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층간 소음 새 기준 적용
현장 적용 시공성·경제성으로 미뤄져

2022년 3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층간소음 감독 제도가 개선됐다. 검사 방식이 꼼꼼해지고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인정 기준도 강화됐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곧바로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건설사들이 이 기술을 현장에 언제쯤 적용할지 미지수라서다. 더구나 건설사들이 발표한 신新기술 중엔 층간소음 신新기준(주택법 개정안)을 충족하지 못한 것들도 숱하다. [※참고: 이 기사는 더스쿠프 매거진 517호 기사를 근거로 재작성했습니다.]

건설사가 새로운 바닥구조를 개발했지만 곧바로 현장 적용이 어렵거나 1등급이 아닌 경우도 있다.[사진=뉴시스]
건설사가 새로운 바닥구조를 개발했지만 곧바로 현장 적용이 어렵거나 1등급이 아닌 경우도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8월 4일은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 날이었다. 지난 3월 개정된 주택법이 이날 효력을 발휘했는데, 바닥재의 충격음 차단구조를 인정하는 등급 기준이 높아졌고 시공 후 층간소음을 검사하는 사후인정제도도 첫걸음을 내디뎠다.

층간소음으로 인정될 수 있는 소리 크기도 줄었다. 더 깐깐해진 셈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1.9%는 아파트에 산다. 이 점을 감안하면 층간소음 방지는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이다.

그럼 개정된 주택법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층간소음으로 인정받는 소리 크기는 40㏈로 더 작아졌다.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1등급을 받기 위한 소리 크기도 37㏈ 이하로 꼼꼼해졌다. 1등급 바닥재를 시공하면 ‘층간소음(40㏈ 이상)’은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참고: 30㏈는 속삭이는 소리, 40㏈는 도서관이나 주간의 조용한 주택가 소리, 50㏈는 조용한 사무실 소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니 미디어도 움직였다. 각종 미디어가 쏟아낸 뉴스에선 8월 4일을 ‘층간소음 종말’의 기점처럼 해석했다. 하지만 사후인정제도는 8월 4일부터 새롭게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이 때문에 2023년 이후 입주하는 아파트에서나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해를 넘겨야 효과가 나오는 ‘사후인정제도’보다 시장에 더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따로 있다. 앞서 언급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기준이다. 건설사들은 강화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을 통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사내에 층간소음 연구소를 만들거나 바닥충격음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ㆍ자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8월 4일 전후로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는 곧 다가올 미래일까. 건설사들이 공들였다고 말하는 새로운 바닥재 성능은 어디까지 진화한 걸까. 이 질문의 답을 하나씩 풀어보자.

GS건설은 2022년 1월 4중 바닥구조를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바닥구조는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경량ㆍ중량충격음 성능 모두 37㏈ 이하를 충족해 인정서까지 받았다. 현장에 적용할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19일 개발했다고 밝힌 5중 바닥구조는 공인검사기관의 인정서를 받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바닥재로 사용하려면 인정서를 받아야 하는데 인정서가 발급되는 시점은 우리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8일 서울 중랑구의 한 임대주택 단지에서 열린 층간소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뉴시스]
지난 8월 18일 서울 중랑구의 한 임대주택 단지에서 열린 층간소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뉴시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10월엔 새로운 방식으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만들어 성능 1등급 인정서를 받았다. 신기술로 만든 차단구조는 경량충격음은 21㏈, 중량충격음은 29㏈ 수준에 그쳤다. 1등급 기준선이 37㏈(8월 4일 주택법 개정안 기준) 이하인 걸 감안하면 뛰어난 성능이다. 게다가 신축 현장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두 바닥구조는 아직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3월 새 바닥구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을 때 “2022년 하반기에 현장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적용된 현장은 아직 없다. 10월 새롭게 만들었던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역시 언제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바닥차음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점이 달라질 것”이라며 “시공성과 경제성으로 예상한 시점보다 현장 적용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인정서가 있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현장 적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기술, 인정서, 경제성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도 바닥충격음 차음구조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점이다. 건설사가 시행부터 시공까지 책임지는 현장이라면 새로운 바닥구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행주체가 시행사, 도시정비사업 조합 등으로 따로 있을 경우, 건설사의 의지만으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적용할 순 없다. 일례로 대우건설은 10월 리모델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만들었지만 일괄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설계가 확정된 현장은 바닥구조를 임의로 바꾸기 어렵다”며 “앞으로 만들어지는 현장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현장 상황에 따라 신기술 적용 여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 개발한 차단구조를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은 건설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22년 12월 15일까지 LH품질시험센터가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인정한 제품은 총 35개다. 그중 모든 충격음에서 1등급을 받은 건 6건으로 전체의 17.1%에 불과했다.

 

바닥구조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일부 건설사 사례를 보면 불확실성은 더 뚜렷해진다. LH품질시험센터에서 공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세부인정 내용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으로 바뀐 ‘층간소음(40㏈)’을 막을 수 없는 바닥재도 있었다.

‘DI-DW-P401(동일수지ㆍ대우건설)’ ‘SM D-IV system(삼성물산)’은 모두 경량충격음은 1급 인정을 받았지만 중량충격음은 각각 4급, 3급을 받는 데 그쳤다. 3등급 기준은 충격음이 41㏈ 초과 45㏈ 이하일 때다. 바닥충격음 차단구조를 적용하고도 ‘층간소음(40㏈ 이상)’이 발생했다는 거다. 신新기술이지만 ‘신新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국토부는 건설사가 바닥재를 두껍게 만들어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성능 등급을 높일 때마다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는 인센티브까지 마련했다. 건설사에 혜택을 준다면 그만큼 층간소음 방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그대로인 아파트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지 모른다. 층간소음 제도 개선이 ‘피부’로 와닿는 날은 언제쯤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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