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만든 코리빙 주택
실버세대 입주자도 찾아와
관건은 높은 수준의 임대료

코리빙(Co-living)은 우리나라에 ‘직장인 1인가구’를 위한 주거 형태로 2010년대 후반부터 주목을 받았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한 ‘셰어하우스’보단 고가의 임대료를 내며 주거 서비스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코리빙엔 ‘1인가구만을 위한 주거형태’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코리빙은 과연 이런 꼬리표를 떼낼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1인가구를 넘어선 코리빙’ 디어스판교를 가봤다.

‘디어스판교’는 기존 2030대 1인 가구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하던 코리빙과 다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디어스판교’는 기존 2030대 1인 가구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하던 코리빙과 다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우리나라의 3가구 중 1가구는 1인가구(2021년 기준)다. 비중으로 따지면 33.4%다. 2020년보다 1.7%포인트 커진 수치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다시 나눠보면 특징이 보인다. 20대(19.8%), 30대(17.1%)가 36.9%를 차지하고 있다. 1인가구 하면 젊은층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문제는 2030대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다.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하는 활동을 원해도 하지 못하거나 침실을 제외한 다른 공간을 넓게 쓰는 게 어렵다. 개인 공간을 사용하며 공용공간을 함께 쓰는 코리빙(Co-living)은 그래서 더 주목을 받았다.

젊은층 사이에서 ‘임대료가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외로움을 덜어내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코리빙’ 주택은 대부분 젊은층에 초점을 맞춰왔다. 예시를 들어보자. 

입주민은 자유롭게 일하는 2030대 1인 가구 직장인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 외엔 입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시설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튜브를 촬영하거나 재택근무를 하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커뮤니티 시설에서 코딩 강좌 등을 듣는다. 장소가 도심 한복판에 있어 출입이 자유롭고 편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코리빙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코리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장면은 어쩌면 고정관념일지 모른다. 코리빙 주택의 초점은 1인 가구에게만 맞춰진 건 아니다. 그중 지난해 문을 연 ‘디어스판교’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디어스판교엔 공용공간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2030 직장인뿐만 아니라 젊은 부부,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도 있다. 1인 가구에 한정될 거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코리빙과는 다른 모습이다. 스타트업이나 IT기업이 즐비한 도심에 위치한 것도 아니다. 디어스판교는 강남업무지구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창을 열면 빌딩숲 대신 야트막한 ‘봉바위산’이 보인다. 도심 오피스텔에서는 찾기 어려운 넓은 테라스도 있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규모는 코리빙을 내세운 국내 건물 중 가장 크다. 지하 6층부터 지상 10층으로 만들어진 건물(쇼핑몰 1~3층 제외)에선 모두 521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최근 도심 속 호텔 리모델링으로 탄생한 코리빙이 대부분 300여세대라는 걸 감안하면 디어스판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주택 형태도 다양하다. 원룸 형태로 만들어진 스탠더드형, 모든 가구를 갖춘 1.5룸(45.83㎡ㆍ13.86평), 투룸(50.47㎡ㆍ15.27평) 형태도 있다. 가장 큰 면적인 투룸에는 침실 2개, 거실 1개, 주방 공간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정부가 만드는 신혼희망타운 면적이 46㎡(약 13.92평), 55㎡(약 16.64평)라는 걸 생각해보면 디어스판교의 가장 넓은 타입에서는 신혼부부나 아이가 있는 부부가 충분히 거주할 수 있다. 

오피스텔이라는 형태 때문에 아파트에 비해 녹지 공간이 충분하지 못한 단점도 2개의 테라스로 보완했다. 그중 한곳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 곳은 자산운용회사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애초 분양형 오피스텔을 만들어 매각하려 했지만 민간 임대주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금리와 정부 규제 등으로 ‘분양형’ 오피스텔의 이점이 미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관계법인 스티븐스 측은 “민간 임대주택으로 초점을 바꾸면서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존 코리빙과는 다른 특색이 갖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은 디어스판교 입주민들의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서비스는 새로 도입하거나 유지하고, 필요 없는 서비스는 중지한다. 이런 정기조사는 디어스판교의 많은 걸 바꿔놓기도 했다. 특히 코리빙의 특징 중 하나인 커뮤니티의 운용방침을 크게 변경했다. 

디어스판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처음엔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특성 때문에 외부 강사를 초빙해 코딩 교육을 실시하거나 요리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만들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커뮤니티 활동’을 더 선호하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지금은 입주민들이 직접 만들거나 커뮤니티 매니저가 만드는 모임이 훨씬 많다.”

새롭게 만든 대표적인 서비스는 셔틀버스다. 디어스판교는 판교역과 다소 떨어져 있다. 출근 시간에 판교역으로 가려면 배차시간이 20분가량인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입주민들을 위해 출퇴근시간에 각각 3~4회차씩 운영하던 셔틀버스를 출근시간엔 6회로 늘렸다. 

캠핑 열풍에 만들었던 커뮤니티 시설 내 ‘실내 캠핑 공간’을 한차례 리모델링한 건 불필요한 서비스를 개편한 사례다. 리모델링을 통해 칸막이를 만들고 1인용 데스크로 만들자 입주민들은 업무를 하거나 ‘혼밥’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개성이 뚜렷하고 신선한 전략도 주목할 만하지만, 디어스판교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임대료는 판교의 다른 오피스텔과 비교해 30~40%가량 비싸다.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이어서 매년 임대료 상한폭이 제한되긴 하지만, 현시점에서 비싼 건 맞다. 

임대료가 비싼 이유는 공교롭게도 앞서 언급했던 ‘특별한 서비스’에 있다. 디어스판교 측이 커뮤니티 시설에 있는 세탁기ㆍ영화관ㆍGX룸ㆍ워크룸ㆍ조식서비스 등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줬지만, 현재 95%인 입주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디어스판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도 괜찮은 곳이란 인식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족도 입주할 수 있는 새로운 코리빙 ‘디어스(판교)’는 더 다양한 입주민을 품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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