 택시’ 업계와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일반 택시’ 업계로 구분하자는 거다. 

이 경우 가맹택시가 승차거부 없는 프리미엄 택시의 역할을 하고, 비가맹택시가 일반 택시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가 속한 ‘시장’이 다르니, 가맹 여부에 따라 배차 서비스에 차등을 둬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셈이다.        

■남아있는 한계점 = 하지만 시장의 분화가 공정성 논란을 100% 해소하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요금이 저렴한 일반 택시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일반 택시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의 차이에 따라 또다시 택시의 ‘등급’을 나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똑같은 요금으로 똑같은 거리를 가도,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다. 일관적이고 균등한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순 없는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차별화’를 향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욕망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달리 말해, 일반 택시 안에서 또다른 유료 가맹 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애써 시장을 나눠봤자 결국 도돌이표처럼 ‘공정성 논쟁’이 반복될 수도 있는 거다.

지금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선으로 카카오T의 피해보상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두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카카오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피해보상책을 마련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또다른 하나는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합의가 이뤄져도 가맹 제도가 존재하는 한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를 구분하는 제도가 있는 한 공정성 논란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를 구분하는 제도가 있는 한 공정성 논란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바통은 이제 카카오로 넘어갔다. 서비스 먹통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가맹ㆍ비가맹기사 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은 사실 자체는 확실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은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카카오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카카오는 기존의 카카오T 가맹 제도에 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봤듯, 가맹ㆍ비가맹기사의 갈등은 결국 차별적 요소를 줄여나감으로써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 카카오가 택시업계와의 해묵은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김택균 세종대(경영학) 학생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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