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잡겠다는 국토부 
준법투쟁도 불법 규정
태업 막을 기준은 있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타워크레인 운행기록장치 부착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타워크레인 운행기록장치 부착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에 운행기록장치를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사 현장을 방문해 건설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의지를 밝혔다. 

원 장관은 “건설 현장 곳곳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지능적인 태업을 하는 걸로 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월례비를 안 준다는 이유로 그동안 한번도 문제 삼지 않던 규정을 지켜서 건설현장을 멈추고, 국민과 기업을 괴롭힌다.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는 수단으로서의 태업은 불법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능적인 태업을 일삼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잡아뗀다면 운행 기록장치 의무 장착을 법제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운행기록장치 의무화를 꺼낸 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준법투쟁 때문이다. 국토부는 앞서 건설사들이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시간 외 작업 등의 반대급부로 지급해온 월례비를 불법으로 규정, 3월 2일부터 월례비를 요구하거나 받을 경우 타워크레인 면허를 정지하기로 했다. 

그러자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월례비가 등장한 배경인 건설업계의 구조적 모순은 무시한 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만 문제삼는다”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만 일을 하는 준법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이 준법투쟁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질 상황에 이르자 운행기록장치 의무화라는 카드를 꺼낸 거다. 

원 장관은 “어린이집 버스나 화물차, 택시도 운행기록계나 블랙박스를 통해 (운행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면서 “약간의 준비시간을 거치면 모든 타워크레인에 (운행기록장치를) 붙여서 작동되는 순간부터 스위치를 끄는 순간까지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의무적으로 제출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린이집 버스나 화물차에도 운행기록장치를 다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뜻로 읽힌다. 

국토부는 불법을 근절하겠다면서 준법투쟁은 인정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국토부는 불법을 근절하겠다면서 준법투쟁은 인정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원 장관의 이런 조치를 두고 비판도 적지 않다. 원 장관이 법을 강조하는 것처럼 조종사들도 법에 규정된 대로 작업을 할 뿐인데 왜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거다. 일부에서 “공직자들의 관용차부터 운행기록장치를 달아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태업을 규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강풍이 불어 조종사가 작업을 못 할 때, 당연히 조종사는 안전을 위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와 있어야 한다. 그걸 태업이라고 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운행기록장치 부착만으로 가능하냐는 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타워크레인 논란은 또 어디로 번질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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