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CN 산업 이대로 괜찮나
도티 등 유명 유튜버 보유한
샌드박스네트워크 내홍 중
트레져헌터도 침체늪에 빠져

유튜버는 콘텐츠만 대박 나면 돈을 ‘억’ 소리 나게 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MCN 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튜버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요 수익원인 광고를 통해선 흑자를 내기 어려운 데다 마땅한 캐시카우도 없기 때문이다. 유튜버는 뜨는데, 유튜버를 관리하는 업체는 죽는 ‘아이러니한 MCN 시장’을 분석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121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121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유튜브의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5174만명)의 80% 수준이다. 9월 기준 유튜브 앱 총 사용시간은 13억8057만3200시간에 달했는데, 1인당 월평균 32.9시간을 즐긴 셈이다. 

유튜브의 덩치에 비례해 크리에이터인 ‘유튜버’의 위상도 한껏 올랐다. 1020세대엔 인기 유튜버가 아이돌이나 연예인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 대학엔 유튜버 학과가 생겼고, ‘퇴근 후 유튜버’로 활동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유튜버가 뜬 또다른 이유는 고소득이다. 유튜브 생태계가 풍성해진 덕분에 그들은 생각보다 쏠쏠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강준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디어콘텐츠 창작 사업자 17 19명의 총 연수익금은 1760억원으로 1인 평균 1억243만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1억원대의 매출은 3800만원 안팎의 국내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소득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상위 1%의 평균 수입은 12억7035만원이나 됐다. 업계에서도 구독자가 100만명 이상인 유튜버는 통상 억대 연봉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유튜버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유튜버를 관리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계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MCN은 쉽게 말해 유튜버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유튜버와 계약을 맺고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 영상 편집 등을 지원한다.

저작권 관리와 광고영업을 대신하거나, 미디어 인터뷰를 주선한다.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유튜브 스타’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 역시 엔터테인먼트사와 유사한 역할이다.

국내 MCN 산업은 유튜브가 높은 성장을 구가하던 2013년에 태동했다. 국내 대표 콘텐츠 전문기업 CJ ENM이 ‘크리에이터그룹(현 다이아TV)’이란 이름으로 MCN 사업을 처음 시작했고, 샌드박스네트워크(2014년), 트레져헌터(2015년), 콜랩코리아(2017년) 등이 줄지어 설립했다. 이중 초기 시장 형성을 주도했던 다이아TV, 트레져헌터,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빅3가 국내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MCN 선두권 업체들의 실적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도티, 유병재, 조나단 등 인기 유튜버에 450여팀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는 초대형 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석달 전인 9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이어 11월엔 사업 매각과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조직 효율화’ 방침을 밝혔다. 유튜브가 국민 앱으로 자리 잡았는데도 샌드박스네트워크가 구조조정에 나선 건 경영 악화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1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한 수치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수익 지표였다. 2020년 72억원이던 영업적자가 지난해엔 121억원으로 불어났다.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함께 ‘빅3’ 중 한곳인 트레져헌터 역시 지난해 5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거래소에 사업 모델 특례 상장을 기반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MCN 상장 1호’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상반기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공모 시장을 돌파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이아TV는 CJ ENM의 사업부여서 구체적인 실적을 분석하긴 어렵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이아TV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크리에이터 전문 방송 채널로 운영하던 ‘채널 다이아’를 지난 3월에 매각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매년 수억원을 버는 유튜버를 보유했는데도 MCN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MCN 산업의 불안한 수익 구조 때문이다. MCN의 주요 수익원은 유튜버와 나누는 광고 수익이다. MCN은 구글의 광고 중개 서비스인 애드센스를 통해 돈을 버는데, 해당 채널과 콘텐츠를 만든 유튜버에게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배분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MCN이 취하는 수익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MCN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튜버가 70~80%를 가져가면 MCN이 20~30%를 가져가는 계약이 일반적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유튜버일수록 이보다 높은 비율의 수익을 약속해야만 영입할 수 있다. 스타 유튜버가 매출엔 도움이 될지언정 영업이익엔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다.

이는 MCN의 역할이 엔터테인먼트사의 관리보다 역할이 많이 축소돼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관리를 도맡기보다는 보조적인 도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계약 강도도 엔터테인먼트 기업보다 훨씬 느슨하다.” 

이 때문에 일부 MCN 업체는 신사업을 통해 수익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 판매 같은 협찬 연결 사업이 대표적이다.메타버스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인영 사이버한국외대(마케팅경영학) 교수는 “최근엔 유튜버에 친화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MCN 외에도 다수 생겨나면서 유튜버 사이에서 탈MCN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앞으로 국내 MCN도 메타버스 진출, NFT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신사업이든 신시장이든 꾸준한 수익을 낼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진 않았다는 지적이 더 많다. 뚜렷한 캐시카우를 마련하지 못한 MCN 업계로선 당분간 비용을 통제해서라도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몇몇 업체가 진행하는 ‘구조조정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 11월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직원들은 ‘구조조정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경영진과 맞서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측은 “전체 구성원 560여명 중 10% 안팎이 권고사직 대상이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부는 매수 대상자와의 협의에 따라 고용 승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튜버는 뜨는데 MCN 산업은 심각한 성장 정체를 겪는 묘한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CN이 유튜버처럼 전성시대를 맞을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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