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액 지원 기준 상향 조정
사후관리계수 신설로 안전 강화
전기버스 배터리 성능 기준 높여
기술 품질·소비자 편의 중심 개편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지만, 전기차는 아직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몸값’이 비싸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에게 각각 ‘보조금’을 지원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보조금 정책은 매년 세부 내용이 달라지는데, 올해 정부가 내놓은 보조금 개편안에는 몇가지 짚어볼 만한 점들이 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란 3고高 악재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분야가 있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다. 친환경차는 내연기관차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차(HEVㆍHybrid Electric Vehicle)와 순수전기차(BEVㆍBattery Electric Vehicle)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이브리드차에는 외부 충전 단자가 달려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ㆍ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방식과 엔진이 ‘발전기’의 역할을 하고 배터리의 힘으로 움직이는 풀하이브리드(FEVㆍFull Hybrid Electric Vehicle) 방식이 있다.


2021년 34만8000대를 기록했던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2년 44만1000대를 기록하며 1년 만에 14.8%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총 168만40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친환경차의 비중(26. 2%)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선 셈이다.

친환경차 중에서도 순수전기차의 판매량이 돋보였다. 2022년 국내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15만7000대로 전년(2021년·9만7000대) 대비 61.9%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은 7.3% 감소했다. 친환경차의 ‘꺾이지 않는 성장’을 이끈 건 다름 아닌 순수전기차였던 거다.

■ 관전 포인트❶ 소비자 보조금 =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있다. 이는 ▲개인 ▲법인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의 전기차 구입 비용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조금이 적어질수록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 의사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가 향후 2년 내 신차 구입을 희망하는 소비자 528명에게 ‘보조금이 200만원 줄어도 전기차를 사겠느냐’고 묻자 전체의 56.0%가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는 12.0%였다.

보조금을 400만원으로 더 줄이면 전기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소비자의 비중이 29%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그만큼 보조금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정부(환경부)가 매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지원금의 비율, 지급 요건을 조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 보조금 개편안은 상대적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 환경부는 전기차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일 경우 소비자들이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보조금을 전액 지원하는 기준가는 5500만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원자재 가격 급등→배터리 등 부품 가격 인상→전기차 가격 상승이란 악순환이 이어지자, 올해 전액 지원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보조금 지원 상한선은 8500만원 이하로 유지됐다. 5700만원 이상~8500만원 이하 전기차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보조금이 50%만 지원된다. 가격이 8500만원을 초과하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 관전 포인트➋ 제조사 보조금 = 주목할 점은 환경부가 전기차 성능을 끌어올리고, 사후관리 역량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보조금을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가령, 환경부는 전기차의 주요 성능 지표 중 하나인 주행거리에 따른 ‘(제조사) 보조금 차등화 정책’을 강화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50㎞ 미만인 전기차의 경우, 제조사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20% 감액했다.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의 상한선을 기존 400㎞에서 450㎞로 높여 고성능 전기차가 더 많은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직영 정비센터 운영 여부, 정비이력 전산관리 유무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운전자 사이에선 전기차의 보급 속도에 비해 정비망과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전국 5만개의 자동차 정비업체 중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은 1300개 남짓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하다(2022년 국토교통부ㆍ업계 추산). 대부분의 정비소에선 전기차 정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설사 전기차 전문 공업사에 차를 맡겨도 수리기간이 최소 1~2개월로 오래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제대로 된 정비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채 보조금을 등에 업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뜨내기’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실정이다.


사후관리계수 신설한 정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사후관리계수’를 신설했다. 직영서비스센터·정비인력 전산관리 부문의 보조금에도 차등지급제를 도입한 거다.

만약 자동차 제조사가 이 둘을 모두 운영하면 1등급에 해당해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90%, 80%를 지원받는다. 자동차 제조사로선 사후관리계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서비스 환경을 개선해야 할 의무를 안은 셈이다.


■ 관전 포인트➌ 전기버스 = 정부의 보조금 개편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서민의 발’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버스 영역에서도 보조금 조정이 이뤄졌다. 일단 전기버스의 보조금 상한선은 대형 7000만원, 중형 5000만원으로 지난해와 똑같다. 다만, 정부는 ‘배터리효율계수’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전기버스는 전기승용차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그래서 배터리가 차의 하중이나 연비, 안전과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전기승용차보다 크다.

전기버스의 효율성과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 리튬·니켈·코발트 등 재생가치가 높은 소재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버스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령, 에너지밀도가 리터(L)당 500와트시(Wh) 이상인 전기버스는 1등급을, 400Wh 미만인 전기버스에는 4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각 등급에 따라 70~ 100%의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배터리효율계수를 도입하면서 입찰 시장에서도 배터리 효율이 높은 전기버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기버스 시장의 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긍정적 요소다.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 의사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 의사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전기버스 업체는 최대 2억3000만원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에 지자체 필수부담금인 1억원을 더한 3억3000만원의 지원금을 기본으로 확보했다.

이 때문에 전기버스 가격이 3억원 이하인 경우 업체와 입찰자 사이에 불법 리베이트가 오갈 수 있는 유인이 상당했다. 국민의 혈세인 전기차 보조금이 일종의 비자금으로 악용된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효율계수의 신설로 이런 불법적인 자금 유용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과 시장 발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자동차 선진국’이 되려면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도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기술 혁신, 시장 품질 개선, 소비자 편의 향상이란 질적 요인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으니, 이제는 자동차업계가 응답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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