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최신 제품에 붙는 ‘프리미엄값’
꼭 필요한 기능인지 살펴봐야
알뜰폰 등 저렴한 요금제 도움

스마트폰·정수기·에어컨….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기기가 쏟아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최신 제품엔 늘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면 지금 쓰는 스마트폰, 렌털 중인 정수기 등의 성능과 가격이 과하지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출을 줄일 땐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지출 줄이기를 도왔다.

자신이 쓰는 스마트폰과 렌털 중인 가전기기가 성능이 과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쓰는 스마트폰과 렌털 중인 가전기기가 성능이 과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족에게 돈을 빌려준 문제로 티격태격한 박상현(가명·36)씨와 이윤희(가명·36)씨 부부. 몇 년 전,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진 친동생에게 남편 박씨가 아내 몰래 5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불같이 화를 냈지만,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방법은 없었다.

박씨 동생은 변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자 부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 전세아파트(시세 2억3000만원)에 사는 부부는 모아뒀던 돈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예정이었지만, 남편이 돈을 빌려주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씨는 이 사건을 문제 삼아 박씨에게 “앞으론 은행 공인인증서, 통장을 내가 관리하겠다”고 선포했다. 뒤통수를 맞은 이씨 입장에선 그럴 만하지만, 내심 서운해진 박씨도 “가족에게 빌려준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부부의 다툼도 점점 잦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동생이 조금씩 돈을 갚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00만원을 갚은 상태다. 하지만 나빠질 대로 나빠진 부부 사이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씨가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계부 상태를 보면 이씨 입장이 이해가 된다. 나름 아껴 쓴다고 생각하는데도 월말만 되면 통장에 남는 돈이 없다. 자동차 할부금, 카드 할부금 등 갚아야 할 빚도 수두룩하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한 부부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지난 1차 상담에서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월 소득은 550만원으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33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2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500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37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총 6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597만원을 쓰고 47만원 적자를 내고 있다.

일단 부부의 엉클어진 관계부터 정돈할 필요가 있다. ‘부부싸움은 쌍방과실’이란 말이 있지만, 그래도 잘잘못을 따진다면 남편 쪽이 더 무겁다. 가족의 부탁이라곤 해도 아내와 상담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게 화근이다. 부부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가며 자산을 불려도 어려운 판국에, 남편이 독단적으로 일을 저질렀으니 아내로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여윳돈이 아닌 집을 살 돈으로 빌려준 것도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다행스러운 건 이런 필자의 조언에 남편이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기분도 좀 누그러지는 듯했다. 뒤이어 필자는 이씨에게 상황이 좀 정리되면 경제권을 남편에게 다시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혼자서 자녀 육아에 재정 관리까지 도맡는 건 체력적으로 지칠뿐더러 비효율적이다. 아내도 “당장은 그럴 마음이 없지만 일단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자! 그럼 이번엔 ‘적자 가계부’를 개선해보자. 일단 월 4만원씩 내는 정수기 렌털비를 살폈다. 이 정수기는 대용량 얼음 제조, 거대 아이스룸 등 다양한 옵션을 갖춘 제품이다. 하지만 부부의 냉장고엔 이미 얼음 제조 기능이 있다. 한마디로 정수기에 불필요한 기능이 많다는 얘기다.

요즘은 부엌 조리대에 올려놓고 쓸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고 가성비가 뛰어난 정수기가 많이 나와 있다. 의무 약정기간이 끝난 상태라 정수기를 바꿔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 월 1만원짜리 소형 정수기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렌털비는 4만원에서 1만원으로 3만원 줄었다.

[자료 |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통신비(21만원)도 살폈다. 요즘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값비싼 스마트폰들이 반년마다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폰 판매자들은 “특정 요금제를 이용하고 할부로 사면 저렴하게 최신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면서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요금제 구조를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할부금엔 연 5.5%의 이자가 붙는다. 가령, 15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24개월 할부로 사면 총 8만7444원이 이자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거다. 분할 납부가 가능하단 이점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래 값보다 비싸게 스마트폰을 사는 셈이다.

요금제도 문제가 있다. 판매사원들은 대개 소비자의 평소 데이터 사용량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추천한다. 기깃값을 할인받는 대신, 비싼 요금제를 쓰는 꼴이니 소비자 입장에선 ‘도긴개긴’이다.

현재 부부는 둘 다 2년 전 출시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기깃값은 전부 갚은 상태다. 문제는 구입 당시 스마트폰 판매사원에게 추천받았던 고가의 요금제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부부에게 저렴한 알뜰폰 LTE 요금제로 바꾸라고 조언했다.

시중 알뜰폰 요금제를 잘 찾아보면, 2만~3만원대에 넉넉하게 20~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 상품이 많다. 부부는 기존 8만원에서 3만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21만원인 통신비를 11만원으로 10만원 줄였다.

이렇게 부부는 현재까지 정수기 렌털비 3만원(4만→1만원), 통신비 10만원(21만→11만원) 등 1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월 47만원이던 적자가 34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몸풀기’를 끝마쳤을 뿐이다. 130만원씩 쓰는 식비와 52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 등 줄일 게 수두룩하다. 100만원에 달하는 부부 용돈도 마찬가지다. 과연 부부는 나머지 지출도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