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2편 ❶ 디지털 피트니스
체력·건강관리 힘쓰는 ‘홈트족’ 증가
피트니스에 디지털 접목한 기술 주목
국내 시장엔 지배자 아직 등장 안해

피트니스에 디지털을 접목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트니스에 디지털을 접목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트니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체력과 건강관리를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집에서 스스로 관리하는 ‘홈트족(홈트레이닝족)’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들을 겨냥한 새로운 기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전통의 피트니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이 눈에 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거나 바디프로필을 찍는 등 특별한 목표가 있을 때 사람들은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고, 식단 관리를 한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단기간 관리를 하고 나면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 국내 피트니스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국내 체력단련장 수는 2013년 6991개, 2015년 7931개, 2017년 8942개, 2019년 9469개로 빠르게 증가해 왔다. 

하지만 그 성장세는 코로나19 앞에서 힘없이 꺾였다. 가파르던 곡선이 2020년 9574개로 주춤했고, 무엇보다 폐업 수가 늘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2021년에만 서울시 내 259개의 체력단련장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41개)과 비교하면 폐업 수가 큰폭으로 증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162개)과 비교해도 그 수가 무척 많다. 

피트니스센터를 찾던 사람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는데, 그게 바로 홈트레이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중시설 이용이 어려워지자 집안에 비슷한 환경을 꾸려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게 된 거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20~30대의 참여가 많은 보디빌딩, 요가, 필라테스 시장이 특히 주목받았다. 

홈트족이 늘면서 운동방법을 알려주는 운동 유튜버들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김계란(308만명), 핏블리(123만명), 말왕(101만명) 등은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인이 됐다.

무엇보다 그들의 구독자 증가율이 놀랍다. 2017년 문을 연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김계란)’는 2019년 9월에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는데, 200만명이 되기까지 10개월(2020년 7월), 거기서 다시 300만명이 되는 덴 3개월(2020년 10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를 운영 중인 김계란.[사진=더스쿠프 포토]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를 운영 중인 김계란.[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처럼 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덤벨 이코노미’도 재점화했다. 이 용어는 2012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개인 건강관리에 관심이 커지자 다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운동기구 시장에도 변화가 왔다. 눈에 띄는 건 전통적인 피트니스에 디지털 접목한 기술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펠로톤(Peloton)’과 ‘미러(The MIRROR)’ ‘토날(Tonal)’이다. 모두 미국 기업인데, 펠로톤과 미러는 운동 서비스를, 토날은 홈트레닝 운동기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펠로톤을 보자. 펠로톤은 운동기구 대여 사업과 콘텐트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콘텐츠를 구독하면 펠로톤 운동기구에 부착된 스마트 기기로 전문 트레이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펠로톤은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리고 있다.

미러는 스마트 홈트레이닝 거울이다. 화면 속 트레이너의 강의와 동작을 따라하면서 동시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운동자세를 교정한다. 2020년 애슬레저 기업 룰루레몬이 5억 달러에 미러를 인수했다.

토날은 벽에 설치하는 운동기구를 개발했다. 실제 덤벨을 드는 것 같은 효과를 주고, 최대 90㎏까지 무게를 늘릴 수 있다. 운동 시간과 동작, 무게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토날은 2019년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가 찜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참고: 세리나 윌리엄스는 2014년 세레나 벤처스(Serena Ventures)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유망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토날은 코로나19로 피트니스센터들이 임시폐쇄라는 위기에 놓였던 2020~2021년 반사이익으로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같은 이유로 홈트레이닝 인기가 절정에 이르던 2021년 9월에는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의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금 4억5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당시 토날의 가치는 16억 달러(약 2조2700억원)로 평가받았다.

신생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IT기업 애플도 홈트레닝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0년 비대면 운동 관리 서비스 ‘피트니스 플러스’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영상 속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함께 운동하고, 아이폰 또는 애플워치로 운동량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국내 홈트레이닝 시장은 아직 태동기다. 몇몇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관심을 보이며 의욕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지배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만큼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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