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2편 ➋인터뷰
안지환 ㈜뉴톤즈 대표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 개발
데이터 활용 서비스 확장 목표

창업경진대회 수상 실적만 16건이다. 2022년엔 예비창업자 패키지와 디딤돌 창업성장 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불과 7개월여 전에 설립한 ㈜뉴톤즈가 이뤄낸 성과지만, 안지환(31) 대표는 그 물밑에서 숱한 실패를 맛봤다. 그럼에도 언젠간 성공할 거란 확신으로 포기하지 않고 질주해온 그가 하나둘 내디디고 있는 걸음을 따라가봤다.

안지환 ㈜뉴톤즈 대표가 개발한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는 안전하고 간편하다.[사진=천막사진관]
안지환 ㈜뉴톤즈 대표가 개발한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는 안전하고 간편하다.[사진=천막사진관]

✚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0년에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를 구상하셨다고요. 그땐 국내 헬스산업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을 때 아니었던가요?
“맞습니다. 국민 창업 오디션이라는 공모전에 아이템을 발표한 게 2020년입니다. 당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요. 그후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아이템에 점점 확신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발이 좀 늦어지긴 했지만 창업은 사실상 2020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안지환 대표는 2020년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 아이템을 구상한 뒤 연구에 몰입했고, 2022년 5월 ㈜뉴톤즈를 창업했다. 시제품를 완성하고 현재는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

✚ 그런데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가 뭔가요?
“기존의 운동기구는 중량원판을 들고 날라야 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입니다. 부상 위험이 많죠. 저는 중랑원판을 없앤 운동기구를 개발했습니다.”

✚ 운동하다 다쳤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피트니스센터를 꽤 다녔는데 중량원판이 떨어져서 다치는 사람들을 종종 봤습니다. 전기차가 나오는 시대에 이건 좀 아니다 싶었죠. 그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중량원판을 없앴습니다. 중랑원판이 없으면 그만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 그런 생각을 대표님만 했던 건 아닐 텐데요. 그동안 중랑원판 없는 운동기구가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뭔가요?
“제가 알기론 중량원판을 쓰지 말자는 얘기가 피트니스 업계나 기계학자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실제로 시도했던 분들도 계시고요.”

✚ 그런데 왜 안 됐나요?
“글쎄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으론 운동하는 느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한데요.
“중량원판을 없애는 대신 ‘공압(공기압)’을 이용한 기구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운동하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실패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엔 모터를 활용한 전동기 방식으로 만든 운동기구도 나왔는데, 그 또한 사용자들이 이질감을 느끼더라고요. 무게(중량원판)를 드는 게 아니라 억지로 모터를 돌리는 느낌이랄까요?” 

✚ 그렇다면 대표님께선 어떤 원리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거죠?
“전 전기 유압 방식을 선택했어요. 운동기구의 무게 구현부에 유압 시스템을 적용해 중량원판 없이도 최대 500㎏까지 무게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죠. 안전하고 간편한데다, 이질감이 없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단순히 중량원판만 없앤 건가요?
“아닙니다. 중랑원판이 있으면 운동기구에 센스를 부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걸 없애면 센서를 적용할 수 있죠. 운동했던 기록을 데이터화해서 그걸 앱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중량원판 없는 운동기구는 언제쯤 양산할 계획인가요?
“당장 양산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진 않습니다.”

✚ 양산이 목표가 아니라니,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뉴톤즈의 목표를 두단계 스텝으로 나눴습니다. 일단은 우리가 잘하는 무게장치에 집중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 운동기구를 중고로 사서 리폼을 한 다음 자체 무인 피트니스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 무인이요?
“네, 많은 사람이 피트니스센터에서 PT를 받지만 사실 그게 정량화돼 있지 않거든요. 가르치는 사람의 경험에 기반한 거죠. 우리의 목표는 기존 운동기구를 중고로 사서 우리 기술로 리폼한 다음 무인피트니스센터를 만드는 겁니다. 우리 기술을 적용한 운동기구는 운동 데이터가 모두 나오기 때문에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죠. 다른 피트니스센터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저는 사용자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시스템을 비싸게 팔기보다는 좋은 시스템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게 첫번째 전략이자 목표입니다.”

✚ 그다음 스텝은요?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우리 브랜드로 운동기구를 만들 계획입니다.”

✚ 양산을 뒤로 미루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아직은 어떤 업체를 선택하든 적절한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꺼번에 시도하지 않고 차근차근 이뤄내고 싶어서 두단계로 스텝을 나눴습니다.”

✚ 첫 창업인데 준비를 잘 하신 듯합니다.
“창업은 처음이지만 다양한 공모전에 많이 나갔습니다. 16개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건 최근의 일이고요. 그전까지는 숱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러면서 맛보기식으로 창업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실패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긍정적인 성격 덕도 좀 보고 있고요.”

✚ 수많은 실패를 했다고 하셨는데, 이 아이템은 언제 성공 확신이 들었나요?
“개발하면서 확신이 들기도 했지만, 공모전에 나가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시장을 살펴보면, 운동 자세를 알려주거나 예약서비스 기능을 탑재한 키오스크를 만드는 데 더 주력하고 있어요. 의외로 운동의 본질에는 다가서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시대적 흐름이 데이터화하고 있다는 것도 그 확신에 일조했고요.”


✚ 이젠 양질의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죠.
“지금 피트니스 업계가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운동기구로 축적될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건 그 발판이고요.”

✚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정보가 쌓이면 그걸 통해서 더 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장기적으론 실버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버세대를 위한 운동기구 시장 또는 재활 운동기구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만반의 준비로 창업했지만 막상 실험실을 나와보니 생각과 다른 점도 있었을 듯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한들 잘 팔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연구만 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일부러 현장에 많이 나갑니다. 운동기구가 무척 무거운데도 직접 들고 가서 ‘어떤 느낌이냐’ ‘어떤 점이 좋으냐’고 수없이 물어봅니다. 우리보다 소비자들이 더 창의적으로 보는 부분도 있거든요. 저는 그 의견을 최대한 듣고, 그걸 잘 정리한 다음 개발자 동료들과 제품에 반영합니다. 누군가는 현장과 소통해야 하는데, 제가 그 역할을 하는 거죠.”

✚ 뉴톤즈의 목표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기존 중량원판을 대체하면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사업적인 목표가 있고요.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살자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습니다. 결국 그 역시도 사업으로 연결되는데요. 어제 발판을 만들었다면 오늘은 본체를 만들고, 어제 8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오늘은 그중 3~4명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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