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 끝내 이스타항공 매각
사모펀드 VIG파트너스 품에
어려운 여건 속 재도약 과제

지난 1월 6일 이스타항공이 사모펀드운용사 VIG파트너스에 매각됐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 6일 이스타항공이 사모펀드운용사 VIG파트너스에 매각됐다.[사진=연합뉴스]

우려는 현실이 됐고, 현실은 생각보다 더 뼈아팠다. 지난 1월 6일 형남순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 개발ㆍ건설 기업 ‘성정’이 국내 사모펀드운용사(PEF) VIG파트너스에 이스타항공을 매각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매각대금은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는 이중 11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에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을 세웠다. 

남은 400억원으론 성정이 보유한 구주를 가져온다는 계획인데,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성정이 돌려받을 몫이 400억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2021년 6월 1100억원을 투자해 이스타항공을 인수ㆍ합병(M&A)했던 성정으로선 되레 700억원의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매각한 원인은 자금난이다.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선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받아야 한다. AOC가 있어야만 항공사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인력ㆍ시설ㆍ장비 및 운항ㆍ정비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입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2022년 7월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의 회계장부 조작 혐의, 재무여건 부실을 이유로 AOC 발급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항공의 재도약도 ‘무기한’ 연기됐다.

언제 운항을 재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정은 매달 50억원 이상의 고정비를 투입한 끝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성정으로선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스타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선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VIG파트너스 측은 “국내 항공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도적 지위로 올라서기 위해선 이스타항공의 성공적인 재도약이 선행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성정과의 거래 배경을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성공적인 세번째 비행을 할 수 있을까.[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은 성공적인 세번째 비행을 할 수 있을까.[사진=연합뉴스]

관건은 새 주인을 맞은 이스타항공이 운항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여건이 좋진 않다. 이상직 전 이스타항공 대표의 부정채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AOC 발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혹여 AOC를 받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AOC를 득해도 골치”라고 꼬집으면서 말을 이었다. “예전만큼 운항하려면 그만한 인력과 기단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두가지 모두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과거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VIG파트너스 측 역시 “대외 여건이 쉽지 않고 앞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인력 채용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신규 기체 도입을 위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세번째 비상은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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