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추적+
말 많고 탈 많은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 사고 매년 증가
출구 없는 규제론 해결 불가
기존과 다른 별도 제도 필요
무조건적인 퇴출은 답 아냐

오토바이 폭주족은 오토바이가 사라져야 해결될 문제일까, 아니면 폭주하는 청소년을 바로잡아야 할 문제일까. 답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전동킥보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말 많고 탈 많은 전동킥보드를 없애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시스템을 바로잡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반론이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늘고 있다고 규제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사진=뉴시스]
전동킥보드 사고가 늘고 있다고 규제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9일 막을 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이번 행사에서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새로운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를 선보였다. 모빌리티 산업의 발달과 함께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개인형 이동장치를 바라보는 인식은 썩 좋지 않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93.4 %(2021년ㆍ판매량 기준)는 전동킥보드인데, 이는 ‘킥라니’라는 이름으로 불린 지 오래다. 고라니처럼 자동차 앞에 불쑥 나타나 사고를 유발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던 개인형 이동장치(사실상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으로 매년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주차하거나 내팽개친 공유 전동킥보드들로 인해 시민들이 통행에 방해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어떻게 보면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 산업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은 도로교통법과 자전거법(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이미 갖춰져 있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규정이 산업의 발전적 측면과 안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 규제의 혁신 = 언급한 것처럼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규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출구가 없는 규제는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시가 전동킥보드 대여를 금지했다.[사진=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시가 전동킥보드 대여를 금지했다.[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2021년 전동킥보드에 탑승할 경우,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도록 규정했다. 사용자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헬멧을 비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헬멧의 90%가 사라졌다.

이후 소비자의 무개념으로 인한 ‘손실’을 끊임없이 감당해야 하는 킥보드 업체가 헬멧을 추가 비치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헬멧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당연히 공유 전동킥보드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헬멧 사용을 의무화하기에 앞서 전동킥보드의 속도를 기술적으로 제한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나아가 전동킥보드 전용면허를 신설해 교육을 실시했다면 어땠을까.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엔 규정된 다양한 지역에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규정을 어겼을 때에는 엄격하게 단속하면 또 어떤 결과가 도출됐을까. 

사실 규정속도를 늦추면 헬멧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청소년에게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성인에겐 권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면허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이미 이런 방법을 채택했다. 

■ 관점의 혁신 =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일종이란 고정관념도 이젠 없애야 한다. 여러 친환경 이동수단 중 하나인 전동킥보드는 자전거ㆍ오토바이와는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동장치다.

서서 운전하다 보니 무게중심이 높고, 좌우로 꺾는 각도도 커서 안전도가 떨어진다.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외부 장치도 없다. 바퀴마저 작아서 보도나 과속방지턱 등 다양한 구조물에 취약하다. 한계가 큰 이동수단이라는 거다. 

하지만 장점도 뚜렷하다. 전동킥보드는 차량을 이용하기엔 좀 가깝고, 걸어가기엔 좀 멀게 느껴지는 애매한 거리를 쉽게 이어준다. 크기가 작아 빌리는 것도, 반납하는 것도 쉽다. 그런 만큼 비용도 저렴하다. 이렇게 차별화한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범주에 끼워 넣어선 안 되는 이유다. 

최근 일부에서 프랑스 파리시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도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청소년의 위험하면서도 무분별한 운행과 제멋대로식 주차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일본의 도쿄처럼 전동킥보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도 없지 않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파리시가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시민 투표로 퇴출을 결정했다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전체의 7.5%에 불과해서다.

2020년 12월 전동킥보드가 법 테두리(도로교통법과 자전거법) 안으로 들어왔지만, 법적ㆍ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국회가 그동안 현행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야 정쟁이 극심해지면서 후순위로 밀려난 건 사실이다. 이러는 와중에 전동킥보드 업체는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장점이 많은 전동킥보드, 이대로 밀어내도 괜찮은 걸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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