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정책실패의 답습➊
김포골드라인 혼잡으로 안전사고
서울시, 대안으로 ‘리버버스’ 제시
교통체증 없는 수상교통 활용해서
김포~여의도 이동시간 20분 목표
이론상 택시·지하철보단 빠르지만
‘환승동선’이란 중요 변수 남았어
과거 수상택시 전철 밟지 않을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꾸는 ‘한강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이 꾸는 ‘한강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 때만 되면 포털 뉴스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수상택시입니다. 그 옆에는 늘 함께 붙어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서울시입니다.

# 서울시는 2005년부터 서울의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상택시를 앞세웠습니다. 그해 준비 부족으로 좌초했던 수상택시 사업은 2006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 하지만 2007년 정식 출범한 서울시 ‘수상관광콜택시’ 서비스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시민의 편의를 위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탓입니다. 그랬던 서울시가 이번엔 ‘한강 르네상스 2.0’ 프로젝트를 통해 리버버스(River Bus)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또다시 ‘물’에서 답을 찾으려는 서울시의 꿈은 실현 가능한 것일까요?   

서울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리버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리버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객차 수는 단 2량뿐입니다. 이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혼잡도가 높습니다. 최근 객차 내 승객이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 중이죠. 그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습니다. ‘리버버스’입니다. 강 위를 달리는 수상보트로 육상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데, 과연 가능할까요? 더스쿠프의 視리즈 ‘리버버스, 실패의 답습’ 첫번째 편입니다. 

‘김포골병라인.’ 김포시 양촌읍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을 잇는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김포골드라인 객차에 탈 때마다 골병이 들 것 같다’는 승객들의 고통을 비꼰 별칭인데,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몇가지 숫자를 살펴볼까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가장 최근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출퇴근길 러시아워(오전 8~9시) 김포골드라인의 객차 내 혼잡도는 무려 241%에 달했습니다(고촌~김포공항 구간 기준). 객차 한개의 허용 가능한 최대 혼잡도(150%)보다 무려 91%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그림➊ 참조). 

그만큼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4월 11일엔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던 승객 두명이 호흡 곤란으로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한 건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 현황➊ 대책은 쏟아지는데… = 이제는 ‘공포의 이동수단’으로 전락한 김포골드라인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개선 조치가 부족했던 건 우리나라 현행법상 지하철 혼잡도를 관리할 방안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각 철도운영사의 자체적인 안전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도 세부적인 혼잡도 관리 방법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지자체의 조례나 행정규칙도 사정은 같습니다. 우리나라 승객들은 사실상 무법지대 속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토부와 각 지자체가 이제야 부랴부랴 수습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이들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을 완화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김포골드라인 열차 추가 편성’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D 신설 검토’ ‘김포공항역까지 버스전용차선 연장 및 버스 추가 편성’… 

하지만 이중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건 열차와 버스를 추가 편성하는 방안뿐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지하철 정류장 수를 늘린다는 의미입니다. 부지 검토부터 시설 구축까지 족히 수년이 걸리는 사항입니다. GTX-D 신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 측은 버스전용차선 연장은 ‘즉시’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용차선 연장은 (시행까지)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본격적인 도입까지는 한두달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로선 열차나 버스 운행 시수를 늘리는 게 가장 빠른 해결책인 겁니다.  

■ 현황➋ 서울시 리버버스 도입 = 그런데 이 지점에서 주목할 또다른 내용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독특한’ 정책입니다.

지난 4월 18일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김포를 연결하는 수상 교통운송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통 정체가 없는 ‘강’이란 자원을 활용해 턱없이 부족한 수도권 광역 교통망을 보완한다는 취지입니다. 

그 중심엔 ‘리버버스(River Bus)’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물 위를 달리는 보트를 지하철ㆍ버스를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로선 2007년 10월 도입했던 수상택시 이후 16년 만에 또다시 강에서 해답을 찾는 셈입니다.

서울시가 계획 중인 리버버스의 노선은 김포시와 가장 가까운 서울 남서쪽의 강서구가 출발점입니다.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를 시작으로 서울 상암동→여의도→노들섬→이촌→반포(세빛섬)→서울숲→압구정→뚝섬→잠실까지 30㎞ 거리를 리버버스가 책임지겠다는 구상입니다. 

■ 계산➊ 서울시 계산 맞을까 = 서울시에 따르면 50㎞/h 속도의 리버버스로 행주대교 선착장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울시의 계산이 들어맞는지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서울시의 리버버스 도입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착장 위치ㆍ요금체계ㆍ운영 대수 등 세부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엔 기존 나루터와 옛 수상택시승강장을 재활용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간을 계산해보겠습니다.  

먼저, 행주대교에 있는 행주나루터에서 여의도수상관광콜택시 승강장까지 거리는 17.7㎞입니다. 이 구간을 시속 50㎞ 속도의 리버버스로 이동하면 21분이 걸립니다. 서울시의 계산(20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그림➋ 참조).    

만약 이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교통체증 상황까지 고려한 전국평균택시속도(34㎞/hㆍ국토부)를 적용하면 총 31분이 소요됩니다.

지하철을 탄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발표한 ‘2021 철도통계연보’를 근거로 산출한 서울시 지하철의 평균 표정속도는 33.7㎞/h입니다. 이 수치에는 승객들의 승하차 시간도 반영돼 있습니다.

리버버스, 빠르기는 빠른데 

그렇다고 해도 행주나루터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지하철로 걸리는 시간은 택시와 같은 31분입니다. 이론상으론 리버버스가 택시나 지하철보단 10분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죠(그림➋ 참조).    

이번엔 버스를 한번 타볼까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집계한 전국 8대 광역시ㆍ도(▲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대중버스의 평일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19.8㎞입니다. 행주나루터에서 버스를 타면 무려 53분 뒤에야 여의도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대중버스가 리버버스보다 30분 넘게 시간이 더 걸리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는 리버버스로 일석이조의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버버스를 타면 ‘지옥철’과 ‘만원버스’를 벗어날 수 있는 데다,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동시간을 계산할 때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한가지가 있습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향하는 길목에 있는 ‘환승구간’입니다. 이를테면 집에서 리버버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리버버스 선착장에서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길을 환승구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환승구간의 거리입니다. 환승을 하기까지 거리가 길면 길수록 우리의 이동시간도 대폭 늘어납니다. 리버버스가 기존 교통수단보다 빠르다고 해도, 집에서 선착장까지 혹은 선착장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멀다면 편의는 떨어지고 이용 빈도는 낮을 게 분명합니다. 

태풍, 결빙 등의 악천후도 리버버스 운항에 지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선 과연 이런 변수들을 감안한 뒤 정책을 세운 걸까요? 16년 전 론칭했다가 실패한 수상택시의 사례를 검토하긴 했을까요?

이런 의문에 서울시 한강사업부 수상사업부 관계자는  “태풍이나 장마로 한강의 수면이 너무 높으면 당연히 운항을 못 할 것”이라
면서도 "단순히 비가 온다고 해서 무조건 운항을 못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 측은 리버버스 선착장까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셔틀ㆍ노선버스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리버버스가 날씨란 통제불가능한 변수를 이겨낼 수 있을지,  셔틀버스 투입만으로 환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관해선 다음편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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