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소비의 딜레마 해결할 수 있나

코호나19 팬데믹은 전세계 소비지출의 급감과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호나19 팬데믹은 전세계 소비지출의 급감과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경과학자들은 우리에게 ‘더 적게 소유하며 살 것’을 촉구한다. 사람들의 소비 욕구가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등을 야기해 세계를 생태 위기로 몰고 있다며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더 많이 소비할 것’을 권한다. 소비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올 거라 경고하며 그때마다 “나가서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지금 우리는 환경과 소비 사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소비 욕구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 재앙의 위기에 빠질 것이고, 소비를 현저히 줄이면 경제 침체의 원인이 될 거라서다.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로다.” 신간 「디컨슈머」는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멈출 수 있는지, 소비중심주의를 탈피한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일지 살펴본다. 저자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날 소비의 25%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정하고 각종 연구와 문헌, 인터뷰 등을 통해 분석·예측한다.

아울러 수렵·채집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나미비아의 작은 마을부터 정확하게 지속 가능한 비율로 소비하는 에콰도르의 공동체까지, 소비를 멈췄을 때 마주할 세상을 설득력 있게 예견한다. 

저자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던지면서 일종의 사고실험을 진행한다. 만약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훨씬 더 적게 소비한다면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를 비롯해 우리 자신에게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탐구하는 사고실험이다.

사고실험 분석의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시작됐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소비지출이 급감했고, 말 그대로 경제가 붕괴하면서 저자의 가정과 이에 기반한 사고실험이 관찰 가능한 전제가 된 것이다. 

“과연 소비의 종말이 불러올 미래는 성장의 종말, 즉 경제와 사회의 붕괴일까.” 저자는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 ‘디컨슈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문화에 그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디컨슈머는 자신 또는 세상의 소비가 줄어들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사람들로, ‘영리적 시간’보다 ‘비영리적 시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을 말한다. 저자는 “디컨슈머들은 소비 집착에서 벗어나 간소함을 추구하고 내재적 가치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으로 기존 소비문화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디컨슈머 시장이 경제를 어떻게 바꿀지를 예측하고 소비가 줄어든 세상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짚어본다. “디컨슈머는 소비자로서 ‘사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이들을 공략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한 파타고니아와 리바이스, ‘딥타임(deep-time) 사업관’을 실천한 일본의 제과 회사 ‘토라야’ 등 기업 사례를 통해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운시프팅 붐이 퍼졌던 1980년대 말 미국 사회의 재조명을 시작으로, 참여 문화를 통해 지역 전체의 소비문화를 변화시킨 런던 교외의 바킹 대거넘 자치구까지, 지구 곳곳에서 새로운 우선순위에 따라 구성하는 삶의 모습을 살펴보고, 디컨슈머가 수십년 수천년 뒤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이야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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