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미치면 이렇게 된다」
맛과 향에 미친 저널리스트
상상 초월 일본 여행기

저자는 온갖 요리와 재료를 접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과의 연결’을 경험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온갖 요리와 재료를 접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과의 연결’을 경험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라멘, 스시, 야키토리, 삭힌 생선…. 많은 이들이 일본 여행의 묘미를 음식에서 찾는다. 레시피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단순한 요리, 지루한 기다림 끝에 올라간 소박한 음식, 몇 대를 고집스레 유지해 온 메뉴까지, 세계인들을 사로잡은 일본 음식의 매력은 다양하고 무수하다.

여기 일본 음식에 매료된 한 여행 저널리스트가 있다. 10년 전 친구가 건넨 한 권의 일본 요리책에 홀려 일본을 다녀온 그는 경험담을 직접 집필하고, 언젠가 이 세련된 요리의 땅을 다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맛에 미치면 이렇게 된다」는 저자가 10년 만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일본서 펼치는 상상 초월 여행기다. 전작 「오로지 일본의 맛」에 이어 또 한번 ‘일본 음식’에 대한 예찬을 쏟아낸다. 일본의 절반도 채 다녀보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엔 남쪽 오키나와부터 시작해 북쪽 홋카이도까지 전역을 돌아본다. 

“기나긴 먹부림 과정 속에 과연 일본 요리사들의 장인 정신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저자는 “10대인 두 아들에게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과 성실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최고의 음식과 유일무이한 장인들을 찾아 나선다. 

식당에 가만 앉아 있기만 해선 신비한 주방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재료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어보기 어렵다. 저자는 “음식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분명한 방법”이라며 일본의 맛 기행을 이어간다.

오키나와, 규슈, 교토, 시코쿠, 오사카, 나고야, 후쿠시마, 홋카이도 등 일본의 거의 모든 지역을 다니며, 고구마, 노리(김), 조개, 다레 소스, 삭힌 생선, 곤충, 유자, 와인, 라멘, 야키토리, 모치, 우니(성게 생식소)를 비롯한 온갖 요리와 재료를 접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의 연결’을 경험한다. 

주방에서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가 한해 동안 10만 그릇의 라멘을 만들며 희망을 보여준 외팔이 라멘 요리사 하야사카, 17세기부터 지역 음식 전통을 이어오다 요리 학교를 세워 3대째 운영 중인 야나기하라 가문의 에피소드 등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 경험담들은 다채로운 ‘맛’을 선사한다.

해수 온도 변화로 생산량이 줄고 있는 노리(김), 원전 사고로 큰 시련을 겪는 쌀 장인, 갈수록 입맛이 바뀌고 있는 현세대로 인해 쇠퇴하고 있는 전통음식 문화 등 기후변화와 현대화로 전통음식의 수요와 공급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염려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그럼에도 이 땅엔 소수의 전승자와 장인들이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며 고유 음식들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요리든 곰팡이든 위스키든 한 분야에 헌신하는 모든 이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명성이나 환호 없이’ 그저 라멘과 스시와 야키토리를 만드는 이들,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하는 이들을 위해 진심 어린 헌사를 보낸다. 평생을 하나에 몰입하는 사람들, 복잡한 맘 없이 단순하게 열정을 쏟는 사람들, 인정받기까지 수십 년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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