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➊
경제학자들의 경기 전망
커지는 자금경색 우려
1%대 성장률과 경기침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 2022년 한국경제를 괴롭힌 요인들이다. 힘겹게 2022년을 버텨냈지만, 문제는 2023년이다. 고물가와 금리인상의 뒤를 따르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3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체력이 약해진 기업들이다.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해 흑자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1%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더스쿠프가 경제학자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2023년 한국경제의 방향성을 물었다. 그 중 1편 한계기업과 흑자도산, 희미해진 경계선이다.  

2023년 한국경제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사진=연합뉴스]

2022년 경제도 쉽지 않았다. 전세계를 침체의 늪에 빠뜨린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경제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세계경제는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2022년 1월 0.0~0.25%였던 기준금리를 12월 4.25~4.50%로 4.25%포인트(상단 기준)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기간 기준금리를 1.00%에서 3.25%로 2.25%포인트 올렸다. 유로존은 2022년 6월까지 0%였던 기준금리를 12월 2.5%로 인상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인지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은 듯하다. 2022년 6월 9.1%(전년 동월 대비)였던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월 7.1%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월 6.3%(전년 동월 대비)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11월 5.0%로 떨어졌다.

[※참고: 유로존 CPI는 2022년 10월 10.6%를 기록한 이후 10%대(11월 10.1%)를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목표인 2%로 돌아갈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부작용은 상당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글로벌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리인상으로 줄어든 유동성이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2023년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9월 2.2%로 제시했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달 만에 1.8%로 0.4%포인트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전망치를 2.1%(20 22년 7월)에서 2.0%(9월)로 하향조정했다. 

최근 나온 전망치는 더 낮다. 한국은행은 1.7%를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성장을 예상했다. 정부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023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이는 6월에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 2023년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주요 경제학자와 시장경제 전문가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2023년 경제 전망을 물었다. 종잡을 수 없는 경제 상태를 반영하듯 의견은 분분했다. 1%대 성장률을 두고도 위기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경제학자들의 전망 = 경제학자들은 한국경제가 침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라는 걸 감안하면 2023년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에 그칠 게 뻔해서다. 정부의 전망치인 1.6% 성장은 1960년대 이후 역대 5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참고: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의 -5.1%다. 뒤를 이어 1980년(-1.6%), 2020년(-0.7%), 2009년(0.8%) 순으로 성장률이 낮았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한국경제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라며 “경기개선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침체해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면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침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OECD가 전망한 미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5%에 불과하다. 유로존(0.5%), 캐나다(1.0%), 프랑스(0.6%), 일본(1.8%)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암울하다.

문제는 경기침체를 부추길 요인이 숱하다는 거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들의 자금경색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2023년 기업들의 도산이 우려된다”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체질이 매우 악화했다. 여기에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금경색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흑자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 기업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경기를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성태윤 교수는 “경기침체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고금리와 채권시장 혼란에 따른 자금경색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계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거다. 특히 건설사의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명예교수는 “경기침체와 함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건설사가 도산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하면 그 여파는 보증을 선 증권사와 저축은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에서 시작된 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며 “경기침체가 극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학) 교수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며 “미분양이 증가하고 PF 대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 건설사는 물론 금융회사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위기가 은행권까지 번지지 않으면 금융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당연히 수출과 소비도 둔화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상당 기간 유지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소비자의 지갑은 더 얇아질 게 분명하다. 금리상승을 따라온 경기침체, 수출과 소비부진,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과 부동산 시장 붕괴가 2023년 한국경제를 더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거다. <2편에서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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