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맥주에 진심인 영화평론가
그의 특별한 맥주 탐방기

저자의 모든 여정엔 ‘맛있는 맥주’가 늘 함께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의 모든 여정엔 ‘맛있는 맥주’가 늘 함께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맥주는 가장 보편적인 주류로 꼽힌다. 여럿이 모이는 술자리는 물론,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혼술로도 적당하다. 일이나 운동을 마쳤을 때, 여가를 보내며 곁들일 때, 선호하는 술이기도 하다. 이런 맥주와 가장 어울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영화를 즐길 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뜸했던 극장가가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맥주는 극장의 재기에 있어 요긴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대형 스크린 앞에서 영화와 맥주를 동시에 즐기는 묘미를 기다려왔을 테니 말이다.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는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자신의 업인 영화만큼, 어쩌면 영화보다 더 좋아하는 맥주에 관해 들려주는 ‘맥주 탐방기’다. 저자는 ‘영화 한 편과 맥주 한잔’의 만남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해 지극히 추상적이면서도 영화적인 표현으로 풀어낸다. 영화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설명한 내용이나 영화사의 배경 지식, 영화계 문화 등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저자의 맥주 사랑은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전국 각지의 브루어리와 맥줏집부터 집 앞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맥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 나선다. 그리곤 영화평론가답게 장소마다 맥주마다 영화 이야기를 끌어내 입담을 늘어놓는다.

여러 브루어리에서의 경험과 캔맥주에 관한 기억, 추천할 만한 맥줏집과 안주까지, 저자의 모든 여정엔 ‘맛있는 맥주’가 함께한다. 책에 등장하는 맥주 이야기들은 ‘쇼생크 탈출’ ‘휴일’ ‘경마장 가는 길’ ‘생활의 발견’ ‘지옥의 묵시록’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들과 다양하게 짝을 이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장 ‘벌컥벌컥 브루어리’에는 저자의 브루어리 탐방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주 무대인 서울에서부터 춘천, 제천, 전주, 경주, 부산에 이르기까지 특색 있는 브루어리를 종횡무진 찾아간다. 오묘한 예술관과 세계관이 담긴 쿠바영화에서부터 B급 감성 무비 ‘고릴라’, 우리나라 흥행작 ‘내부자들’ 등 세계 각지에서 만든 영화 이야기가 맥주 시음기와 함께 펼쳐진다. 

2장 ‘홀짝홀짝 편의점 맥주’ 편에서는 칸영화제에서 조우해 인생맥주가 된 1644 블랑, 미국 유학생활 중 마신 블루문이나 기네스 드래프트, 도쿄 출장길에 즐겼던 아사히 슈퍼 드라이, 영화 인생의 출발점이 된 버드와이저까지, 다양한 맥주가 등장해 추억과 곁들여진다. 

마지막으로 3장 ‘영화로운 맥줏집’에선 저자의 본업인 영화 일과 그에 관련된 숨은 맥주 맛집들을 소개한다.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했던 시절이나 단편영화를 만든 경험, 한국영화사를 품은 충무로의 호프집까지, 곳곳에 간직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맥주는 늘 운명처럼, 예기치 않은 공간을, 영화를 소환한다. 그래서 이 둘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 영화와 맥주!”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맥주와 영화에 보내는 사랑 고백서다. 그래서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읽기에 더할 나위 없다. 영화와 맥주에 진심인 저자와의 맥주 탐방기 동행을 끝내고 나면, 표지를 장식한 험프리 보가트의 술잔에 건배를 들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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