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건전성 문제 없는 은행
도이체방크, 찰스 슈왑 과장된 위기
상업용 부동산 침체와 연결 어려워
금리인하 원하는 세력의 목소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1년 동안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시장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3월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은행 위기는 이런 반발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투자자들의 우려는 유럽의 약한 고리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로 이어졌다. 문제는 다음 움직임이다. 투자자들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던 도이체방크, 찰스 슈왑 등 은행에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희생양을 찾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미실현 손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미실현 손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도이체방크는 CS가 전액 상각 처리해 문제가 된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우려는 27일 SVB의 매각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 투자은행 찰스 슈왑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견해가 다시 제기됐다. 건전해 보이는 찰스 슈왑 재정의 이면엔 금리 인상에서 기인한 미실현 손실의 증가와 예금 이탈 등의 문제가 존재하고, 이는 SVB 파산과 같은 미국 국채 투자 손실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찰스 슈왑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뉴스레터를 통해서 찰스 슈왑을 우려하는 시각을 공유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 찰스 슈왑 CEO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파산한 SVB처럼 찰스 슈왑도 장기 미국 국채 투자가 많지만, 법인 고객이 많은 SVB와는 달리 이 회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런 판단은 주가로 나타났다. SVB를 인수한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 주가는 27일 무려 53.7% 상승했다. 중소 은행들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CS의 코코본드 상각 우려로 함께 흔들렸던 도이체방크 주가는 이날 6.15% 상승했지만 한달 기준으로는 여전히 23.18% 급락한 상태다. 찰스 슈왑도 함께 웃지 못했다. 찰스 슈왑 주가도 이날 3% 상승했지만, 5일 기준으로는 6.08%, 한달 기준으로는 29.59% 급락했다.  

■ 관전 포인트➊ 찰스 슈왑 건전성=그렇다면 찰스 슈왑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이 투자은행의 잠재적 위험으로 지목된 건 ‘미실현 손실’이다. 찰스 슈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미실현 손실이 280억 달러(약 36조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찰스 슈왑 측은 별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터 크로포드 찰스 슈왑 CEO는 13일 “회사가 현금 1000억 달러(약 131조원)를 보유하고 있고, 기타 단기금융을 통해서 3000억 달러(약 39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건전성을 꼬집는 문제가 재차 제기되자 월트 베팅어 CEO는 24일 WSJ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년간 예금 대부분을 잃더라도 채권 이자 수입과 차입 및 CD 발행 등으로 회사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베팅어 CEO는 “예금이 100% 소실되더라도 우리는 단 한 주의 주식을 팔지 않고도 이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관전 포인트➋ MMF의 흐름=사실 도이체방크와 찰스 슈왑으로선 답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들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어도 지금처럼 공포가 전염되기 쉬운 상황에선 ‘다음 순서’로 지목만 되더라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과도한 위험성을 엿볼 수 있는 건 머니마켓펀드(MMF)의 흐름이다. 최근 미국의 중소 은행들로부터 MMF로의 자금 이탈이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3월 들어 미국 MMF에 유입된 자금은 26일까지 2860억 달러(약 371조원)에 이른다. 월간 기준으로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의 유입이다.

MMF는 금융 안전자산으로 1년 미만의 단기 국채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미 국채를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에 투자하는 펀드다.

중소 은행의 돈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은 대형은행들의 MMF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의 MMF에는 3월 들어 각각 520억 달러(약 67조원), 460억 달러(약 59조원)의 중소 은행 자금이 유입됐다. 예금주들의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대형은행 MMF로의 자금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 중소 은행의 위기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SVB의 유동성 문제는 매각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SVB를 찍고 스위스 CS로 옮겨갔다. UBS의 CS 인수로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지만, 이 과정에서 코코본드가 상각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 투자자들의 공포는 다시 도이체방크로 이전됐고, 찰스 슈왑도 불똥을 맞았다. 

이같은 위기의 불씨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나 미실현 손실로 옮겨붙었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 발생 가능성 등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 관전 포인트➌ 상업용 부동산과 연준=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은행의 위기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 미 연준의 행보를 통해 이 질문을 풀어보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적으로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과 공포의 전염을 멈추려면 연준의 선택지는 금리인하로 향할 수밖에 없다. 연준과 월가의 기싸움이 지난 2월 금리인하 논쟁처럼 다시 벌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내 금리인하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채권운용사인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27일 미국 경기침체가 곧 시작될 것이라며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7일 채권 투자자들이 금리인하를 예상한 거래에 나서면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상승했다. 

테슬라와 트위터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을 다루는 미국의 코베이시 레터 게시물을 공유하며 위기론에 손을 보탰다. 코베이시 레터 트위터 계정은 “빠르게 상승하는 금리는 전체 경제에 리플 효과(한 차례의 큰 파동이 잔물결처럼 작은 파동으로 널리 이어지는 것을 말함)를 가져왔다”며 “연준은 은행 위기부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는데, 머스크는 이 게시물을 인용하면서 “이것이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인데, 모기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리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시장의 주장과 달리 연준 입장에서는 미국 부동산시장과 노동시장은 강제적 방법을 써서라도 위축시켜야 하는 부분이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과 노동시장이 얕은 침체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거비는 30% 이상을 차지한다. 임금은 직접적으로도 물가에 작용하지만, 1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주거비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의도대로 미국 집값은 지난해 7월 전월보다 0.77% 떨어지면서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의 부도도 시작됐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만 전문으로 하는 ‘모기지 회사’들이 있는데, 이런 업체들 중 하나인 퍼스트 개런티는 파산을 신청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지만, 일런 머스크는 금리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지만, 일런 머스크는 금리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반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물가 하락기에 수요가 줄고, 금리인상으로 수익률이 줄어들면서 가치도 함께 하락한다. 경기 침체에 동반하는 신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동산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투자신탁(리츠)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주력 리츠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 블랙스톤의 해당 펀드는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호텔 2곳의 지분을 55억 달러에 매각해 환매 자금을 마련했다. 그마저도 전체 환매 요청의 50% 이상은 지급을 거절했다. 같은 달 스타우드캐피털도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전체 순자산의 2%를 넘어서면서 일시적인 환매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금리인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건 연준 입장에선 바라던 결과다. 이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비교적 예견됐던 침체를 도이체방크, 찰스 슈왑 등 비교적 건전한 실적을 내고 있던 은행들의 위기로 연결짓는 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런 연결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건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이다. 시장에 너무나 많은 스피커가 참전해 있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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