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폰 쏟아내는 제조사들
DSLR 못지 않은 스펙 갖췄는데
카메라 외 개선점 찾기 어려워
과소비 부추긴다는 문제점도
과열된 폰카메라 스펙 경쟁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최신 카메라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최신 카메라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2억 화소 카메라, 100배 줌, 쿼드(4개) 카메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카메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데, 카메라를 자주 쓰지 않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이를 반겨야 할지 부담스러워해야 할지 고민이다. 제조사들의 카메라 스펙 경쟁이 단말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해서다. 더스쿠프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면을 분석했다.

스마트폰 업계가 카메라 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23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상위 모델인 갤럭시S23 울트라에 2억 화소의 광각 카메라를 탑재했다. 이는 이전 모델인 갤럭시S22 울트라(1억8000만 화소)보다 2배 높은 수준으로, 초고해상도의 사진은 물론 밤에도 높은 화질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배 광학 줌이 가능한 망원 카메라도 탑재했는데, 여기에 ‘디지털 줌’ 기능을 활용해 최대 100배까지 확대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카메라 못지않은 성능을 갖춘 셈이다.

경쟁사인 애플도 이에 뒤질세라 카메라 기술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4에 처음으로 4800만 화소 카메라(상위 모델 ‘아이폰14 프로맥스’ 기준)를 탑재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7년 전 모델인 아이폰6S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00만 화소 카메라를 고집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애플도 카메라 기술이 스마트폰의 경쟁력이라고 판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갤럭시S23보다 뒤처지는 화소 수는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자체 개발한 포토닉 엔진(Photonic Engine) 기술을 적용해 빛의 양이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도 사실적인 색감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두 기업이 카메라에 힘을 쏟고 있는 건 마케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애플은 지난 2월 아이폰14 프로로 촬영한 영화 ‘푸르사트’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나홍진 영화감독과 협업해 갤럭시S23 울트라만으로 촬영한 영화 ‘페이스’를 공개했다. 여기엔 아이폰14와 갤럭시S23이 전문 촬영용 카메라에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갖고 있음을 알리겠다는 두 기업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자료 |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참고 | 2022년 88개국 중 상위 6개국 기준, 사진 | 뉴시스]
[자료 |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참고 | 2022년 88개국 중 상위 6개국 기준, 사진 | 뉴시스]

업계에선 두 기업간의 카메라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을 둘러싸곤 ‘올 하반기에 선보일 아이폰15에 잠망경처럼 빛을 굴절하는 폴디드 카메라를 도입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폴디드 카메라를 적용하면 DSLR 못지않은 고배율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문제는 카메라를 제외한 부분에선 이렇다 할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폰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이폰14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서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가격만 비싸졌다’ 등 이용자들의 불만 섞인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폰14는 이전 모델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 스마트폰의 처리속도를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 ssor·AP)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 비교분석 사이트 나노리뷰에 따르면 아이폰14와 아이폰13의 AP 성능을 비교한 결과, 아이폰14는 100점 만점 기준 97점, 아이폰13은 94점을 기록했다. 두 기기의 성능 차이가 미미하단 얘긴데, 소비자가 성능이 개선된 걸 체감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카메라 외 개선점 찾기 어려워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폰13(프로맥스 모델 기준)과 아이폰14의 디스플레이는 ‘OL ED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로 동일하다. 스마트폰의 처리속도를 보조하는 장치인 램(RAM)도 6GB로 같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동영상 재생 시간 기준 28시간에서 29시간으로 1시간 늘어난 게 고작이다.

그나마 ▲화면 전면 상단부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 ▲스마트폰을 꺼도 시간 등이 표시되는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아이폰14 프로맥스에 탑재한 게 그나마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는 사이 가격은 더 올랐다. 아이폰13 론칭 당시 149만원(이하 128GB 기준)이었던 프로맥스 모델은 아이폰14에서 175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갤럭시S23 역시 아이폰과 다르지 않다. 전작인 갤럭시S22(울트라 모델 기준)와 디스플레이(6.8인치 다이내믹 아몰레드)와 램(12GB), 배터리(5000mAh) 등 카메라를 제외한 하드웨어 성능이 동일하다.

[자료 | 각 사]
[자료 | 각 사]

가격은 145만2000원에서 159만9400원으로 14만7400원 올랐다. 언급했듯 이전 모델 대비 두 스마트폰의 개선점이 카메라 성능이란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향상된 카메라 스펙이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사는 스마트폰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 순위에서 전체 8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SA는 2027년까지 한국이 ASP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는 한국인이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가장 비싼 값에 사게 될 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과 직결되는 제조사들의 ‘카메라 스펙 경쟁’이 소비자 친화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메신저·SNS의 보편화로 스마트폰 카메라의 중요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스마트폰 촬영을 거의 하지 않는 소비자 입장에선 카메라 성능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카메라 성능 향상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합리적 소비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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