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부동산, 지역은행에 부담
韓 20·30대 가계대출 큰 폭 증가
20~50여개 신흥국들 디폴트 가능성

미국의 가팔랐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경제 구조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던 약한 고리들이 고통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3년간 20·30대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해 지역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잠비아, 스리랑카에 이어 채무불이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빌딩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역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LA 도심. [사진=뉴시스]
미국의 상업용 빌딩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역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LA 도심. [사진=뉴시스]

■ 약한 고리➊ 은행과 부동산=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10명이 올 연말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은 5.00~5.2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의 가팔랐던 금리 인상이 마침내 끝이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15개월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지난 4월 은행 위기라는 형태로 터져 나왔다. 

한국도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이 막바지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참고할 자료가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일 “(세계 경제가)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금융 부문에서 취약성이 나타났다”며 “새로운 규제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은행 위기가 부분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통과시킨 금융규제완화법의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많다. 한국도 향후 금리를 인하할 때 최근 규제가 부쩍 완화된 부동산 등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약한 고리➋ 美 상용부동산=지난 4월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은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한 부분이 미실현손실로 잡히면서 신용경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역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상업용 빌딩들의 가치 하락이 은행들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료 | 미국 부동산 리서치회사 야디 매트릭스]
[자료 | 미국 부동산 리서치회사 야디 매트릭스]

미국의 상업용 건물은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공실률이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 또한 크게 훼손됐다. 지역은행들의 담보 가치가 훼손되면 대량의 부실대출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부동산 관련 연체가 발생한 부실대출 규모는 4배 가까이 폭증했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1억8600만 달러였던 연체 발생 대출 규모는 지난해 4분기 7억2500만 달러로 약 4배가 됐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 부동산 리서치회사 야디 매트릭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캘리포니아주 LA시 상업용 빌딩의 평균 1스퀘어피트당 가치는 254달러로 지난해 420달러에서 39%나 하락했다.

매매가격의 하락으로 1분기 LA에서 판매된 상업용 빌딩의 전체 거래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9% 줄어든 1억5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기간 공실률은 18.6%였다. 

■ 약한 고리➌ 韓 20·30대=한국에서는 20·30대 가계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후 3년 동안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30일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대출 잔액이 지난해 4분기 514조원으로 3년 전 505조원보다 27.4% 증가했다. 30대 이하 대출 증가율은 모든 연령대보다 높았다. 

특히 은행을 제외한 저축은행‧보험회사 등 2금융권에서는 30대 이하의 대출이 3년 만에 무려 32%나 급등했다. 2금융권에서는 저소득자의 대출도 3년 동안 17.9% 늘어나 약한 고리로 지목됐다. 

지난 3년간 한국 20·30대의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사진=뉴시스]
지난 3년간 한국 20·30대의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6%였는데, 지난해 12월 말에는 0.66%로 상승했다.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를 뜻하는 취약차주 중에서 30대 이하의 비중은 36.5%로 가장 높았다. 

■ 약한 고리➍ 신흥국 디폴트=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곳은 신흥국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75%에서 78%로 3%포인트 인상했다.

아르헨티나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02.5%에 달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IMF와 44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재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나라들도 있다. 아프리카의 잠비아는 2020년 11월 425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IMF는 지난해 8월 잠비아에 13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실시했다. 잠비아의 대외 부채 규모는 2021년 말 기준으로 173억 달러이며 이중 중국에서 빌린 돈이 66억 달러다. 

잠비아, 스리랑카에 이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가들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스리랑카의 도심. [사진=뉴시스]
잠비아, 스리랑카에 이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가들이 크게 늘어났다. 사진은 스리랑카의 도심. [사진=뉴시스]

스리랑카는 지난해 4월 대외부채 510억 달러를 갚지 못한 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IMF는 스리랑카와 29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관련 합의를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는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70억 달러를 빌려 대형 인프라 사업을 벌였다. 이중 일부의 돈을 투입해 항구를 건설했지만 끝내 빚을 못 갚자 중국 기업에 99년 동안 임대하기도 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신흥국 53개가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취약국으로 분류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도 지난 2월 이집트 등 IMF 구제금융 차례를 기다리는 나라가 20여개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