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
가치 소비와 불황의 역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양극화
백화점과 중고앱 동시에 인기

MZ세대는 짠테크를 생활화하며 중고거래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는 짠테크를 생활화하며 중고거래로 필요한 물건을 사고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백화점엔 소비자들이 넘친다. 혹자는 이를 두고 ‘불황의 역설’이라고 꼬집는다. 소비할 돈도 없다면서 값비싼 제품을 사는 경향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는 틀린 견해다. 비싼 명품을 사기 위해 얼마만큼 소비를 아꼈는지 알 수 없어서다. 이런 현상은 백화점과 중고앱이란 서로 다른 플랫폼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시대에선 소득 증가 속도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43만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13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2배 많았다. 소득 격차는 코로나19 국면을 지나면서 더 벌어졌는데, 이를 나타내는 ‘팔마비율(Palma Ratio)’도 당연히 악화했다.

팔마비율은 소득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값이다. 지니계수 등과 함께 소득 격차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팔마비율이 작을수록 소득 격차가 작고, 클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 이런 팔마비율은 2019년 3.6배에서 2021년 3.9배로 커졌다.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얘기다. 

소비지출액도 소득 분위 간 차이가 컸다. 지난해 4분기 소득 5분위 가구는 월평균 455만원을 소비했고, 1분위 가구는 130만원을 썼다. 소득 격차가 크니 소비 양극화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법도 하지만, 최근의 소비 양극화는 이전과 좀 다른 형태라는 걸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중산층이 얇아지고 소득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차이가 벌어지는 거다. 하지만 최근엔 이와 상관없이 본인이 어디에 가치를 두드냐에 지갑을 여닫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가령, 가치를 두는 제품에는 가격을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여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제품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이다. 그 중심엔 허세와 가치란 서로 다른 소비 행태가 깔려있다. 

■ 새 경향➊ 짠테크와 허세 = 달라진 소비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SNS와 럭셔리 시장이다. 먼저 MZ세대의 소비 행태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그들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짠테크를 생활화하고, 그걸 SNS에 공유한다. 식당 대신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거나, 중고거래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사고판다. 심지어 하루 식사를 두끼로 줄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편에선 SNS에 럭셔리 제품을 사진과 함께 공유하며 자랑한다. 한쪽에선 짠테크를 실현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허세를 뽐내는 거다. 이 때문에 MZ세대는 “돈도 없는데 과소비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 새 경향➋ 럭셔리와 가치소비 = 이번엔 럭셔리 시장으로 시각을 넓혀보자. 기존 럭셔리 시장은 가방, 의류, 보석, 그리고 몇개의 자동차 브랜드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면서 럭셔리 카테고리 내 제품군과 브랜드가 다양해졌다.

자동차, 화장품, 향수 시장에서는 신흥 럭셔리 브랜드가 전통의 명품들과 경쟁한다. 일명 ‘추리닝’이라고 부르는 스포츠웨어 시장에는 몇십만원짜리 조거팬츠와 요가복이 등장했다. 고급 커피, 초콜릿, 와인, 샴푸 등 중산층이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품목들도 대거 늘었다. 

럭셔리 시장의 성장은 그만큼의 여력을 가진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엔 일부 상류층만이 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젠 중산층 또는 일부 젊은 세대도 기꺼이 접근한다. 식사를 라면으로 때우며 아낀 돈으로 일년에 한두번 호화로운 호캉스를 가거나 내 집 장만을 포기하고 고급 자동차를 사는 소비 행태는 이제 더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이처럼 코로나19 국면을 지나면서 럭셔리 시장은 ‘가치’에 따라 구분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가령, 저소득층에겐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여전히 럭셔리에 해당한다. 중산층에게는 상류층에 일반화한 제품이 럭셔리다. 중요한 건 집단이든 개인이든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다. 그에 따라 소비를 할 때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할지, 럭셔리를 추구할지 결정한다. 


많은 이들이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불황이라는 말도 다 거짓말이야. 이렇게 손님이 많잖아. 소비할 돈은 없다면서 한우 먹을 돈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요즘 소비 행태를 보면 완전히 틀린 견해다. 한우 먹으러 온 사람들이 그걸 먹기 위해 얼마만큼 소비를 아꼈는지는 알 수 없어서다.

[사진|연합뉴스, 자료|트렌드모니터, 참고|복수응답]
[사진|연합뉴스, 자료|트렌드모니터, 참고|복수응답]

이는 요즘처럼 달라진 소비 시대에서 업체들이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말해주기도 한다. 답은 간단하다. 어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정비하면 된다. 철저하게 가성비 전략으로 가든지, 아니면 가격과 상관없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가치를 발굴해 제공하든지 말이다. 그것이 알고 보면 새로운 양극화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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