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떨어지고 있지만
잔불 꺼지지 않았다면
규제 완화도 요원한 일

기준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규제 해제’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161곳에 달했던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59곳으로 줄었다. 이제 남은 건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지역 4곳뿐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어떤 정책을 펼까. 

정부는 11월 10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만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지역에서 모든 규제를 해제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11월 10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만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남겨놓고 나머지 지역에서 모든 규제를 해제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은 1년 전과 판이해졌다. 정부는 지난 11월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수도권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규제로 묶여 있는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2곳 등 총 161곳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6월과 9월, 11월 규제지역을 순차적으로 해제하면서 투기과열지구(30곳)과 조정대상지역(29곳)은 59곳으로 줄어들었다. 1년 만에 규제지역이 60% 넘게 감소한 셈이다. 

부동산 규제지역은 단계별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나뉜다. 규제지역으로 남은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경기 지역 4곳(과천, 광명, 성남수정ㆍ분당, 하남)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15개구)은 투기지역이다. 서울 나머지 지역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수정ㆍ분당), 하남은 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이다. 국내에 남은 유일한 부동산 규제지역인 셈이다.

규제 해제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변화는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다. 무주택자는 비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유주택자도 LTV 60%까지 돈을 구하는 게 가능해진다.

다른 변화도 있다. 세금이다. 규제가 풀리면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던 20~30%의 양도소득세 중과가 사라진다. 취득세도 마찬가지다. 규제지역에 집이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들일 경우에 적용하는 8%(3주택자 이상 12%) 세금이 없어진다.

아울러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고 재당첨 제한도 사라진다. 주택 구입의 장애물이었던 요소들이 규제 해제로 없어진다는 거다. 그렇다면 정부는 추가로 서울과 경기 4개 지역 규제를 해제할 수 있을까. 

매매가의 변동 추이만 보면 어려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2.91%를 기록했다. 가장 규제가 심한 서울마저 아파트 가격이 꺾인 거다.  

경기 매매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4.19 %를 기록해 서울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여전히 규제에 묶여있는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과천(-3.61%), 광명(-6.42%), 성남수정(-4.30%), 성남분당(-1.36%), 하남(-5.22%) 중 경기 지역 평균보다 매매가격 하락폭이 심했던 곳은 광명, 성남수정, 하남이었다. 규제가 여전한 지역에서도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매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세가격 하락도 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누적 변동률은 -2.79%를 기록했다. 매매가 변동률(-2.91%)보단 작았지만 마이너스는 마이너스일 뿐이다.

경기 지역은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이 -4.64%로 매매가격지수 변동률(-4.19%)보다 더 나빴다. 규제가 유지된 경기 5개 지역인 과천(0.57%), 광명(-6.46%), 성남수정(-4.90%), 성남분당(-2.79%), 하남(-7.13%)은 과천, 성남분당을 제외한 곳에서 모두 전세가 하락폭이 경기 평균보다 심했다. 

현재 지표로 보면 규제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타긴 어렵다. 게다가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지렛대로 삼아 다주택자가 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가 하락은 결국 매매가 하락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지역의 추가 해제를 쉽게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청약 경쟁률, 아파트 거래량 등 부동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한다.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어도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거나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규제를 해제할 이유가 사라진다. 지난 6월 주택가격이 내려가고 있던 세종시의 규제를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유지한 건 대표적 사례다. 

서울은 최근 3개월간 신규 분양한 2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한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분양은 없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2기 신도시 위주로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근 들어서야 오산, 평택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의 향방을 확인하려면 서울 인근에서 진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경쟁률이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과 재건축 이슈가 존재하는 성남분당의 경우 규제 해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수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도 DSR 규제가 여전해 대출받는 건 어려운 상황인 데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도 크다”며 “매수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 절벽도 이어진다면 규제 해제를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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