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MOVE, 공포와 탐욕 지수 급등
SVB 파산 美 단기국채 금리 급락
VIX 추종 상품들 고수익 시현

#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미국 통화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대표적인 공포 관련 지수들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에 따르면, 3월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0%에서 하루 만에 41%로 급등했다.

# FOMC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예측은 지난 6일 31%에서 10일 40%까지 높아졌지만, 13일엔 0%가 됐다. 이렇게 불확실한 시장에서 공포 지수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또 공포 지수에 기대서 수익을 올린 세력은 어디일까. 

SVB 파산으로 시장에서 공포 관련 지수들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VB 파산으로 시장에서 공포 관련 지수들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경제학에서도 공포‧탐욕과 같은 논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심리는 연구대상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6년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이같은 비이성적인 인간 심리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라고 정의했다. 케인스는 이런 동물적인 본능이 위기의 순간에 발현하면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이어져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 이런 동물적 움직임은 이성을 가려 버블을 만들기도 한다.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1996년 일본 버블 붕괴의 원인을 언급하면서 “비이성적 과열이 부당하게 일본의 자산 가치를 상승시켰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2014년 한 강연에서 자신에게 2001년 닷컴 버블을 예상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버블은 도취와 공포(euphoria and fear)라는 인간 본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멈추게 할 수도, 막을 수도 없으며 언제 터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을 지내고,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벤 버냉키도 공포를 언급했다. 버냉키는 대공황 당시 뱅크런을 연구해온 경제학자기도 하다. 버냉키는 2000년 일본의 버블 붕괴에 관한 논문을 내고 “자산이 붕괴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경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금융위기 당시 버냉키는 이 말을 실천으로 옮겼다. 버냉키의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은 2008년 경제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았지만, 당시 대량으로 뿌려진 돈이 또 다른 경제위기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상반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시장에 공포가 형성되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미 SVB가 파산한 이후 ‘공포지수’가 꿈틀대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흔들리는 국채와 MOVE 지수=SVB 파산으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0.558% 포인트 급락한 연 4.030%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미국 국채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MOVE 지수는 13일 하루 만에 23.94% 급등해 전날보다 33.53포인트 오른 173.59를 기록했다. 이는 MOVE 지수가 발표된 2019년 이후 최고치다. MOVE 지수는 최근 3일 동안 35.42% 급등했다. 

MOVE는 메릴린치가 국채 옵션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해 개발한 지수(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의 티커(종목코드)다. 일반적으로 MOVE 지수가 상승하면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국채 가격을 사실상 결정하는 기준금리를 두고 시장 예상과는 다른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MOVE가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 공포와 탐욕 지수=미 경제매체 CNN머니가 만든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14일 ‘극단적 공포’ 상태를 의미하는 20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에 가까우면 극단적 탐욕, 0에 가까우면 극단적 공포를 가리킨다.

공포와 탐욕 지수는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해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당시 12였다. 여기에 빗대면 지금의 20이 역사적 저점인 건 아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0월에도 15, 19를 기록했고, 지난해 3월에는 1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공포와 탐욕 지수는 불과 일주일 전 46으로 중립 상태를 가리켰고, 1개월 전에는 72로 극단적 탐욕 상태에 근접했었다. 1개월 동안 시장의 변동성은 극심한 상태라는 의미다. 

공포 지수가 오른 것은 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포 지수라고 알려진 변동성지수(VIX)는 13일 5일 전보다 40.39% 급등한 26.52를 기록했다. 다만, 13일 30 이상에서 출발했지만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VIX 지수는 1993년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옵션 가격의 움직임을 기초로 만든 지수다. 이 지수의 시간 단위는 30일이고, 단위는 퍼센트(%)다. 현재 VIX 지수는 향후 30일 동안 옵션 가격의 변동성이 26.52%라는 뜻이다. 

VIX 지수가 S&P500 지수의 옵션 가격을 기초로 하는 이유는 옵션이 위험을 피하는(헤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30일 동안 S&P500 지수의 변동성이 심해져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높은 값을 주고 옵션을 산다.

시장에 공포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공포지수를 추종한 상품은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장에 공포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공포지수를 추종한 상품은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VIX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는 13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VIX 선물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2X 롱 VIX 퓨처스(UVIX)’는 13일 최근 5일 동안 56.70% 급등한 24.68달러에 장을 마쳤다.

프로셰어즈의 ‘울트라 VIX 단기 선물(UVXY)’도 13일 5.16% 상승하고 최근 5일 동안 41.70% 급등한 6.32달러를 기록했다. 공포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VIX 추종 상품들은 고수익을 실현했다는 얘기다. 공포의 두 얼굴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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