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파트6] 알뜰정책에서 머니게임 읽다

새로운 알뜰주유소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나선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가 정부 측에 보조금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조금을 줄 수 없다면 돈이 되는 정부위탁사업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다. 왜 이익단체가 보조금을 운운하면서 브랜드 론칭을 추진할까. 내막을 살펴봤다.

▲ 한국자영업주유소연합회는 지금껏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옹호해왔다. 그 배경엔 ‘보조금’이란 떡고물이 있다.

제4의 알뜰주유소 브랜드가 곧 등장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가 제출한 ‘알뜰주유소 공동브랜드화 사업안’을 승인해서다. 사업안에 따르면 20개 이상 알뜰주유소가 모이면 알뜰주유소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 발단은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연합회)가 지난해 9월 연합회 소속 알뜰주유소업자들을 모아 “KG(Korea Global)알뜰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지식경제부에 설립계획을 제출하면서다.

 
국민의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등장한 알뜰주유소는 현재 농협의 NH알뜰, 한국도로공사의 EX알뜰, 일반 자영주유소업자들의 자영알뜰 총 3가지다. 브랜드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경쟁을 통해 기름값을 낮출 수도 있어서다.

문제는 이 사업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지경부와 연합회가 ‘회원사 관리 의무와 대가’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이다. 김진곤 연합회 사무국장은 “보조금 얘기는 연합회를 폄훼하려는 사람들의 얘기”라면서도 “KG알뜰 브랜드를 사용하면 관리를 해야 할 텐데, 이때 발생할 수 있는 1~2명의 인건비를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철 연합회 회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석유 유통구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지식경제부에 여러 정보를 제공했다. 그게 없었으면 알뜰주유소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알뜰주유소들을 모아 관리하면 그 의무에 걸맞은 보조금이 지급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 회장은 “알뜰주유소 정책이 추진되기 전부터 보조금 논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공동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구체화된 것이다. 하지만 NH알뜰이나 EX알뜰에 지급하지 않는 보조금을 KG알뜰의 주체인 연합회에만 줄 수는 없다. 형평성에 어긋나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위탁사업이다.

연합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주유소업계를 대변한 유일한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주유소협회)는 석유공사로부터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를 작성하는 위탁사업을 하고 있다. 5000여만원이 지급되는 위탁사업으로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주유소협회가 수주해왔다. 연합회는 KG알뜰주유소 관리 명목으로 이런 위탁사업이라도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원철 회장은 “기존 주유소협회는 정유사에 우호적인 집단”이라며 “연합회가 더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2011년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추진할 때부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해 7월 주유소협회가 알뜰주유소 반대집회를 열었을 때에도 연합회는 “주유소협회가 정유4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이 탄력을 받은 것도 이 시기다. 연합회가 위탁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부를 지지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경부 ·연합회 모두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경부 관계자는 “보조금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오간 적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업계 관리 차원에서 의무가 생기면 권리도 생겨 대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지원금은 국민의 돈이다. 알뜰주유소 정책 또한 국민을 위한 것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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